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원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작품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우려였다.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며 창작 초연 뮤지컬에 대한 퀄리티 걱정을 말끔히 씻어냈다. 2000년대 초반 이모티콘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른바 '통신어체'를 통해 '유머'가 아닌 '소설'을 연재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의 '내 남자친구에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는 큰 변화 없이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따라간다.

매일같이 교문 앞에 데리러 오는 3년 된 남자친구 권은형의 철없는 행동에 질려가는 여주인공 이강순은 같은 학교의 킹카 박승현에게 마음이 간다.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강순은 우연한 사고로 찍힌 승현과의 키스 사진이 계기가 돼 은형과 헤어진다. 하지만 새로운 남자 승현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 자기도 모르게 은형을 찾게 되는 강순은 알고 보니 키스 사진을 뿌린 사람이 은형이를 짝사랑한 보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은형이 폐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강순은 뒤늦게 후회한다.

   
 

지금까지도 청소년 층의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웹소설. 그중에서도 장르 1세대인 귀여니의 원작답게 지금 와서 보면 '오글거리는' 내용으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내 남자친구에게'는 '로맨틱 판타지 뮤지컬'을 표방한 만큼 오글거리는 내용을 오히려 더욱더 오글거리게끔 만들어 유머로 살렸다. 덕분에 작품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웃음을 머금게 한다. 후반의 심각한 장면에서조차 관객의 웃음이 터지곤 한다는 점에서 완급 조절이 다소 아쉬운 느낌은 있지만, 뒤로 갈수록 배우들의 연기를 통한 생생한 감정 표현이 더해져 원작 이상의 감동을 준다.

   
 

'늑대의 유혹'에서 정태성 역을 강동원이 하며 살아있는 킹카가 됐듯이 귀여니의 소설 속 인물들은 작품의 인기에 비하면 입체적이고 개성적인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클리세의 조합 같은 면이 있었기에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를 통해 살아있는 배우들의 연기로 전해지는 감동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익숙한 귀여니의 작품답게 '내 남자친구에게'도 사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있는 무대 예술로 탄생시키기엔 어려움이 따를 텐데 그런데도 7명이란 소극장 작품으론 많은 배우의 투입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력으로 상당 부분 극복한다. 조악하게 만든 소품 자동차 등을 통한 깨알 같은 웃음은 덤이다.

   
 

어떤 컨텐츠를 뮤지컬로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의 존재일 것이다.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는 이 역시 효과적으로 풀어갔다. 대부분의 서사를 진행하는 넘버는 창작곡으로 만들고 거기에 더해 영상을 통해 가사를 배경에 쏘는 단순한 방법으로 극복한다. 작품의 몰입을 깰 수도 있지만, 웃음기 가득한 작품의 톤앤매너 상 관람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자유로운 발상이 기반이 되는 연출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또 거기에 부족한 감정적 표현은 쥬크박스 뮤지컬 형식을 빌려와 해결한다. 이 역시도 우리가 학생 시절 노래방에서 숱하게 쓰라린 감정을 잡고 불렀던 익숙한 노래들이 나와 몰입을 배가한다. 원작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감수성 풍부한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이라면 솔깃한 조합이다.

   
 

다소 아쉬운 점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을 충실히 따라가서 2016년과 다소 맞지 않는 설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병원 장면에서 '카메라 사러 나가는' 일은 좀 전까지 스마트폰 들고 셀카 찍던 모습과 충돌해 위화감을 준다.

   
 

하지만 뮤지컬 '내 남자친구에게'는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에겐 2000년대 초반의 추억을 맘껏 되살려보는 기회로, 원작을 모르는 관객에겐 유쾌한 웃음과 감동의 오글거림을 줄 수 있는 즐거운 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까지 동양예술극장 3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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