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델마와 루이스'

   
 

[문화뉴스] '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많이 한다. 각자 일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억압, 편견 등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다. 어딘가에 갇혀 있지 않아도 우리는 현대 사회 속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중 일탈을 시도하거나 일탈을 통해 자유를 쟁취하는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나, 현대사회는 여성들을 아직도 구속하고 있다. 근대사회에서부터 이어져 온 남성중심사회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어 소수자들을 자유롭게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렇게 고구마 여러 개 먹은 듯 막혀있는 여성들의 목멤을 해소해 줄 한 모금 사이다 같은 영화가 있으니, 거장 리들리 스콧의 '델마와 루이스'다. 개봉한 지 2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델마와 루이스'는 '여성들의 워너비' 영화이자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델마', 그리고 '루이스'.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적으로 지루한 일상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두 사람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장의 메모만 남겨두고 떠났다. 하지만 잠시만이라도 일탈하기 위해 기분 좋게 떠났던 두 여성의 여행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술집에서 '델마'를 폭행 강간하려고 시도했던 남성을 '루이스'가 권총으로 사살하면서 그녀들은 모든 게 꼬이기 시작했다.

   
 

두 여성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 수많은 남성을 마주쳤다.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델마'의 남편), 여성을 유혹하고 돈을 가로채는 건달('제이디'), 성희롱하는 트럭운전사, 속도 위반했다고 강압적으로 몰아세우려는 경찰까지… 하나같이 그녀들에게 전혀 득 될 게 없는 남자들 투성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델마'와 '루이스'는 이들과 만나면서 점점 변해갔다. 특히, '델마'의 옷차림과 태도, 사고방식이 변해가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그동안 억눌려있던 그녀의 본능을 붙잡아두던 족쇄가 풀려 해방된 느낌이랄까?

결국, 경찰에 쫓겨 궁지에 몰리게 된 '델마'와 '루이스', 그녀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그랜드 캐년 절벽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영화는 끝이 났다. 최초 촬영분이 안전하게 착지한 후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는데 바뀐 이유가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깨뜨리지 못했다는 현재를 각인시켰던 것 같다. 다소 비극적이고 안타까운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느낌까지 드는 건 그녀들이 더는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아니었을까?

   
 

개봉한 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델마와 루이스'가 워너비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는 건, 아직까지 가정에서, 동료 사이에서, 사회에서 소수자의 자유로운 일탈이 허락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에 '델마'와 '루이스'처럼 기성 사회에 맞서 싸우며 깨뜨리려는 소수자들의 등장과 사람들이 가치관이 점차 변화하고 있기에 그녀들처럼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자유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1991, 19세 관람가, 드라마 ,
2시간 4분, 평점 : 3.8 / 5.0(왓챠 기준)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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