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수요일. 한 주의 절반을 보냈다는 생각에 왠지 맥주 한 잔쯤은 마셔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기엔 남은 요일이 더 지루하게 느껴질까 왠지 꺼려지기도 하는 그런 날, '김사월X김해원'이 관객들을 '멜랑꼴리콘:바'로 초대했다.

   
▲ 창동 플랫폼 61 '멜랑콜리콘:바' 공연장

지난 15일 오후 7시 창동 플랫폼 61에서 '김사월X김해원'의 2017년 첫 공연 '멜랑꼴리콘:바'가 진행됐다.공연장 안은 전날 따뜻한 발렌타인을 함께 보낸 연인들부터 친구와 함께 혹은 홀로 공연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찼다.

'김사월X김해원'은 싱어송라이터 김사월과 김해원이 결성한 포크 듀오다. 홍대를 중심으로 각자 활동해오던 두 사람이 2013년부터 함께 활동하기 시작한 것. 지난 2014년 EP '비밀'을 발매했고 이듬해 2015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에 5개 부문 후보로 선정,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포크 음반' 2개 분야에서 수상하는 등 큰 성장을 보여줬다.

   
▲ (왼쪽부터) 김해원, 김사월

"여기 저기 난 많이 꼬였어. 날 비웃던 네 모습보다 더"

'김사월X김해원'은 1집 '비밀'의 수록곡 '안아줘'를 부르며 공연의 문을 열었다. '안아줘' 속 화자는 여기저기 꼬였고, 그만큼 고독하다. 누군가 나를 안아주길 바라는 욕망에 가득차있다. 사실 인간이란 게 그렇지 않나,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꼬여있다.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꼬여있나' 하며 원인을 찾으려고도 하고 베베꼬인 나를 이해해 줄 누군가를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이유를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꼬여있다. 그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사실인가. '안아줘'는 이런 사실을 냉소적으로 노래한다. 노래의 멜로디와 리듬은 간결하고 통통 튀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보컬도 보컬이지만 그들의 연주를 눈여겨 보는 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 '김사월X김해원'의 김해원

"가야 할 사람이기에 안녕, 안녕이라고 말 해야지"

'김사월X김해원'이 부르는 장현의 '석양'. 커버곡을 들을 때, 굳이 원곡과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원곡을 꼭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리메이크 곡이나 커버 곡을 들을 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리메이크 곡이든, 원곡을 찾아 듣는 것이 좋다. 분명 원곡과 커버곡의 각기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석양' 도입부 김해원의 연주는, 본격적인 곡으로 들어가기 전 청자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 '김사월X김해원'의 김사월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그들이 부르는 또 하나의 커버곡 '사의 찬미'(원곡 윤심덕)에서 돋보였던 것은 퍼커션 연주다. 퍼커션은 '단편선과 선원들'의 장도혁이 맡았다. 

장도혁이 소속되어 있는 '단편선과 선원들'은 록 밴드로, 실험적인 포크 음악을 선보이는 팀이다. '단편선과 선원들'의 앨범 '뿔'이 2017년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부문에 후보에 오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서 설명한 곡 이외에도, '비밀' 앨범에 수록된 '사막', '지옥으로 가버려', '회전목마' 등을 부르며 공연장을 그들만의 분위기로 채웠다. 한편 미발매 신곡 '우리가 모르는'을 부르기도 했는데, 오랜만에 들리는 신곡 소식에 팬들은 기대감을 표했다.

   
▲ '김사월X김해원'의 김해원

앵콜 곡으로는 지난 11월 발매한 싱글 '허니 베이비'를 선보였다. '허니 베이비'는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뉴스를 공유하는 해외 웹진 'Hello Kpop'에 2016년 최고의 포크·컨트리 노래로 선정되기도 했다.

멜랑콜리와 관련한 몇 가지 이론들에 따르면, '멜랑콜리아'들은 대부분 사물에 대해 깊게 사색하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해진다. 서양에서는 이 '멜랑꼴리'를 창조력의 원천으로 보아왔기도 했다. '김사월X김해원'은 세상과 사물에 대한 깊은 사색의 결과를 노래한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무던하고 조용하게 표현한다. 예술의 표현에 있어 처절하고 절절한 방식은 때로 우리의 숨을 막히게한다.

특히 그것이 인간과 관계, 그리고 세상을 다룰 때 더욱 그러하다. '김사월X김해원'은 세상을 향해 무던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던진다. 그러나 거기에는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한편 '김사월X김해원'은 "솔로 활동도 각자 열심히 하고있고, 2017년에는 공연을 통해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연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사진] 문화뉴스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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