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배우 박정복, 이창직, 김광보 연출, 오세혁 각색, 배우 강신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셰익스피어 작품은 보물단지 같다. 끄집어내놓으면 어느 시기이든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것이 셰익스피어 작품이기 때문이다."

오는 29일부터 4월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극단 연극 '헨리 4세 Part 1 & 2 - 왕자와 폴스타프(이하 '헨리 4세')가 열린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기념해 선보이는 서울시극단의 올해 첫 작품으로, 2002년 김광보 연출이 객원 연출로 초연했을 당시 인간 욕망과 권력의 역학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후 14년 만에 열리는 '헨리 4세'는 오세혁 각색, 박동우 미술감독, 정재진 무대 및 영상디자인, 장한솔 음악 등 국내 정상급 제작진이 참여해 탄탄해진 구성과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작품으로 다시 올려진다. 김광보 연출은 50여 개의 배역, 약 30여 개의 장면으로 이뤄진 방대한 작품을 28명의 배우와 함께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공연을 앞두고 9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제작발표회엔 올해 서울시극단에 새롭게 합류한 시즌단원과 연수단원 등 총 28명의 배우가 참여한 연습 시연과 더불어 김광보 연출, 오세혁 각색, '헨리 왕자' 역의 박정복, '폴스타프' 역의 이창직, '헨리 4세' 역의 강신구가 참석했다. 이들이 소개하는 작품 이야기를 확인해본다.

 

   
▲ 김광보 연출이 공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작품을 다시 올리는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김광보 : 14년 전인 2002년 당시 서울시극단 객원연출로 초청되어 초연한 작품이 '헨리 4세'다. 14년 후인 지금 다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두 가지 이유다. 권력에 관한 인간의 끊임 없는 욕망을 보여주기 적당한 시점이었고, '폴스타프' 배우를 할만한 배우가 이창직밖에 없기 때문이다. (웃음)

작품을 각색한 소감을 말해 달라.

ㄴ 오세혁 : 비하인드 스토리를 하자면 처음 맡을 땐 각색이 아니라 윤색이었다. 김광보 연출님이 먼저 하신 부분이 있는데, 현시대에 맞게 다듬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욕심이 생기다 보니 수정을 좀 더 했다. 김광보 연출님이 잘했다고 각색을 하라고 신분 상승을 해주셨다. (웃음) 현시대를 반영하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넣고자 했다.

2002년 공연 당시엔 '헨리 왕자'였는데, 이번엔 '헨리 4세'를 연기한다.

ㄴ 강신구 : 14년 전 당시엔 '헨리 왕자'였다. 감회가 새롭다. 아버지가 되고 나니 '헨리 4세'의 고뇌 때문에 역할이 힘들어졌다. 남은 시간 열심히 준비해 좋은 공연 올리도록 하겠다.

'폴스타프'는 어떤 배역인가?

ㄴ 이창직 :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허구 인물인데,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특유의 말재간 덕에 풍자인물로는 대표적 캐릭터다. 허풍쟁이면서 재치있고, 호색한이지만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이 인물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게 될지 고민하고 있다.

 

   
▲ 박정복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첫 서울시극단 작품이다.

ㄴ 박정복 : '헨리 4세' 처음 제안 왔을 때 망설여졌는데, 김광보 선생님 연출이어서 너무 하고 싶었다. 아직 배우고 싶고, 발전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일지 생각할 때 김광보 선생님과 작업 하면서 깊게 생각했다. 작품 대하는 것을 기존에 대한 것보다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어떻게 지금이 공연을 올리기 적당한 시점인가?

ㄴ 김광보 : 권력의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라 생각한다. 권력을 차지한 자는 지키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와 음모를 꾸미려 한다. 그것을 찬탈하려는 세력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현실에 한 번쯤 생각해볼 만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적당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이다.

오세혁 : '헨리 4세'를 보면서 가장 와 닿은 것이 두 가지다. 지금 시대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왕위에 오른 권력가가 있다고 치면,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가리려고 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게 한다. 그러다 보니 대를 이어 정당하지 못한 무언가가 생겨나는데, '헨리 왕자'가 새로운 왕이 되겠다고 할 때 다짐한 것이 와 닿았다.

'핫스퍼'가 가장 생각나는 캐릭터다. 왕자, 왕도 될 수 있는 유능한 젊은이인데, 다른 시기에 태어나 재주가 훌륭해도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식민지 청년 같은 생각도 들었다. 시대의 재주 있는 젊은이가 사라져 가는 것이 직접 작품에 들어가진 않겠지만, 와 닿았다.

