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도연] 영상 콘텐츠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은 아마도 자막일 것이다.

똑같은 영상도 자막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지루해지기도,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편집 인력을 따로 두고 있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나 MCN 회사들은 자막 활용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한 가지, 개념은 좀 잡고 가야 할 것 같다.

자막은 영상 편집의 일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영상 편집이라 함은 카메라 촬영분을 자르고 붙여서 스토리를 구성해 내는 작업을 말한다.

대개는 '필요없는 장면을 골라내는 작업' 정도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지만 프로들의 편집은 '영상만 가지고도 스토리와 미감 전달이 가능한' 수준을 지향한다.

영상을 한 번 자르고 붙이는 데 출연자 시선, 앵글, 사이즈, 동선, 방향, 인과관계 등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물론 뉴미디어 생태계에서는 이 정도까지의 편집이 요구되진 않는 편이지만) 여기까지가 영상 편집이다. 그리고 자막과 음향, BGM 등은 '후반 작업'의 영역에 포함되며 그 각각의 영역이 따로 있다.

자막만 콕 집어서 이야기하자면, 모든 자막 한 장, 한 장이 별개의 디자인 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기성 방송에서의 모든 자막은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춰서 개별적으로 디자인되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창의성이 발휘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영상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모션으로 들어가고 나오는지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후반 작업을 담당하는 부서나 프로덕션 등에서는 자막 팀과 디자이너들이 따로 있으며 타 프로그램의 자막 형태를 모방하는 행위는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처럼 자막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영역을 형성하고 있는 고급 디자인 물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자막 삽입을 영상 편집의 당연한 일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요새는 편집 인력들이 기본적인 자막 정도는 만들 줄 알지만, 그것은 뜻밖의 고마운 일 또는 따로 비용을 지불할 일이지 "편집비 줬으니까 자막 정도는 넣어주겠지"로 치부될 일이 아니다. 또 영상 자체에 대한 편집 없이 자막만 넣어 놓고 편집의 완성도를 논하는 행위도 부끄러운 일이다.

영상 편집은 영상 편집이고 자막은 자막이다. 콘텐츠의 목적에 따라 각각의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들 각각의 영역을 존중할 줄 아는 통찰은 분명 필요하다.

** 요즘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기성 방송 프로그램의 자막을 손쉽게 모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던데 이러한 자막들은 디자인물로서의 가치가 없으므로 이번 칼럼의 주제의식과는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ART'ietor) 김도연. 콘텐츠 컨설팅 기업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기성 방송국과 뉴미디어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누구나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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