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이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송수진 artietor@mhns.co.kr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연극인, 연출 송수진입니다. 극단 묘화 대표.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송수진] 깊은 갱도 밑에 갇힌 사람들은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어떠한 생각보다는 살아나갈 수 있겠냐는 처참한 공기와 기운만이 그들을 감싸고 있을 것이다. 지하 깊은 곳에서의 부족한 산소는 뇌의 활동을 점점 더 느리게 할 것이고 근육들의 움직임 역시 더디게 할 것이다. 땅에서 발생하는 지열로 인해 덥기까지 하다면 도무지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고 참혹한 심정에 하늘을 향해 삿대질할 기운조차 없을 것이다. 그 습하고 눅눅한 더운 기운에 눌려 모두 살기를 포기하는 순간 그 막장 않은 더는 막장이 아닌 그저 가난한 노동자들의 커다란 무덤이 되었다.

이제 좀 희망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제 좀 살만해지지 않을까 작은 소망도 가져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긴 시간 사람들은 절망했고 소망하지 못했다. 희망하는 사람들은 바보 같은 사람들이었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선동가들이며 꿈을 꾸는 사람들은 인생을 사치하는 별개의 인간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좀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도덕과 양심을 바탕으로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희망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긴 시간 사람들은 절망했고 소망하지 못했다. 아마도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자체를 잃어버린 듯하다. 뉴스든 일상이든 젊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비보를 요즘 따라 자주 듣게 된다. 

어떤 젊은이는 일터에서 병을 얻어 죽고, 어떤 젊은이는 꿈에 그리던 직장에서 학대받아 자살하며, 어떤 젊은이는 십수 년 동안 해 온 음악에 더는 희망이 없다는 조롱을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 어떤 젊은이는 살기 위해 아등바등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왔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과로사였다. 

그들의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니다.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꼈기에 거대한 사회 속에 자신의 몸을 던져 커다란 무덤을 만들었을 뿐이다. 이 사회는 희망을 희망할 수 없으며 부조리와 세습을 인정하는 어둡고 시커먼 심연 속 깊은 갱도가 되어버렸다. 모닥불 아침이슬에서는 모두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갱도 안에서 만삭인 아내를 그리워하는 사람과 갱도 밖에서 아이의 아버지를 눈물로 기다리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남편을 따라가려는 아내. 시커먼 산이 다리를 벌려 남편을 잡아갔어도 묵묵히 기다리는 아내와 가족들 공부 열심히 하다. 돌연 광산으로 들어가 노동의 땀방울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사람과 그를 기다리는 도시의 처녀와 선술집 여자.

모두 기다리고 있다. 희망을 품고 기다리고 있다.

비록 결과는 절망적이지만 만삭의 부인은 남편이 남기고 간 아이를 희망으로 붙잡고 살아가며 시커먼 산이 다리를 벌리고 불러도 당당히 그 산을 바라보고 두 주먹 꽉 쥐고 그 자리에 뿌리박힌 듯 집을 지키고 있는 가족들은 서로를 삶의 끈으로 의지하고 노동의 땀방울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했던 그 남자의 뜻을 희망이라 의미하며 그의 의지를 희망하며 살아가는 도시 아가씨와 선술집 여자. 

갱도의 마지막 막장 속 사내들도 역시 절망의 끝에서 거대한 죽음 앞에서 두렵지만,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내 곁에 같이 살아갔던 사람들이 있기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그러기에 이제 예술적 부조리와 사회를 바라보는 단면의 어두움만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미약하게나마 흘러나오는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비양심과 비도덕적인 것에 대한 어쩔 수 없고 그들이 결국 잘 산다는 비뚤어진 비아냥과 불평이 아니라 분명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소리쳐 이야기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방관하는 태도와 기회주의적 태도로 일관해 정의로운 척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그 행동하는 하나하나에 구린내는 숨길 수 없다.

허세 가득한 염세주의적 태도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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