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을 썼다는 게 화가 난다

   
▲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영화리뷰 웹진 '무빗무빗'의 에디터.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아, 우리의 '그녀'는 떠났습니다. 속세를 떠나 절로 떠났습니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에 타코야끼만 봐도 스님의 뒤통수가 생각나 슬퍼하는 견우.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 청년의 최대의 적, 취업 앞에서 더 불쌍해진 그에게 한 여자가 다가온다. 견우를 '존만이'라 부르며 아주 괴팍하고 살벌하게 다가온다. 그녀는 어린 시절 놀림 받던 견우를 유일하게 구원해준 견우의 첫사랑이란다. 그녀는 견우와 결혼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하지만, 견우는 취업해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새로운 '그녀'는 더 불쌍해진 견우를 좋은 남자, 남편으로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추억 여행, 혹은 추억 팔이

전작에서 전지현이 보여줬던 괴팍하고 살벌한, '엽기적인' 모습은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정점을 찍는 순간을 만들었었다. 그 덕분에 '엽기적인 그녀 2'는 전지현이라는 아이콘을 만든 영화의 후속작이라 것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영화다. 그런데 전지현의 자리가 빅토리아로 대체되었다고 했을 때, 관객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단순히 주인공이 바뀐 문제부터 시작해, 인기 아이돌이자 연기 경험이 없는 그녀에게 어떻게 이 거대한 영화를 어떻게 맡길 수 있는가 물어봐야 한다.

빅토리아는 10년 전 관객이 사랑했던 그녀의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거칠면서 거침없는 모습, 털털하면서 직설적으로 할 말 다하는 '그녀'는 이전 시리즈의 DNA를 이식받으려 한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서 이전만큼의 애정을 느낄 수 있을지, 그리고 전작의 그녀를 대신할 특별함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불어 10년 전의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는 '엽기적인 그녀 2'는 CG 등의 효과에서도 '그리움'의 정서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이를 보며 관객이 그리움을 느낄지, 혹은 당혹스러움을 느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10년 동안 높아진 관객의 눈을 고려하지 못한 연출이 곳곳에 있다. 이런 점에선, 차라리 10년 전을 그립게 만들었기에 '추억'의 승리라 말하고 싶기도 하다. 추억으로의 초대가 될 것인가, 추억 팔이가 될 것인가.

'엽기적인 그녀 2'는 취업 문제, 갑을 문제 등을 다루며 우리 시대의 문제를 끌어온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방식을 보면서 관객이 공감하거나 '사이다' 같다는 느낌을 받을 지점은 찾기 힘들다. 부족한 이야기에 갈등을 만들기 위해 애쓴 느낌은 있는데, 무수히 많이 보던 클리세와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만이 있을 뿐이다. 견우와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도 어떤 감동을 하기엔 무리다. '엽기적'이란 제목과 달리 이 영화에서 어떤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특별한 감동을 기대한다면 '글쎄요'라는 우려를 보내고 싶다.

   
 
한·중 합작의 오해

조근식 감독은 이 영화를 중국과의 합작을 위해서 만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밝혔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엔 이 영화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따라 만들었을 것이란 추측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 "중국과 아시아를 겨냥할 수 있는 A, B라는 배우가 캐스팅되어야 한다. 중국의 C, D라는 장소가 꼭 들어가야 한다. 전작의 배우가 함께 해야 한다." 차태현이라는 배우를 제외하고 이 영화를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이라 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진지하게 들어보고 싶을 정도다.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절단할 수 있다. 견우와 그녀의 결혼이라는 사건을 경계로 두 부분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는 심하게 표현하면 '영화 아닌 부분'과 '영화 같은 부분'으로 말할 수 있다. 전반부는 한중합작임을 보여주기 위한 부분으로, 영화라기보단 다양한 영상의 집합이며, 파운드 푸티지 영상물 일부도 섞여 있는 듯하다. 결혼 전까지 이야기는 어딘가 허술하며 조잡하고, 관람을 힘들게 한다.

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을까. 영화의 목적과 수단이 전치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영화는 그 만듦새, 이야기,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높은 수익을 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시작하면 이상한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 자본만을 위한 영화가 제작되면 이처럼 기괴한 모자이크식 영화가 될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것,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이 부조화를 이룬 영상물. 이것은 영화일까.

   
 
리틀 빅 피쳐스의 변화?

국내의 배급시장은 거대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리틀 빅 피처스'는 자본이 장악한 배급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카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화장', '산다', '마돈나', '오피스' 등 자본이 점령한 영화계에 의미 있는 작품들을 배급했다.

 
"리틀 빅 픽처스는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영화 투자배급 시장에서 신선한 시도이자 실험이다. 제작사 당사자가 협동의 방식으로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영화 시장은 창작자가 아닌 자본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고용하겠다는 의지는 무척 반갑다." - 씨네21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려 한다' 中 (2015.06.17.)
 
그래서 리틀 빅 빅처스가 이번 작품을 배급한 것은 조금 낯설다. 목적과 수단이 전치된, 투자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이번 영화를 보면서, 리틀 빅 픽처스가 노선을 변경한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결과물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의문이다.

정말 엽기적인 그녀가 이 시대에 다시 스크린에 복귀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관객은 어떤 모습을 기대했을까. '엽기적인 그녀 2'를 관람하고 나면, 관객은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를 그리워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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