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19차 프로덕션 리뷰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12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빨랫감은 더 쌓여갔다. 그렇지만 그게 삶이라는 듯이 담담히 빨고, 널어낸다.

올해로 12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빨래' 19차 프로덕션이 지난 9일부터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을 개막했다.

뮤지컬 '빨래'는 한국 창작 뮤지컬 중 소극장 뮤지컬의 대표 격인 작품으로 이름만으로도 관객을 모은 '홍광호'를 비롯해 수많은 배우가 거쳐 간 작품이다. 이번 19차 프로덕션 역시 대극장에서 활약한 박지연, 조상웅, 신고은, 나하나 등이 출연한다.

   
 

사회의 최하층에 자리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약자 중의 약자인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가난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춘 '빨래'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인권과 여성혐오 등을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12년 전에 만들어졌음에도 얼마나 현실을 예리하게 꿰뚫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뮤지컬 '빨래'에선 서울 달동네로 이사 온 주인공 '나영'과 몽골에서 가족을 위해 한국에 온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공장 노동자 '솔롱고'의 로맨스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 위에 펼쳐진다. 지나치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극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볼 수도 있고 그만큼 한 사람의 삶에 관계하는 인물이란 게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인물 관계는 맨발을 드러내고 빨래를 하고, 양말과 속옷을 빨랫줄에 너는 '현실적인' 모습들과 함께 뒤엉켜 멋지고 극적인 장면만을 관객에게 보이는 통상적인 뮤지컬과 다른 작품임을 증명한다.

   
 

다만 이야기 자체는 너무 현실적인 나머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할머니와 딸도 그대로 살 것이고, 희정엄마도 구씨와 투닥거릴 테고, 솔롱고네 집 주인도 여전히 그를 '몽골'이라 부르며, 나영과 솔롱고도 여전히 풍족하지 못한 처지 속에 불투명한 서울살이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더 이상 빨래를 하는 것으로만 위로받지 않는 시대는 언제쯤 올까. 오긴 할까.

뮤지컬 '빨래'는 12년이 흐른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고쳐졌다. 19차 프로덕션에서도 극의 흐름에 비해 다소 툭 삐져나온 듯한 '요즘 이야기'가 덧대졌다. 오픈런이라는 작품의 특성상 뮤지컬 '빨래'는 앞으로도 우리 시대의, 관객 마음의 얼룩을 계속해서 빨아내지 않을까. 그것이 이 작품이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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