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100년 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던 이들은 지금의 세상을 보고 뭐라 말할까.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조선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이자 김옥균을 암살하란 임무를 받은 홍종우와 갑신정변을 일으킨 개혁가 김옥균, 대한제국의 1대 황제 고종, 세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역사 느와르를 표방하고 있다.

'김수로프로젝트' 19탄으로 와다 역으로 출연하는 김수로 본인을 비롯해 김옥균 역에 강필석, 임병근, 이동하, 홍종우 역에 김재범, 김무열, 이율, 고종 역에 김민종, 조순창, 박영수, 이완 총리 역에 김법래, 임별, 와다 역에 강성진, 정하루, 종윤 역에 이시후, 앙상블에 채태인, 김선혜, 최성환, 김호민, 박소리, 이종혁, 노정현, 김재윤, 김기동, 이현준, 윤준호, 장정윤, 이상운, 김광일, 박재은, 신동아, 최원석이 출연한다.

작품은 느와르란 단어에 충실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론 최근 대극장 뮤지컬들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한 무대 구성 속에서도 전체적인 무대의 어두운 톤과 대비가 강한 조명을 사용, 흑과 백으로 이뤄진 '센 이미지'를 구축한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구축되는 이미지 외에도 작품의 분위기 자체가 흑과 백으로 묘사된다.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너무나 아끼던 김옥균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해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고종의 인간적이고 유약한 면과, 이상적인 혁명가로 그려지지만 다르게 보면 혁명에 실패해 도피했다 궁지에 몰려 죽음을 맞이한 김옥균이 대비되며 홍종우의 양 끝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종과 김옥균은 겉으로 볼 땐 이렇게 흑과 백에 가깝지만 둘 다 종국에는 흰색으로 표현된다. 실제로는 이들 모두 이완 총리라는 어둠의 절대 악과 대비되는 인물이며 '초인'과 다름 없어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란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느와르 적인 분위기와 달리 스토리 텔링에서 지나치게 친절한 면이 보인다. 조명의 전환을 극단적으로 활용한 아주 인상적인 오프닝이 지나고 나면, 고종과 김옥균, 홍정우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차례차례 그려낸다. 이런 부분이 너무 길게 이어져 홍종우가 고종과 김옥균 사이에서 고뇌할 시간을 너무 짧게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조금 더 홍종우가 김옥균과 함께 지내며 그를 흠모하고, 관객 역시 김옥균이 가지는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음악과 안무는 전체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다. 앞서도 언급한 오프닝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란 표현밖에 쓸 수 없으며,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200% 극대화하는 김성수 편곡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음악 장르가 여러 가지 등장하며 한 곡 내에서의 급격한 변화가 주어지는 것도 기존 뮤지컬 넘버의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유일한 아쉬운 점은 비둘기가 날아다니는 홍콩 느와르를 보는 것처럼 액션 씬에서의 슬로우 모션이 너무 자주 활용되는 감이 있다.

   
 

그렇지만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시의성이란 면에서 시기적절한 작품이다. 대형 창작 뮤지컬에게 쇼 비지니스 이상의 가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극 중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일어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굳힌다. 절대 악 이완 총리마저도 한일합방은 조선이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100년 전의 세상과 100년 전의 인물들이지만, 클래식이란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곤 투모로우'는 다분히 클래식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와 '느와르' 모두를 잡고자 한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앞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더 발전해야 할 작품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곤 투모로우'가 가지는 주제 의식이 지금의 관객들에게 유효한 이상, 이 작품은 앞으로 꼭 더 발전되고, 계속해서 공연돼 사람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생각하게끔 할 필요가 있다. 관객 역시 그러한 의미에서 창작 초연 뮤지컬인 '곤 투모로우'를 지켜보고, 함께하면 어떨까.

한편, 비슷한 시기에 공연 중이고 두 작품 모두 애정을 듬뿍 가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지나 연출의 또 다른 작품 '도리안 그레이'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텐데, 기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유사성이 많이 보인다. 영상을 이용한 배경 세트의 간략화와 안무를 중시하는 연출의 의도가 이번 '곤 투모로우'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다. 세 명의 남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점 등 뮤지컬 팬이라면 두 작품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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