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구성원의 조합…원작과의 차이는?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역마차', '석양의 무법자', '황야의 무법자'……. 현상금을 노리던 수많은 무법자·총잡이들이 스크린에서 활동하던 시기가 있었다. 미국의 서부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이런 영화는 웨스턴물, 즉 서부극이라 불리는 하나의 장르였으며, 그 인기 덕분에 하나의 시대로 기록되었다.
 
그중 1960년 개봉한 '황야의 7인'이 리메이크되어 2016년의 관객 앞에 도착했다. 50여 년 전의 '황야의 7인'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를 리메이크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어떻게 달라졌을까.
 
 
   
 
 
원작과의 차이
리메이크의 숙명은 원작과의 비교다. 그러므로 '매그니피센트 7'도 '황야의 7인'과 끝없이 비교당할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7인의 총잡이가 의뢰를 받고 작은 마을을 지킨다.'라는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는 원작의 것을 그대로 이식해 왔다. 하지만 안톤 후쿠아 감독은 원작을 단순히 복제하려 하지 않았고, 새로운 해석으로 이 영화를 다시 만든 이유를 명확히 하고 있다. 덕분에 원작과는 다른 즐거움과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탄생했다.
 
내·외적으로 보이는 변화 한 가지씩만을 가볍게 언급하며 넘어가 볼까 한다.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액션의 양과 질이다. 이 영화의 액션의 규모는 더 커졌고, 합은 더 세련되게 변했으며, 더 즐길 것이 많아졌다. 관객에게 서부극의 즐거움을 전달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더불어 원작의 투박하면서도 경쾌한 서부극의 분위기도 죽지 않았다. CG를 자제하고 최대한 아날로그 형식으로 촬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발 한 발 장전해서 쏴야 하는 총이 주는 매력을 느껴보기를.
 
이야기 내적으로는 '매그니피센트 7'은 총잡이 7인에게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황야의 7인'은 총잡이들과 마을 사람들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었다. 7인의 영향으로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마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영화는 가족을 정착한 삶을 살며 가족을 지키는 농민의 숭고함에 관해 말한다.
 
'매그니피센트 7'은 7인의 우정과 의리를 중심에 두고, 그들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악당과 전투를 벌인다는 정의감에 방점을 둔다. 총잡이 개개인 별로 이야기가 더 두꺼워졌고, 서로 간의 관계에서 케미스트리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인물에 더 집중한 결과 액션 씬의 비중이 더 커졌고, 그 볼거리와 재미 역시 더 커졌다. 7인의 콤비네이션에서 그 즐거움을 확인해 보길.
 
   
 
 
독특한 구성원의 조합
'황야의 7인'의 7인이 모두 백인이었던 것과 달리 '매그니피센트 7'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 아시아인, 인디언 등의 인종에서의 변화가 있었고, 미국 남북전쟁 시기 진영이 달랐던 이들도 한 팀이 된다. 가장 놀라운 점은 흑인 총잡이 샘 치좀(덴젤 워싱턴)이 7인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서부극에서 흑인은 배제당해야 했던 존재다)
 
이렇게 '매그니피센트 7'은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문화, 인종 등에서의 통합을 시도하는 진보적인 면을 보인다. 안톤 후쿠아 감독이 리메이크하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기술적 변화뿐만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를 새로 만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여성의 역할에서도 감독은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마을을 대표해 7인을 고용하는 것은 여성 엠마(헤일리 베넷)이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임무를 여성에게 부여했다. 그리고 엠마를 로맨스의 대상으로 배치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직접 총을 들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당대 인종, 여성에 대한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가득 차있는 서부극을 2010년대의 모습으로 멋지게 리부트 했다.
 
 

▲ '매그니피센트 7'에 출연한 이병헌이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네마피아

 

이병헌이 '매그니피센트 7'에 끼친 영향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가 '황야의 7인'의 리메이크라는 건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7인의 총잡이 안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이지 않았을까. 이미 '레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지.아이.조' 등 다수의 영화에 등장했던 그는 미국 영화 아카데미의 회원이 될 만큼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자면, 그가 악역을 맡지 않은 첫 번째 영화라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병헌의 연기는 아시아인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이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를 통해 이병헌의 서부극을 봤다. 그리고 그 영향 혹은 잔상이 '매그니피센트 7'에 묻어있는 듯했다. 빌리 락스(이병헌)이 칼을 쓰는 장면은 그가 과거에 맡았던 인물의 그것과 무척 닮아있다.
 
   
 
 
또한, 이병헌은 이번에 상당히 많은 부분의 액션을 직접 설계해야 했단다. 그래서 정두홍 무술감독의 도움을 받았고, 그렇게 빌리 락스가 칼을 쓰는 멋진 액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빌리 락스의 액션은 한국적 액션이 할리우드라는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준 좋은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인·아시아 배우로서의 이병헌의 발걸음은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국내엔 '워너 브라더스'와 '20세기 폭스' 등이 관여하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고, '곡성' 등은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이는 한국의 영화, 그리고 그 속의 스텝과 배우가 곧 세계를 무대로 영화를 만들 기회가 올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때, 우리의 영화는 무엇을 보여주고 해낼 수 있을까.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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