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5 '프리즌'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어느덧 2017년의 1분기가 지나갔다. 이 짧은 기간에도 수많은 영화가 영화관 스크린이 올라갔다가 내려가곤 했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미녀와 여수'와 1, 2위를 다투는 '프리즌'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보았다. 

'프리즌'을 본 소감을 말해달라.
ㄴ양미르 기자(이하 양) : 최근 들어 충무로 영화의 대부분은 남자 두 명의 배우들이 포스터 지분율 50%를 차지하고 있거나, 남자들이 통째로 포스터 전체를 차지하는 영화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식상하다는 말을 하기도 지칠 정도인 상황에서, '프리즌' 역시 포스터만 보고 "또 남자들만 나오는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이 영화도 남자만 나온다.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을 찾아보려 했더니 맨 처음 살해당하는 여성, 주인공의 '엄마' 전화통화 음성만 나온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단지 남성'만 나온다고 치부하기엔 무언가 숨겨진 한 방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좋은 영화는 아닐지라도, 그 색안경에서 벗어나오면 흥미로운 영화였다.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양 기자와는 조금 의견이 다르다. 최근 한국영화 중에 범죄 장르가 판을 치고 있어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질려있던 참에 같은 장르 '프리즌'이 등장했다. '프리즌'은 교도소를 '악인'이라는 사나운 맹수를 가둬두는 하나의 '우리'처럼 맹수들이 드러내는 폭력성과 그 속에서 생존방식을 비춰주면서 기존에 봐왔던 범죄 영화들과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가 싶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나도 예측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점점 몰입도와 흥미가 떨어졌다.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게 '프리즌'을 평가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두 사람의 의견이 갈린다. '프리즌'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ㄴ 석 : '프리즌'을 보는 내내 2009년 프랑스에서 개봉했던 영화 '예언자'가 줄곧 떠올랐다. '예언자'와 '프리즌', 둘 다 주인공('말리크' VS '유건')이 교도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는 내용과 교도소를 휘어잡고 있는 우두머리('루치아노' VS '익호')가 교도소 바깥까지 영향을 끼치는 점이 유사했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교도소 내 철저하게 약자 신분이었던 '말리크'는 '루치아노' 일파의 일을 뒤치다꺼리함과 동시에 다른 세력들과 손을 잡으며 자신의 살길을 마련하는 반면, '유건'은 처음부터 머리인 '익호'를 타겟삼아 그에게 접근해갔다.

결론적으로는 '프리즌'은 '예언자'만큼의 명작이 되지 못했다. 바로 '유건'의 설정 때문이었다. 작중 설정이 경찰 출신이었다가 우연한 사고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후반부에는 이것이 '익호'를 잡기 위해 언더커버로 들어갔던 점이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끝이 "이것 또한 권선징악형 이야기로 끝나겠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졌고, 어느새 신선함은 식상함으로 바뀌었다. 추가로 덧붙이면, 나현 감독은 지나치게 한석규 한 사람에게 의존한 채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장면들이 속속 눈에 들어왔다. 여러분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양 : 첫 번째는 한석규의 연기 한 방이다. 교도소의 절대적인 제왕 행세를 하는 '익호'는 첫 장면부터 포스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한다. 자신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눈빛과 말투로만 제압하는 것 이상의 행동을 선보인다. 악랄한 그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모습은 마지막 교도소 대규모 폭발 장면이다. 어떤 폭발 장면을 보여줄 때는 보통 그 폭발 장면만을 여러 각도에서 클로즈업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움찔하지도 않고 태연하게 걸어가는 한석규와 함께 담아낸다. 이 장면은 마치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히스 레저)가 건물을 폭파하고 나올 때의 그 모습이 아니었겠나? 한석규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이유가 있다.

두 번째는 19금 장면에 으레 등장하는 '대놓고 때려죽이는 장면'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악랄한 역할(?)을 제외하고, 신체 절단 혹은 죽이는 장면 등은 다른 곳을 보여주거나, 몸으로 가리는 등 그 폭력의 수위를 스스로 제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으레 남자들끼리만 나오는 영화에서 등장할 '여성 성 상품화' 장면도 최소화했다. '내부자들'에서 이경영 배우가 등장한 그 장면에 대한 지적을 기억할 것이다. 그저 갇힌 공간에서 '남성 야수'들의 포악성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모든 것을 집중한 느낌이었다. '미녀와 야수'의 '야수'와는 분명 다르다.

   
 

현재 '프리즌'을 보고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배우 한석규의 연기력만 칭찬하고 있다. '프리즌'은 한석규 말고 다른 배우들은 존재감이 없었나?
ㄴ양 : '창길'을 맡은 신성록을 눈여겨볼 수 밖에 없다. '밀정'과 같은 영화나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드라마를 통해 그를 알고 있는 팬들도 있겠지만, 사실 뮤지컬 무대에서 신성록은 매체 연기보다 더 멋있음을 보여주는 배우다. 뮤지컬 무대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신성록은 이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서도 완벽한 적응을 보여줬음을 알렸다. 김래원과 텃세를 부리는 신경전이나 1:1 대결, 한석규와 선보이는 연기 합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앞으로 스크린을 통해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석 : '익호'의 오른팔 '홍표'를 연기한 배우 조재윤을 추천하고 싶다. 최근 영화, 드라마 등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로, 2주 전에 개봉했던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그리고 SBS에서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피고인'에서도 감초 같은 역할로 등장했다(공교롭게도 '피고인'에서도 조재윤은 죄수로 등장했다). '프리즌'에서는 그 누구보다 악랄한 악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피력하고 있지만, 그는 악역뿐만 아니라 코믹 및 정극 연기에도 일가견 있다.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만큼, 오랫동안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오는 4월 개봉예정인 '시간위의 집'에서도 볼 수 있다).

   
 

'프리즌'의 총평을 남긴다면?
석 : ★★☆ / 철찰에 갇힌 맹수는 그 곳이 자기 세계라고 포효하지만, 결국 그 맹수는 철창 밖을 나갈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한국식 '예언자'. 그래서 '송유건'의 설정이 아쉽다.
양 : ★★★☆ / 갇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성 야수' 실험실. 그 곳에서 가장 잘 보이는 건 '조커' 같은 존재들이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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