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개의 '싫어요'…'토르'가 전화기를 들었을 때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100만 개의 '싫어요'가 싫어요
폴 페이그 감독의 '고스트버스터즈'는 예고편만으로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백만 명이 열광한 지점이 '싫어요' 버튼이라는 점이 정말 싫었겠지만, 놀라운 반응이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반응은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에 칼을 대고 리부트할 때, 당연히 겪어야 할 진통이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에겐 좀 가혹해 보였다.
 
원작과 리부트의 가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주인공 성별의 변화였다. 원작에서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이 유령을 퇴치했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네 명의 여자 주인공이 유령과 싸운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인종 문제와 함께,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페미니즘에 응답이라도 하듯 '고스트버스터즈'는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에 뒀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낯설었을 관객이 있을 것이다.
 

▲ [양기자의 씨네픽업] '고스트버스터즈' 유튜브 100만 싫어요의 진실은? ⓒ 시네마피아

 

하지만 100만 개의 '싫어요'를 단순히 페미니즘적 변화에 대한 반발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과거의 캐릭터와의 (물리적인) 연속성을 방해하는 인물은 하나의 배신으로 느낄 만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리부트했는데, 그 영화의 주인공이 내가 기억하는 주인공과 완전히 다르다면, 기분이 마냥 좋을 리 없다. 차라리 리부트가 아닌, 원작의 뒷이야기라는 설정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고스트버스터즈'라는 영화를 제대로 보기도 전에 하나의 편견(원작을 망쳤다)이 작동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영화를 다양한 논쟁 혹은 과거와의 비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면, 꽤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고스트버스터즈'는 매우 유쾌하며, 발랄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영화의 익살스러운 매력에 푹 빠져보기를.
 
   
 
 
토르가 전화기를 들었을 때
주인공의 성별이 여자로 변한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들의 비서다.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서 비서라고 하면 떠오르는 지배적 이미지를 생각해보자. 지적인 여성 혹은 관능적인 매력을 가진 여성이 웃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는 이러한 이미지를 완전히 역전시키는 남성이 비서 역할을 맡았다.
 
망치로 적들을 때려잡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전화를 들고 귀여운 매력을 뿜어내는 비서로 이 영화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동네 바보 형과 같은 역할을 맡은 크리스 햄스워드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그에게 전혀 기대할 수 없던 모습을 보여주고, 웃음을 준다. '스파이'에서 제이슨 스타뎀이 맡았던 코믹함을 그가 이어받은 것이다. 그의 근육에 기대했던 것이 배반당할 때, 그 즐거움을 상당하다.
 
관능적인 여성의 자리에 근육질의 남성이 앉음으로써, 어떠한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성 혹은 여성비서가 가지던 이미지(섹시하고, 수동적이며, 때로는 무능하고, 그래서 민폐를 끼치지만, 언제나 아름다운)를 남성이 전유했을 때, 발생하는 이 괴리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도 확장할 수 있다면, 이 영화의 유머가 진한 블랙 코미디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