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만우절 이벤트 '속아준다' 참여 후기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해마다 돌아오는 4월 1일 만우절, 서양의 풍습으로 또 다른 이름으로는 '4월 바보의 날(April Fool`s Day)'이다. 프랑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일반적으로, 옛날 신년은 4월 1일 이후에 시작되었으나, 이후 1월 1일로 바뀌면서 그것이 제대로 전파되지 못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이 유럽 각국으로 퍼지게 되었고 속아 넘어간 사람들을 '4월 바보(April Fool)', 또는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만우절 풍습은 한국에서도 전해졌다. 만우절을 즐기기 위해 개인, 단체 구분 없이 '만우절용 이벤트'를 만들어낸다. 이날 하루만큼은 가벼운 장난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자칫 잘못했다가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문제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만우절 장난을 치기 전에 한 번쯤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 CGV

 

   
▲ 흔한 CGV 만우절 이벤트 인증사진 ⓒ CGV 페이스북

올해도 변함없이 여러 곳에서 만우절 이벤트는 진행되었고, 영화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먼저 CGV는 지난 1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콤보를 구매한 대상자에 한해서 본인이 직접 가져온 통에 팝콘을 담아준다는 '내 맘대로 팝콘 통'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히자마자(일부 지역은 진행하지 않았다), CGV를 방문한 많은 사람이 제각각 팝콘을 담으려는 '다양한 통'들을 가지고 매점을 습격했다. CGV 페이스북이 공개한 사진 속에는 물통, 주전자, 냉장고 김치통, 세숫대야 등이 등장했고, 관객들의 다양한 도구에 '미소지기'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 ⓒ 메가박스

메가박스는 만우절 이벤트로 메가박스 멤버인 고객들에 한정하여 '속아준다' 이벤트를 진행했다. 메가박스의 '속아준다' 이벤트는 매표소 혹은 티켓 부스에서 "청소년입니다!"라고 아주 뻔뻔하게 말하면 청소년 요금으로 관람하려는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단, 조조나 심야 등 일부 콘텐츠나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제외된다. 안 그래도 필자의 집 근처에 메가박스가 있었고, 메가박스 VIP 회원이었기에 이 이벤트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1일 저녁 메가박스를 방문했다.

   
▲ 믿기지 않겠지만, 저 사람들 모두 '청소년'이다

집 근처 메가박스에 도착했더니, 언제나 그랬듯 주말 저녁에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기 위해 방문했다. 그 와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평소에는 비교적 한산했던 매표소가(대부분 온라인으로 예매한 후 방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날만큼은 대기 줄이 길었다는 점이다. 매표소에 기다리는 사람들은 필자처럼 혼자 왔거나, 아니면 커플끼리 왔거나, 혹은 가족 단체로 청소년 요금으로 영화표를 끊으려고 기다렸다는 것.

40대로 추정되는 어떤 부부는, 너무나도 뻔뻔하게 "청소년인데요!" 라고 말했다. 이벤트를 알고 있지만, 그 부부의 영화표 구매를 돕던 한 '메아리'는 웃음이 터졌다. 남편 되시는 분은 여기에 "제가 나이에 비해 노안이라서 그렇지, 청소년 맞습니다"고 한 마디 덧붙여 매표소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영화표를 구매하러 온 사람이나, 신청받는 '메아리'나 서로 유쾌했던 한 장면이었고, 차례가 다가올수록 '더 재밌게 만들어야겠다'는 쓸데없는 각오만 커졌다.

   
▲ 청소년 요금으로 끊었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성공해서 허탈했다.

이윽고 필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어떤 영화를 보시겠어요?"라고 묻는 한 '메아리'에게, "영화 '원라인' 저녁 10시대 시간대로 하나 주세요"라고 답하면서, "청소년이요!"라고 강조까지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크게 확인도 안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청소년 요금으로 영화표를 끊어준 것이다. 평소에도 연령대에 비해 상당한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성공하니 왠지 모를 허탈감과 함께 뭔가 뒷맛이 개운하지 못했다.

영화표를 구매한 뒤, 곰곰이 생각해보았는데 VIP 회원 입장에서는 이 이벤트가 크게 좋은 이벤트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VIP 회원의 경우, 통신사 할인을 하면 무조건 2,000원 할인이었기에 3D 영화관을 끊어도 무조건 청소년 요금, 혹은 그보다 더 싸게 볼 수 있었다. 청소년이라고 외쳐도 되지 않아도 충분히 싸게 볼 수 있었는데, 굳이 쓸데없는 행동을 한 것 같아 속은 기분이었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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