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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의 끝자락, 서울 송파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일대에서 사운드홀릭페스티벌(이하 '사홀페')이 열렸다.

총 94팀의 초호화 최종 라인업으로 자유롭고 독창적인 음악성을 추구하는 페스티벌의 성향에 걸맞게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오래된 뮤지션들부터 홍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개성 있는 인디밴드, 신인 뮤지션들을 볼 수 있었던 페스티벌이었다.

사홀페 첫날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작년 홍수 페스티벌의 악몽을 재현할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페스티벌이 시작될 때쯤에는 오히려 땡볕 같은 더위를 막아주는 시원함을 선사해줬다. 무대는 Hurom, Bling, Club EXIT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바로 전 주에 열렸던 '그린플러그드' 처럼 각 무대는 좌, 우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고 좌측 무대가 시작하면 우측 무대를 세팅 후 바로 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Bling stage'에서는 주로 강한 음색이 느껴지는 펑크, 메탈, 힙합 등의 장르로 라인업이 짜여 있었다. 대낮의 열기를 더욱 불타오르게 하여준 밴드는 슈가도넛, 옐로우 몬스터즈, 갤럭시 익스프레스 였다. 이 밴드들이 공연할 때 슬램 존이 만들어져 팬들을 더욱 미쳐 뛰어놀게 하였다. 특히 옐로우 몬스터즈 공연에 나왔던 'wall of death'는 우리가 이만큼 미쳐서 놀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줬다.


▲ 옐로우 몬스터즈 Wall of death

'Hurom state'에서는 누워 듣기 편안하고 잔잔한 장르로 라인업이 짜여 있었다. 바버렛츠는 작년부터 록 페스티벌에 초대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관객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보컬 안신애가 감기에 걸려 목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창을 하는 모습에 팬들이 많은 박수로 화답했다.

'홍대 여신', '요정'이라는 별명에 이어서 '홍대의 어머니'라는 애칭으로 바뀐 요조는 달달한 '바나나 파티', '에구구구'를 비롯하여 이제까지 발표한 곡 중 가장 처연하고 처절한 '불륜'까지 다양한 음악 선물을 안겨줬다.

작년 정규 2집 새 앨범을 내고 많은 공연으로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는 9와 숫자들은 처음으로 백댄서들이 무대를 빛내주는 재미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곰, 다람쥐 탈을 쓴 댄서들이 나와 '커튼콜' 노래에 맞춰 뜨거운 땡볕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 9와 숫자들 - 커튼콜 

   
▲ 양희은

가수 양희은의 무대는 45년 만에 처음 페스티벌에 나왔다고 하지만 세대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게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엄마처럼 포근한 음악들을 들려줬다. '엄마가 딸에게', '나영이네 냉장고'는 독립하며 사는 젊은 층들에게 울컥하게 하는 가사로 감동을 전해줬다.

노라조 역시 처음으로 록 페스티벌에 나오게 된 것에 감격하며 공연을 펼쳤다. 올해 '대박이야'라는 마약 같은 음악을 들려준 뒤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팀이다. 노라조 보컬 조빈의 춤에 따라서 관객들이 다 따라 하며 같이 열창하는 모습이 독특했다. 대중들에게 변함없이 한결같은 병맛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노라조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인정받아 대박 조짐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번 사홀페 뿐만 아니라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도 출연 예정이다.

Club EXIT 는 Hurom과 bling 무대 사이에 있는 미니 스테이지로 주로 일렉트로닉한 밴드들이 라인업에 포진되어 있었다. EDM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Club EXIT에서 즐겨도 충분할 듯했다. 보조경기장 안쪽 통로에 설치된 무대라서 더운 햇볕을 피하기도 좋았고 너무 많은 사람이 싫은 관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30일 Club EXIT 마지막 무대는 데뷔 13년 차가 된 '눈뜨고 코베인' 이었다. 이들 역시도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다. 베이스 파트 '슬프니'의 동물 잠옷 과 직접 제작한 초상화 모양 박스가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나온 '새벽의 분리수거'를 비롯하여 '어색한 관계', '아빠가 벽장' 같은 곡으로 셋 리스트를 구성해 와서 관객들을 Bling stage에 못지않게 뛰어놀도록 만들었다.

저녁부터는 지칠 법도 한 관객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밴드는 로맨틱 펀치와 크라잉 넛 이었다. 로맨틱 펀치는 탑 밴드 시즌2 준우승을 한 이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밴드이다. 보컬 '배인혁'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늦은 밤을 즐기기에 아름다웠고 '토요일 밤이 좋아'라는 노래와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모두 다가올 월요일은 잊은 채 뛰어놀며 소리질렀다.

