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두 명이 늘어난 현악 6중주처럼, 더 깊고 풍성한 '라흐마니노프'가 돌아왔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1번의 혹평 후 3년 동안 음악을 하지 못했던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심리 치료를 담당했던 '니콜라이 달'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6년 여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을 피아노 선율에 흠뻑 빠지게 했던 라흐마니노프 역의 안재영, 박유덕, 니콜라이 달 역의 김경수, 정동화가 그대로 돌아온 이번 '라흐마니노프'는 기존의 이범재 피아니스트와 함께 박지훈 피아니스트가 합류했고, 현악 4중주에서 더블베이스를 포함한 6중주로 변화를 줘 음악적 깊이를 더했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앙코르 공연은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극본상과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작곡/음악감독상을 받은 초연의 완성도 덕분에 눈에 띄는 큰 변화 없이 관객을 찾아왔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오세혁 연출의 말 대로 이번 '라흐마니노프' 앙코르 공연에선 작은 변화가 느껴진다.

조금 더 정적이고, 더 비워낸 무대가 눈에 띄는 것. 아주 작은 소리 하나도 신경이 쓰일 만큼 조용하고 어두운 무대는 관객을 더 몰입하게 한다. 너무 담백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정적이 흐르는 이번 앙코르 공연은 전작의 메시지에 감동 받은 관객도, 처음 보는 관객도, 혹은 이 작품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관객에게조차 한국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방향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중하면서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아낸 이야기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해서 얻는 '앞으로'가 아닌, '이미' 사랑받는 사람이란 작품의 주제는 '헬조선' 이후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지금 이 순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꼭 노력하고 열심히 하고 성공한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이미 사랑받는 우리 모두를 위한 다음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라흐마니노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을 넘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44회라는 짧은 공연 기간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3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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