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나무(왼쪽)와 문성일(오른쪽)이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문화뉴스] "'조이' 대사 중에 보통사람처럼 지내고 싶다는 것이 있다. 과연 그 보통사람인 게 뭘까, 평범한 가정이 뭘까 생각을 한다." - 배우 문성일

가정의 달인 5월에 생각해보기 좋은 연극 한 편이 공연된다. 지난 1일부터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국내 초연되는 연극 '킬 미 나우'는 캐나다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가 2013년 발표한 작품이다. 선천성 장애를 가진 소년 '조이'와 아들을 위해 헌신한 '제이크'가 겪는 갈등을 다룬다. 지난해 런던 공연 당시 영국 언론으로부터 "성(性)과 장애, 죽음 등 쉽지 않은 주제에 대해 솔직하고 대범하게 접근했다"는 평을 얻었다.

'킬 미 나우'는 평생 보살핌을 받아온 소년 '조이'의 성장과 독립 문제로 인한 갈등을 통해 장애인 또한 평범한 '보통 사람'임을 보여주면서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에 대해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더불어 가족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체력적, 정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드러나는 '나'로서 존재하고자 하는 삶에 대한 욕구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서로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7월 3일까지 열리는 공연을 알리기 위한 프레스콜이 4일 오후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열렸다. 오경택 연출을 비롯해 촉망받는 작가였으나 아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 '제이크'를 연기한 이석준, 배수빈, 선천성 장애로 일상생활과 의사소통에도 제약이 있는 소년 '조이'를 맡은 오종혁, 윤나무, '제이크'의 연인 '로빈'을 연기한 이지현, '조이'의 고모인 '트와일라'를 소화한 이진희, '조이' 친구 '라우디' 역할엔 문성일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오경택 연출, 배우 윤나무, 오종혁, 이석준, 배수빈, 이지현, 이진희, 문성일, 지이선 작가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작품을 참여한 이유를 말해 달라.
ㄴ 지이선 : 대본을 우선 먼저 받았다. 읽고 나서 분명 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부터 안락사와 같은 죽음의 형태를 소개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

문성일 :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작품을 해서 영광이다. 이 작품 참여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대본을 처음 보고 새로운 캐릭터와 작품의 메시지가 머릿속에 깊숙하게 박혔다.

이진희 : 역시 대본의 영향이 컸다. 대본을 보고 고민을 했다. 너무 센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한 번 꼭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고, 대본이 주는 첫인상이 좋았다. 그래서 참여했다.

이지현 : 장애인의 속마음과 안락사 이야기가 대본에 등장한다. 누구나 궁금한 이야기지만 숨기는 내용인데 공론화시켜서 좋았다. 그 소재에 대해 소통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

배수빈 : 대본을 처음 보고 나서 1주일을 망설였다. 너무나 강렬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면 배가 아플 것 같아서(웃음) 뛰어들었다. 가족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었고, 꼭 보여주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이석준 : 대본이 가장 크다. 논란의 여지가 많을 작품인데,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다. 평소 작품을 선택하면서, 관객에게 질문을 줄 수 있는지 아닌지를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 오종혁이 '조이'를 연기한다.

오종혁 : 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참여하게 됐고, 꼭 해보고 싶었다.

윤나무 : 너무 강렬했다. 대본을 처음 받은 후 망설여지고 무서웠다. 이걸 내가 과연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했다. 하겠다고 한 것은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기 때문에 같이하는 배우, 스태프, 연극열전이라는 제작사를 믿고 같이 힘을 모아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마음을 먹으니 첫 리딩부터 너무 좋았고, 관객분들한테 재미난 이야기,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오경택 : 작년에 작품을 받아본 후 주저했다.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소재의 민감성이었다. 잘못 표현되면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어서 오독될 가능성이 컸다. 두 번째는 브래드 프레이저 원작자의 희곡이 굉장히 영상적인 시선으로 쓰여 있다. 장면 변화도 매우 많고, 속도도 빠르고, 시점 자체가 영상적이어서 연출적인 고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이 이야기는 동시대 우리가 한 번 같이 공유해봐야 할 그런 이야기가 아니냐는 직관이 생겨서 했다. 지이선 작가와 이 작품을 어떻게 동시대 우리 관객들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방향을 따라서 배우님 믿고 같이 가자는 것으로 참여하게 됐다.
 