곧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조선 펑크 록 밴드 크라잉 넛이 Bling stage의 헤드라이너로 출격했다. 낮에는 옐로우 몬스터즈에서 즐겼던 펑크 키즈들이 사홀페 첫날의 마지막을 위해 슬램존을 만들고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어놀았다. 이 순간에는 크라잉 넛을 모르는 외국인들도 슬램을 하며 공연을 즐겼다. 작년에 비가 와서 공연진행이 힘들었던 서러움을 한 번에 떨쳐낼 정도로 멋진 공연이었다.

사홀페의 둘째 날 역시도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되었다. 공연이 오전 11시 50분부터라서 일찍부터 나와 자리 잡은 관객들도 눈에 띄게 있었다. 2013년 자산 록 페스티벌 이후로 오랜만에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보컬 이자람의 특유의 판소리 창법을 들려주면서 일찍부터 나온 관객들의 잠을 깨워주는 듯했다. 특히 지난 4월에 나온 '산다'라는 곡은 판소리 아티스트이기도 한 이자람을 느껴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대낮에는 펑크 공연이 이어졌다. 팀 결성한 지 벌써 18년째인 펑크 밴드 '타카피'는 프로야구 테마송'치고 달려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이날은 특별히 베이스 파트 새로운 멤버가 와서 연주했는데 펑크 록 팬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럭스'의 베이스 '윤형식'이 타카피의 새 멤버로 합류했다. 첫째 날보다 더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음악 덕분인지 뛰어놀기 더 좋은 순간이었다.

잠시 열기를 식히러 Club EXIT로 자리를 옮겨보니 '연남동 덤앤더머'가 공연 중이었다. 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처럼 청년들의 처절함과 솔직함을 노래하는 대표적인 밴드이다. 최근에 발표한 3집 앨범 수록곡인 '갈고리 타령', '우리 이혼하자!' 역시도 그들만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난 곡이었다. '너랑 하고 싶다' 라는 곡에서 관객들이 떼창으로 후렴구 '너와 섹스하고 싶다!'를 외칠 때는 그들의 공연이 성공적이라고 느껴졌다.

해가 저물어 갈 때쯤 Bling stage에서는 레게&스카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서울리딤슈퍼클럽'은 한국 레게를 세계에 알리고자 뭉치게 된 한국대표 레게 패밀리라고 할 수 있다. '자메이', '태히언과 뿌리자', '루드페이퍼', '무중력소년', '킹스턴루디스카' 각자의 위치에서 활동하던 13명의 뮤지션이 만든 레게 밴드이다. '킹스턴루디스카'의 보컬 이석율 스캣 만으로도 흥이 들썩들썩한데 거기에 힙합레게 뮤지션 '쿤타' 까지 합쳐지니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스캥킹을 하기 시작했다.


▲ 스캥킹이란?! 

스카리듬이 더욱 강렬해지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드는 '넘버원코리안'의 음악이 열기를 이어나갔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스카라는 장르가 정착할 수 있게 큰 공헌을 한 대표적인 밴드이다. 이 날도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겠다고 보컬 권우유가 외치면서 땀을 흠뻑 흘리며 공연에 임했다. 스카리듬에 로큰롤, 펑크가 가미된 '넘버원코리안' 음악에 모두 춤추는 원숭이가 되었다.

저녁 밤이 되자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하 불쏘스)'을 보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 전부터 수많은 페스티벌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줬던 불쏘스는 2010년 9월 은퇴 이후 잠잠했다가 어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집 타이틀 '석봉아'가 불리면서 수많은 팬의 열망에 재작년부터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악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마초는 죽어서 수염을 남긴다"는 말을 했던 보컬 '조까를로스'의 명언(?!)답게 멤버들 모두 콧수염을 달고 공연을 했다.

마지막 공연은 Hurom stage에서 '김반장과 윈디시티'가 마무리를 지었다. 드럼과 보컬을 맡은 김반장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레게, 소울밴드인 윈디시티는 아프리카 음악을 비롯하여 레게, 재즈, 살사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줬다. 늦은 밤 제법 바람이 불기 시작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마지막 헤드라이너라서 늦게까지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11시가 넘으면 민원이 들어온다는 얘기에 저녁 10시 50분에 페스티벌의 막을 내렸다.

이번 사홀페는 좋은 날씨 덕분에 작년과 비교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쉬는 시간이 없이 공연을 진행하다 보니 음향 면에서는 잡음도 있었고 퀄리티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다른 록 페스티벌보다 공연장 간격이 짧아 동선이 줄어들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사운드가 겹쳐서 음악을 듣기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자 화장실 같은 경우는 보조 경기장에 있는 화장실 외에는 다른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30분을 기다리는 경우도 생겼다.

페스티벌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매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가리라고 믿는다. 이번 페스티벌에 생겼던 문제점을 현명한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퀄리티 면에서 다른 페스티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사홀페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스컬 (백창훈_인디문화오거나이저) mibgo@mhns.co.kr 내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중요하다! 인문학보다는 인문학적 체험을 좋아하는 젠틀가이. 소셜댄스계에서 '스컬'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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