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시월애', '동감',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어바웃 타임' 등등 시간을 뛰어넘어 만나는 이야기들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예 '타임 슬립이라는 장르가 생겼고, 한때 국내 드라마의 트랜드가 되기도 했었다.
 
시간 여행은 만날 수 없는 시대의 인물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는 점에서 아련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늘 동반한다. 전혀 다른 시간대에서 오는 갈등과 해프닝, 그리고 예정된 이별.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그 중심에 한 커플을 둔다. 시간을 초월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시간 여행자들의 아내 '레이첼 맥아담스'
레이첼 맥아담스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재미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의 아내 역으로 많이 등장했었고, 그 중에서도 유독 시간 여행을 오가는 남편들이 많았다는 것. '시간 여행자의 아내' 외에도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 코미디 '어바웃 타임',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가 있었다. 그녀가 시간 여행자들을 택하는 것인지, 반대로 시간 여행자가 그녀를 택하는 것인지 정의할 수 없다. 어떤 이유든 레이철 맥아담스에겐 타임슬립이란 판타지를 끌어드리는 매력이 있나 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그녀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남자 헨리(에릭 바나)를 한평생 사랑한다. 헨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시공을 초월하는 자신을 현재에 붙잡아둘 수 있는 여자가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다. 그녀는 영화에서 현재라는 시간의 축이 되어 중심을 잡는다. 혼란스러운 시간만 잡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순간부터 관객의 시선까지 뺏어버린다. 관객이 시간 여행자가 되어 2009년의 레이첼 맥아담스를 볼 수 있다는 게, 재개봉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주는 선물이지 않을까.
 
 
   
 
시간 여행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클레어이 시점에선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른다. 하지만 헨리의 시점에서는 비선형적이다. 과거-현재-미래를 여행하며 헨리는 다양한 시간대의 클레어를 만난다. 어떤 시간대이든 한 여자, 한 남자가 서로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 진정 '시간을 초월해 변치 않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낭만적이다. 
 
헨리의 경쟁자가 늙은, 혹은 젊은 자신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이를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사람과 사랑은 늘 변한다는 걸 뜻한다. 시간에 따라 인간은 변하고,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도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많은 헨리가 선택한 사랑의 종착지가 클레어였다는 게 중요하다. 이는 모습과 방법이 변한다 해도, 사랑이라는 것이 향하는 곳이 변하지 않으면, 시간을 초월해 사랑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영화를 목격한 관객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가장 흥미롭다. 앞서 선형/비선형의 시간 축을 넘어 영화의 큰 그림을 보면,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한 커플을 중심으로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과 그 사이에서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 시간 여행을 하는 헨리든, 그를 기다리는 클레어든 그들은 항상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그렇게 이 영화는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언제나 '사랑'하라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모든 관객의 봄날을 응원하며 재개봉하는 듯하다.
 

▲ '시간 여행자의 아내' 영화 속 시간의 의미 ⓒ 시네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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