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노팅 힐'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밥 먹으면서 TV에 나오는 예쁜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저런 사람과 같이 살면 어떤 기분일까?" 필자는 특히 김태희가 과거에 출연했던 핸드폰CF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간혹 했는데, 10년 전에 봤던 실물이 매우 아름다워 아직까지도 잊질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특정 연예인을 좋아하는 어느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상상이다. 만약 그러한 상상이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면, 얼마나 설레고 짜릿할까?
 
런던의 조용한 동네 노팅 힐에서 작은 여행전문서점을 운영하는 윌리엄 데커(휴 그랜트), 손님도 잘 오지 않는 그의 가게에 '월드스타'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갑작스럽게 방문했다. 남들이 알아보는 유명 연예인과 우연히 한 번 마주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안나 스콧을 다시 만나고, 스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고맙다는 키스도 하고, 그녀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독대하는 행운까지, 이쯤이면 윌리엄 데커는 자기 인생의 모든 운을 다 썼다.
 
잘나가는 연예인의 삶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고통의 나날이었다. 안나는 먹는 것도,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 하나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상품화하여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마치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마네킹과 같은 연예인의 삶. 그렇기에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제한사항이 뒤따른다. 특히나 스캔들이 한 번 터져 자신이 쌓아놓은 모든 것들이 날아가게 되면, 이미지 회복 혹은 재기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타가 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여배우 안나 스콧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 때문에, 얼마 뒤에는 안나의 누드사진 스캔들, 안나가 윌리엄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을 때에는 윌리엄의 룸메이트 입방정으로 1면을 장식했다. 그만큼 연예인과 같이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기에, 안나의 고백에 윌리엄은 감당하기 힘들다 여겨 거절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이기에, 그렇게 여배우와 일반 남성의 사랑의 결말은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솔직히 안나 정도의 능력이라면, 윌리엄보다도 훨씬 더 잘나가고 멋진 남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나를 만나는 남자 또한 비슷한 지위였을 것이고, 그들 또한 안나 못지않게, 혹은 안나보다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과 즐길 수 있다. 즉, 그들은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고, 단지 즐기는 관계로 여겼기에 안나는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을 것이고, 그들은 그녀를 아파하든 말든 내버려둔 셈이다. 쉽게 말해 그녀는 외로웠다.
 
   
 
 
그렇다면 윌리엄은? 그는 안나가 만나왔던 남성들처럼 백마 탄 왕자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자신의 굴욕을 감수하면서라도 그녀를 보호해주려 했고, 그녀를 잘나가는 스타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사랑했다. 안나는 윌리엄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고, 이 감정이 안나를 감동하게 만든 것이다
 
본능적으로 사랑을 먹고 살며, 사랑을 갈구하는 여성에게 있어 윌리엄 같은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상대가 나보다 여러 조건이 좋다고 하여 그 사람과 사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향한 진심과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우리 또한 안나 스콧 같은 남부럽지 않은 사람과도 얼마든지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노팅 힐'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사랑에는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노팅 힐(Notting Hill), 1999, 12세 관람가, 로맨틱 코미디, 
2시간 3분, 평점 : 4.0 / 5.0(왓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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