   
▲ 윤나무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ㄴ 윤나무 : '조이'는 굉장히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고, 결함이 있는 캐릭터다.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 중요한 건가 생각하다가 드라마에 빠져들수록 '조이'는 어떤 마음인가 고민했다. 연습 중간에 느꼈던 것은 과연 장애를 가진 분들이 우리 공연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였다. 우리가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분들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니 '조이' 마음은 어떤지, 다른 가족이나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마음은 어떨지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해왔다.

오종혁 : 윤나무 씨와 연습 내내 어떻게 하면 장애인분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캐릭터를 표현하면서 감정을 그 안에 녹여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래서 중간에 엄청 많이 힘들 때 이석준 선배가 기술적인 면에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 감정에 집중하면 표현이 더 쉬워진다고 했다.

이석준 : (오종혁 배우에게) 감사하다. (웃음)  나 같은 경우는 장애아들을 둔 아버지 역할로 접근할 때 큰 벽에 부딪혔다. 이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겪는 문제가 장애나 비장애의 문제가 아니고 그냥 가족의 이야기라고 출발했다. 집에 있는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충실했다.

우리 모두 장애인일 수도 있다. 결국, 시선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니 작품이 주는 의미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다 들어갈 수 있어서, 그 부분에 집중했다. 겪지 않은 일보단 직접적, 간접적 겪었던 슬픔을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내 이야기로 많이 접근했다.

배수빈 : 준비를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이 작품을 위해 준비한 게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혼자 큰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내가 살아왔고, 키워가야 할,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살아온 날들이 이 작품을 위한 준비가 아니었나 싶다.
 

   
▲ 배수빈(왼쪽)이 작품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이지현 : 사랑하는 연인을 상실하게 되는 역할이다. 내 캐릭터 관점에서 보면 가장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이 아픈 후, 그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같이 지쳐가고, 주변에서 병간호를 하는 가족이 아파서 곤란해지는 경우도 생겨난다. 그래서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주변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드는 데 집중해서 접근했다.

이진희 : '트와일라'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하면서 가족의 현실적인 생각을 했는데, '비현실적인 상황에 '트와일라'의 관계가 왜 설득이 될까'부터 '우리가 하는 감정이 강요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다. 대본에서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충실히 따르려고 했다.

'제이크'의 선택에 대해 다른 입장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와일라'의 입장에서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면 좋을까 했는데, '트와일라'의 입장이 있는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을 찾는 것에 노력하길 바라며 시작했다. 앞으로 보기 좋은 공연 만들려 하겠다.

문성일 : '라우디'라는 역할 자체도 '조이'와 마찬가지로 장애가 있다.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서 이것을 표현하는데 많은 벽에 부딪혔다. 전체 극 안에서 '라우디'가 해야 하는 부분을 처음엔 못 느꼈는데, 연습이 진행되면서 내가 이걸 왜 원캐스트로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 중에 가족들이 노예 취급한다는 대사가 있는데, 여기서 내가 노예가 아닌가 생각도 했다. (웃음)

농담이다. 이 작품을 하면서, '조이' 대사 중에 "보통사람처럼 지내고 싶다"는 것이 있다. 실제로 보통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과연 그 보통사람인 게 뭘까, 평범한 가정이 뭘까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게 어렵다고 봤다. 이 작업이 고지에 다다랐다고 하지 않았지만, 계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 팀의 선배님들 덕분이다. 스스로 위로를 받고, 이 작품을 통해 받은 부분이 매우 크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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