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육성형 방송 프로그램, 실제로는 야구가 더 시급

▲ 축구 미생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했던 KBS 프로그램 청춘FC.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공격수 남하늘, 수비수 김바른-지경훈 등이 국내/외 프로팀에 입단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출연 이후 축구를 포기한 이들도 청춘FC 합류는 유의미한 경험이었음에 틀림 없다. 사진ⓒKBS
 
[문화뉴스]야구를 포함한 스포츠는 엄밀히 따지면, '문화'의 한 범주에 속한다. 여가 생활을 통하여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스포츠 관람이다. 혹자는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갈 수도 있고, 때로는 텔레비전 시청이 문화생활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어 내거나 경기를 시행하는 선수들은 넓은 의미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 Creator)'인 셈이다.
 
또한, 최근에는 스포츠와 매스 미디어가 만나 또 다른 문화 콘텐츠를 형성하는 것이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중계방송을 통하여 TV와 시청자를 만나게 하는 것은 물론, 그 중계방송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이벤트를 시행하여 새로운 '스포츠 관람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퀴즈를 통하여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고, TV를 통하여 스포츠를 관람하는 이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이벤트도 많이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날아라 슛돌이'나 '천하무적 야구단(이상 KBS 주관)'과 같은 자체 스포테인먼트 콘텐츠를 형성하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KBS에서는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을 제작하여 방영하기도 했다. 한때 축구를 포기했던 유망주들에 다시 한 번 더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꽤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이하 '야읽남 야보남') 두 번째 순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헝그리 베스트 나인, 청춘 BSC(가칭)'가 만들어진다면?
 
방송이 끝난 후 많은 평가가 오갔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청춘FC를 통하여 다시 축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던 미생(未生)들이 각자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는 점이다. 방송 이후 팀을 찾은 선수도 있는 반면, 아직도 팀을 찾지 못한 채 개인 운동에 매진하는 선수들도 있다. 물론, 방송 이후에도 축구를 포기하고 제3의 인생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방송 출연을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그것은 또 아닐 것이다. 방송 이후의 근황을 담은 '청춘FC 연장전(지난 2월 방영)'에 출연한 선수들은 대부분 '후회 없는 도전을 했다.'라는 것에 큰 의의를 담고 있었다. 이는 청춘FC가 오히려 '축구와 이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선수들도 있지만, 축구가 아닌 다른 진로를 선택한 이들도 후회 없이 노력해 봤기에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축구 미생'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방송을 마쳤다. 누구보다도 아쉬움을 남길 법했고, 여전히 '시즌 2'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프로그램을 누구보다도 기다리는 이들이 또 있다. 축구가 아닌, '야구 미생'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축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상당히 저변이 확대된 상황이다. 여전히 축구 선진국과의 수준 차이는 존재하지만, 유소년부터 시작하여 각종 클럽팀까지 폭넓은 저변을 자랑하는 종목은 대한민국에서 축구가 유일하다. 도전해 볼 수 있는 프로축구팀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12개 팀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11개 팀이 있다. 또한, 실업 축구의 내셔널리그 10개 팀도 매년 선수를 선발하고 있으며, 여기까지 도전해도 안 될 경우에는 순수 아마추어 리그인 K3리그에도 도전할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해외 구단에 눈을 돌릴 수 있다. 프로 축구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꽤 여럿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청춘FC의 지경훈과 김바른은 각각 홍콩과 태국에서 선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 라오스 야구 보급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재능기부에 열중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 이만수 감독 같이, 재능기부에 선뜻 나설 수 있는 인사가 많다면, 청춘BSC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 구성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러나 야구 미생들이 바라볼 곳은 오직 KBO 리그, 단 한 곳뿐이다. 프로 10개 구단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야구를 포기해야 한다. 실업 야구 리그도 없고, 고양 원더스와 같이 급료를 주는 독립리그 구단도 없다. 그나마 고양 원더스에 이어 독립리그 구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연천 미라클은 '야구 아카데미' 형식이기 때문에 선수가 오히려 일종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도전할 수 있는 무대는 폭넓지 않다. 미국과 일본, 타이완이 프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을 뿐, 중국과 호주는 세미 프로리그를 운영중이다. 축구가 대세인 유럽은 아직 야구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태다. 또한, 아마야구 최강이라 불리는 쿠바는 국내 선수들이 선뜻 도전하기 어려운 무대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야구 미생들은 '육성 선수 테스트(옛 신고 선수)'라도 받기 위해 여전히 땀을 흘리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유망주가 중도에 야구를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높아진 야구 인기에 가려진 '검은 단면'일 것이다. 이에 '청춘FC'에 이은 후속작으로 '청춘 BSC(Baseball Club)'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유효 관중 숫자를 보유한 야구가 정작 청춘FC와 같은 선수 육성 방송 프로그램이 드물다는 점도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나마 2013년에 SBS SPORTS에서 '나는 투수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하여 공개 트라이아웃이 펼쳐진 것이 전부다. KBS에서 시행한 '천하무적 야구단'의 경우, 야구장 건립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선수 육성보다는 오락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었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시행은 높아진 야구 열기와 함께 흥행과 선수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수 육성을 통하여 프로야구 2~3군 선수들과 경기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전파되면, 한 명의 '즉시 전력감 선수'가 아쉬운 프로 구단에서 스카우트 팀을 파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갖가지 역경을 딛고 야구에 재도전하는 미생들의 이야기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또한, 은퇴한 선수, 혹은 야구계에서 명망이 높았던 인사를 초청하여 감독/코칭스태프를 구성한다면, 이들에게 '야구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재능기부인 셈이다.
 
물론 야구는 축구와 달리, 포지션별 테스트도 달리해야 하고, 갖춰야 할 장비도 적지 않다. 특히, 야구장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정식 야구 경기를 무리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KBO와 프로구단의 협조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방송 사상 최초의 '야구 선수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청춘FC만큼 많은 화젯거리를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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