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뉴스를 통해 세계각국에 행복지수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는데요. 여느 나라에서는 중산층의 기준으로 삼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악기 하나는 제대로 다룰 줄 안다' 라는 항목이 있다고 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신가요?

이번에 제가 만나고 온 인터뷰의 주인공은 12줄의 현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젊은 아티스트 박이슬 양입니다. 얼굴만큼이나 고운 소리로 마음을 울리는 연주를 듣고 왔답니다. 그럼, '가야금 타는 젊은이'로서의 삶은 어떠한지 들어 볼까요?

   
▲ 박이슬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가야금전공.

가야금과 연을 맺게 된 계기와 인생의 동반자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ㄴ 8살에 우연히 않게 방과 후 학교를 통해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접했다. 당시 겨우 피아노만 알고 있던 내게 가야금은 전통 악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적합했지만, 특히 맨손으로 직접적으로 줄을 뜯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가야금의 연주법은 어린 나를 홀려버리기에 당연했다. 이후 전국규모경연대회에 나가 대상을 타면서부터 '아! 내가 이 악기에 소질이 있구나!' 단순하지만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사실 그 작은 일이 훗날 지금의 나를, 20년 가까이 가야금을 전공하며 단 한 번도 다른 일에 한 눈 팔아 본 일이 없게 만들었으니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가야금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국악예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 수임당 지순자 선생님. 성금연 지영희 선생님의 따님이시죠. 제가 모시는 큰 선생님이시랍니다! (사진 위) 제게 창작음악·현대음악을 가르쳐 주신 박순아 선생님. 25현 가야금 분야에서는 아주 대단한 분이세요! 제 멘토이자 정신적지주이십니다. (사진 아래)

 

 

이른 나이에 진로 결정을…학교생활은 생각만큼 즐거웠었나요? 멘토 삼는 스승님은?
ㄴ 역사가 깊은 현재의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는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성적으로도 지금의 나를 형성해준 참 고맙고 멋진 학교다.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아가 전통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쳐 주었으며, 전통예술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마음가짐이 어떠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후 17살때 내 인생 최고의 스승이신 수임당 지순자 선생님을 만났고 스승님 덕분에 더욱이 가야금과의 사랑에 깊이 빠질 수 있었다. 그렇게 스승님은 감사하게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하셨다. 3년을 꼬박 가야금과 공부에 매진하여 수석 자리를 거의 놓친 적이 없었고 그야말로 모범생으로 살아왔다. 그 노력의 결실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모범생의 길이라. 특별한 어려움은?
ㄴ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곧바로 대학원 2년을 쉼 없이 달려오다 보니 나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은 실력, 선생님들이 하라는 대로는 참 잘하지만 그 이상이 없는 학생, 그렇게 꼭두각시 같았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슬럼프를 이겨내게 해준 힘이 궁금하다.
ㄴ 음악 외에도 여러 환경이 나를 지치게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독일 한국문화원에 강사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나는 도피처가 필요했고 베를린이 내게 그런 적절한 타이밍에 찾아와준 휴식처라 여겼다. 그렇게 나는 부리나케 도망가다시피 베를린으로 떠났다. 가야금도 멀리하고 그저 여행하며 두 달 즈음 쉬고 있었던 내게 우연히 찾아온 기회, 작곡가 이건용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학창시절 존경하던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는 일은 내게는 정말 흥분되고 설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마침내 선생님 앞에서 연주를 하게 되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찬사를 받았고 그 일로 비로소 내가 하고 싶은 음악, 내가 해야 하는 음악에 대한 갈피를 찾게 되었다. 그 이후 다시 열심히 가야금을 잡게 되었고 베를린에서도 끊임없이 연습하며 내게도 남들과는 다른 '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 독일에서 만났던 작곡가 정일련 선생님께서 '이슬이만의 소리'를 인정해주셨고, 그렇게 베를린에서 바쁜 1년을 가야금과 함께 보내고 돌아왔다.

'아 역시 사람에 답이 있었단 얘기'가 감동적이다, 앞으로의 삶이 더욱 기대되는데 향후 특별한 일정이나 포부에 대해 듣고 싶다
ㄴ 현재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여전히 가야금과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스승님께도 여전히 지도를 받고 있다. 동시에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 여러 곳에서 교육과 연주하러 다니고 있다. 작은 마을,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 등 나를 찾고 원하는 곳이면 가림없이 연주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나는 온고지신, 즉 전통음악을 갈고 닦아 그것에서 또 새롭게 창조해 내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평생 어렵고도 무거운 과제지만 내 음악이 그저 '소리 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 '의미있는 소리'이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나만의 소리, '익숙하고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더불어 많은 이들과 함께 나의 이 행복을 공유하고 싶다. (끝) 

뮤지션 분들의 환경과 악기는 각기 다르지만 훌륭한 뮤지션의 공통점은 바로 '수만수천' 번의 연습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열정을 잃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려주는 가야금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원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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