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철학이 하나로 모이는 새로운 장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현대무용과 사주명리학이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지난 5월 26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한켠에 의자 20개가 놓여졌다. 2018 모다페(MODAFE, 제37회 국제현대무용제)의 부대행사인 '춤 처방 : 하늘과 땅과 아프니까 사람이다(이하 춤 처방)'가 열리기 때문이다.

▲ 마로니에 공원에서 M.O.S가 펼쳐지고 있다.
▲ 시민들이 함께 춤을 즐기고 있다.

국내 최장수 국제현대무용축제인 모다페는 올해 한국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모다페 오프 스테이지(MODAFE Off Stage = M.O.S)'를 대대적으로 발전시켜 선보였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극장이 아닌 거리로 나와 관객들을 맞이했는데 이번 '춤 처방'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현대무용 안무가 밝넝쿨의 프로그램인 '춤 처방'은 사주명리학의 기본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참여자들 각각의 사주팔자를 확인한 뒤 개개인에 맞는 춤을 배우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평소 춤에 관심이 있는 기자 역시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사주명리학은 세상 만물을 빛과 어둠(음양), 불(화), 물(수), 나무(목), 쇠(금), 땅(토)의 오행으로 나누고 그걸 기반으로 생각한다. 사람인 '나' 역시 음양오행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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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주의 자세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공개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적혀있다.

우선 주최측에게 기자의 생년월일시를 알려주자 복잡한 도형과 색깔, 한자가 적힌 그림을 핸드폰으로 보내줬다. 이 그림의 위에 있는 8칸의 그림(사주팔자) 안에 있는 내용들을 토대로 참여자에게 오행 중 부족한 속성을 찾아주고 그에 해당하는 춤을 가르쳐줬다.

땅에 해당하는 춤은 몸을 둥그렇게 말고 웅크린다거나, 나무에 해당하는 춤은 하늘로 뻗어가는 나무를 표현하듯 팔을 위로 쭉쭉 뻗는 식이다. 이것을 각 참여자의 나이만큼 매일 하면 된다.

▲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춤을 배우고 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각 신체 부위, 속성 등을 단련할 수 있는 춤을 볼 수 있는 QR코드를 나눠줬다.

10년 이상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안무가 밝넝쿨은 "점괘나 손금, 관상 등을 이용해 상업적인 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사주명리학이 상업적인 것,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비춰졌지만, 과거에는 마치 명함처럼 개인의 성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고 사주명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아쉬움을 전하며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 무전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현대무용가 밝넝쿨씨

'춤 처방'은 직접 몸을 쓰는 시간이 길지 않아 처음에는 다소 지루했다. 하지만 현대무용이 무엇이겠는가. 단순한 육체의 움직임을 떠나 안무가의 철학을 담아 몸짓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예술이 아닌가. 사주명리학에 기초한 '춤 처방' 역시 현대무용축제의 프로그램이란 점에서 동서양의 철학이 하나로 모이는 새로운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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