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뮤지션들의 세월호 추모 릴레이 공연 '열 일곱살의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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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난 후 1년이 지났다. 1주년을 추모하기 위한 여러 행사가 있었고 홍대에서는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부제 : 단원고 2학년 3반 이야기)라는 공연이 3월부터 홍대 롤링홀에서 시작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문화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 역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추모하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던 고 박예슬 양의 전시회를 열어준다거나 작사, 작곡했던 고 이다운 군의 노래를 완성해 불러줬던 여러 활동을 해왔다.

록밴드 'A.D.H.D'는 세월호 사고로 숨진 고 박수현 군이 단원중학교 때부터 활동했던 록밴드 이름이다. 멤버는 원래 8명이었는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멤버 8명 중 3명은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5명은 같이 단원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단원고에 다니던 다섯 명의 멤버 박수현, 홍순영, 오경미, 김건우, 이재욱 군이 세월호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이제 A.D.H.D는 8명의 멤버 중 단원고가 아닌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던 3명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친구들이 하늘로 떠난 고 박수현 군의 버킷리스트를 대신 이뤄주겠다고 모였다.

   
▲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 떠난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그중에서 고 박수현 군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A.D.H.D 멤버들과 20회 공연하기'를 이루어주기 위해 기획한 공연이다. 3월에 처음으로 시작한 공연을 시작으로 고 박수현 군의 희망대로 20회의 공연을 기획 중이다.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두 번째 공연에서는 2학년 3반 학생, 세월호 유가족들, 선생님들이 함께했다. 공연의 분위기는 다른 어떤 공연보다도 엄숙함이 느껴졌고 조용한 곡 위주로 리스트를 준비해온 듯했다. 블루스 뮤지션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의 시작으로 공연이 막을 열었다. 평소 공연 중간중간마다 구수한 멘트를 많이 하던 그도 이번 공연이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말을 남겼다.

   
▲ 씨 없는 수박 김대중
   
▲ 백현진과 방준석
   
▲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3호선버터플라이
   
▲ 갤럭시 익스프레스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 '백현진' 이었다. '어어부 프로젝트'로 오래 활동해왔고 대중들에게 주로 알려진 그의 고독한 목소리로 울부짖는 노래들은 마치 세월호 사고로 슬픔에 잠긴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듯했다. "가라앉을 때는 가라앉겠지만, 너무 멀리 가라앉지 않길 바래. 제발. 부디." 이 가사들은 세월호 사고 때문에 만든 노래다. "젊은 분들은 이 사태에 분노하시길 바랍니다. 병신들처럼 가만히 있지 말고" 라는 멘트를 들었을 때 흠칫 놀랐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서 분노하여 나와서 시위를 하는 시민들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너무 초연하게 정부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마음속으로만 바라는 소극적인 행동을 취했던 것이 아니냐는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공연 중간에는 세월호 사고 학생의 아버지가 나오셔서 자신의 안타까움을 전하고 현재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 관해서 설명을 해줬다. 유가족들은 보상금이 문제가 아니라 왜 학생들이 희생을 당했어야 하는지 알고 싶고,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된 것들이 공정하게 만들어져 해결해 나가지 못함을 분노하는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 물론 마음속으로 아파하고 애도를 보냈지만, 문제 해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는 상황을 모르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고 알아달라는 취지도 공연의 목적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요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3호선버터플라이', '가리온', '갤럭시 익스프레스' 순서대로 공연이 이어졌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광화문에서도 세월호 사고 촛불시위에도 참석하여 공연을 자주 했던 밴드였다. 내일부터 다시 싸워야 하지만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이 공연을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멘트를 남겼다. 그 말을 듣고 왜 사고를 온전히 애도하지 못하고 어떤 무언가와 싸워야 되고 투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공연 전 날 광화문에서 시위가 격렬해졌고 경찰들이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뿌린 뉴스를 접하게 되고 나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되겠다고 느껴졌다. 물론 폭력은 절대 안된다. 폭력으로 시작해서 쟁취된 것은 또 다시 폭력으로 쟁취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예술가들이 이런 상황에서 더욱 힘써줬으면 좋겠다.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잊지 않게 기억하게 하여주며 힘내서 시위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엔 "음악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나오는 말처럼 이번 사고로 아픈 사람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분명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20회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기적이 있을 것이다.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는 매달 한 차례씩 오후 4시 16분에 단원고 10개 반의 이야기를 담아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추모하는 기획 콘서트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애도를 보내고 싶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공연이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스컬(백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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