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현장 속으로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BIFAN의 중심인 부천시청 외곽전경

[문화뉴스 MHN 부천, 석재현 기자]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천에 사는 친구와 서울 모처의 한 술집에서 간단하게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때, 그 친구를 향해 "다음 달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 때문에 부천으로 취재하러 가는데, 부천에 유명한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부천에서 그런 축제를 해? 부천에 20년 넘게 살면서 처음 듣는다"고 의아해했다. 친구의 대답에 필자 또한 적잖게 놀랐다.

이어 그 친구는 "부천 사람이라고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BIFAN 또한 그들만의 축제일 텐데, 장담컨대 부천 사람 중 절반 이상은 모를 것이다"고 호언장담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더 부천으로 가서 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BIFAN 프래스 배지를 수령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난 7월 14일, 본지의 양미르 기자와 함께 BIFAN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7호선을 타고 부천시청으로 향했다. 여기서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BIFAN에 상영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 부천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많이 설렜다. 다소 이른 시각임에도 부천시청 1층 외부에 설치된 프레스 배지 및 티켓 부스에 몰려드는 사람이 제법 보였다.

프래스 배지를 받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배지와 함께 BIFAN에서 제공하는 증정품도 함께 챙기면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티켓 부스 옆에는 이번 영화제 기간에 상영되는 모든 영화의 상영시간표가 한눈에 볼 수 있게 현수막으로 붙여놓았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해당 영화의 매진 여부도 스티커를 붙여놓음으로써 현황도 확인할 수 있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BIFAN 상영시간표.

올해로 21번째를 맞이한 BIFAN은 11일간 58개국의 289편의 영화를 상영하지만, 이 영화들 사이에서도 인기의 빈부격차(?)가 제법 컸다. 그래서 온라인 예매에 성공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 예매라는 구세주가 있으며, 부천시청 1층 외곽에 마련된 티켓 부스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단, 현장판매는 당일과 다음날 티켓만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두 사람은 이번 BIFAN 때 상영하는 영화 중 비디오룸에서도 관람할 수 있는 영화 목록을 확인하기 위해 시청 건물 3층에 마련된 프레스·비디오룸을 방문했다. 비디오룸은 하루에 최대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비디오룸을 체험하고자 목록을 확인해보았는데, 289편 중 일부만 시청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비디오룸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이 한글 자막이 없거나, 자막이 있어도 대부분 영어 자막만 지원된다는 점이었다.

▲ ⓒ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BIFAN 비디오룸에서 영화목록을 체크하고 있다.

필자의 당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관계자는 "이번 BIFAN에 참가하는 일부 영화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영화가 비디오룸에서 시청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며 토로했다. 한국영화는 다행히 자막문제에선 자유롭지만, 일부 영화들은 완성본 화면을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화면에 워터마크가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비디오룸 체험을 끝마치고, 부천시청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프레스·비디오룸 옆편 벽면에는 1997년 첫 BIFAN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온 영화제의 역사가 담긴 메인 포스터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예전 포스터들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시청 건물 밖을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BIFAN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즐기러 시청을 방문했다. 다양한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그 중 BIFAN 자체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인 '황당무개 플레이그라운드' 부스에서 강렬한 복장으로 부천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다.

▲ CGV 부천에는 BIFAN을 보러 수많은 이들이 찾아주었다.

BIFAN의 많은 상영작을 볼 수 있는 CGV 부천은 그야말로 영화를 즐기러 온 부천 시민들로 붐볐다. 한 달 전에 호언장담했던 친구의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 중, 필자가 관람했던 '누명' 상영관은 한가득 메웠다. 상영이 시작하면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부천 시민들은 자리를 지켰으며, 해외 영화제에서 볼법한 박수갈채가 쏟아져나왔다. 신기하면서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취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부천시청역은 영화를 즐기러 오는 부천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자리를 잡아 오면서 이제 부천 사람들의 문화 중 하나로 뿌리를 잘 내렸다는 것에 뿌듯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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