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올여름 극장가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 류승완의 '군함도' 등 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두 영화는 큰 스케일을 자랑하고, 비슷한 시간대의 역사와 관련된 영화라는 점에서 닮았죠.

그리고 여기, 과거를 뜨겁게 기록한 또 한 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까지 가세한다면, 올 여름 극장가는 더 치열할 것 같네요. 오늘 미리 읽어볼 영화는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입니다. 영읽남이 준비한 영화의 세 가지 관람포인트, 지금 시작합니다.

외부인의 시점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담았습니다. 그날의 시간,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은 작품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맨부커상으로 유명한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그날을 기록했고, 어린 동호의 시점에서 본 그 날은 너무도 참혹했죠. 영화에서도 그날을 담았습니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았고, 이는 그날을 담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인 680만 명의 관객과 만났습니다. 이후 '26년' 등의 영화가 있었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죠.

이번에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앞의 두 작품과 달리 광주민주화운동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입니다. 언론을 통해 광주를 본 게 전부였던 서울의 택시 기사 김만섭, 그리고 타국에서 상황을 듣고 취재를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한츠피터가 역사적인 그날의 목격자로 등장하죠. 이 두 외부인은 혼란스러웠던 광주로 들어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경악하고, 분노하며 광주 시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그들이 그날의 광주에서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요. 광주 밖으로 나왔어야만 하는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기사(Driver)와 기사(Article)

'택시운전사'에는 ‘기사’라는 동음이의어가 등장합니다. 우선, 김만복의 직업인 택시 기사라는 단어로 등장하죠. 이때 기사는 손님을 목적지까지 모시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기자가 쓰는 기사라는 단어로도 등장하죠. 이때 기사는 언론인의 의무이며, 진실을 담은 글이라는 의미입니다. '택시운전사'는 이 동음이의어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대답하는 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재미있게도 이 두 단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직업은 손님을 목적지까지 옮기고, 하나의 글은 진실을 옮기죠. 두 단어 모두 무엇인가를 옮긴다는 유사한 관계가 있습니다. '택시운전사'에서 기사가 무엇을 옮겨야 하는지, 그리고 이 두 ‘기사’가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살펴보는 건 꽤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입니다.

 

송강호의 얼굴

'택시운전사' 최고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송강호의 얼굴입니다. 한국의 대배우를 통해 그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 그리고 역사에 있어 큰 위안이 되죠. 영화 속 김만섭은 사회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광주의 진실에도 관심 없던 사회 구성원입니다.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소시민이기도 하죠. '택시운전사'는 이런 소시민이 광주를 목격하고, 무언가를 느끼면서 책임지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영화입니다. 송강호는 소시민이 비범한 인물로 변화하는 모습을 너무도 공감되게 연기했죠.

 

민주 시민으로 진실에 다가가고, 폭압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자연스레 '변호인'의 송우석을 떠올리게 합니다. 1980년대라는 유사한 시간, 그리고 역시나 시민을 억압하던 폭압적인 권력이 판을 치던 비정상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담았다는 것까지 '택시운전사'는 '변호인'과 유사한 것을 공유하고 있죠.

 

송강호의 얼굴은 비범한 사람이 대단한 일을 하는 모습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거대한 용기를 보여주기에 특별하고, 관객을 몰입시킵니다. 언젠가 우리는 이 폭력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기억하지 않을까요. 그가 맡은 소시민 캐릭터들은 비범한 역사의 변호인이 되어가고 있네요.

 

네, 여기까지가 영읽남이 준비한 '택시운전사'의 세 가지 관람 포인트였습니다. 올여름 극장가는 다양한 역사적 순간들을 다루고 있고, '덩케르크', '군함도', '택시운전사' 모두 ‘귀환’이라는 목표가 중심에 있습니다. 어떤 영화가 가장 흥행할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세 편의 영화 모두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 영화들과 즐거운 여름 보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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