본인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은 어떤 의미를 주나?

ㄴ 김광보 : 셰익스피어 작품은 보물단지 같다. 끄집어내놓으면 어느 시기이든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것이 셰익스피어 작품이기 때문이다. '헨리 4세'부터 연극 '줄리어스 시저', 뮤지컬 '햄릿'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권력 투쟁을 담고 있어서, 이 시대에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 배우 이창직이 다시 한 번 '폴스타프'를 연기한다.

'폴스타프'를 이번에도 한 소감을 들려달라.

ㄴ 이창직 : 2002년에 이 작품했을 때 42살이었는데, 지금은 56살이다. 2010년에 부산에서 '폴스타프'를 한 적이 있어서, 3번째 '폴스타프' 연기다.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틀에서 모든 것이 보였다. 42살 땐 땐 그 정도, 50세에도 했는데 그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다. 내가 80대에도 '폴스타프'를 하면, 딱 그 정도의 '폴스타프'가 나올 것 같다. 욕심이 과한 건가 싶다. (웃음)

이번 공연엔 처음으로 서울시극단 시즌단원이 투입된다.

ㄴ 김광보 : 서울시극단이 내년에 20주년이 되는데, 서울시극단 단원 TO가 한정적이다. 어떤 작품을 하든지 예비배우들을 데려오는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졌었다. 단장을 맡으면서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 청년일자리 사업을 변형시켜서 시즌단원을 활용하자고 해서 시행하게 됐다. 연수단원은 예전에도 있었다. 15명 시즌단원 뽑았고, 연수단원 포함해 28명의 모든 배우를 출연시키는 게 '헨리 4세'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ㄴ 김광보 : '폴스타프'가 "명예란 무엇인가"라고 말하는 명예론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명예라고 하는 것이 죽은 것인가"라는 깨달음 측면에서 명대사가 아닐까 싶다.

이창직 : 이 작품에 나오는 명칭이 있다. '폴스타프'가 '헨리 왕자'를 '헬'이라고 말하는 건 '헬'(Hell)이 지옥이라는 의미가 있어서 하는 애칭이다. 런던의 '이스트치프'(Eastcheap)는 동쪽의 싼 집 같은 의미도 있고, 그곳의 주모는 '퀴클리'(Quickly)다. 또한, '핫스퍼'는 이후 손흥민이 있는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의 이름으로 사용된다. 셰익스피어가 유머를 잘 넣은 것 같다.

이창직 배우를 '폴스타프'로 꼭 써야 한 이유는?

ㄴ 김광보 : 우스갯소리를 먼저 한다면, 이만한 풍채의 배우가 없다. (웃음) '폴스타프'가 굉장히 풍자적인 말을 한다. 이창직 선배님의 일상이다. 일상에서 그런 풍자적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시의적절하게 풍자성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창직 형은 천생 타고난 '폴스타프'라 생각하고, 형의 전폭적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잘하셔야 한다.

▲ '헨리 4세'의 연습 시연이 9일 오후에 열린 제작발표회 때 진행됐다.

초연과 어떻게 바뀌었나?

ㄴ 이창직 : 그땐 치기 어리게 직접적이었는데, 지금은 한발 물러서서 좀 더 여유로워진 것 같다. 소리 지르며 최선을 다했는데, 최선을 다하니 관객들이 못 알아들었다. 덜 최선 하니 관객들이 알아듣게 됐다. (웃음) 사실 체력도 안 된다. (웃음)

김광보 : 배우는 연륜이라고 생각한다. 14년이 지나고 나니, 40대 시절의 '폴스타프'보다 깊이 있는 '폴스타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연습과정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면 26분 시연을 하는데, 앞으로 딱 3주가 남아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보신 시연회가 전부는 아니다"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동선만 잡혀 있는 상태라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박정복을 '헨리 왕자'로 캐스팅한 배경은?

ㄴ 김광보 : 일단 잘생겼다. (웃음) 여성관객들에게 인기도 많고, 처음 박정복 씨를 처음 보는 순간 바로 왕자구나라고 생각했다. 연습과정에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부분도 있지만, 3주 후엔 완벽한 왕자로 변신할 것이라 본다.

끝으로 서울시극단 단장으로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다.

ㄴ 김광보 : 제가 오고 난 이후 적지 않은 일들을 벌이고 있다. 시즌단원도 그렇다. 시즌단원은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님의 전폭적 지지가 있어서 가능했다. 정기공연 2편과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로 어린이 가족극이 있다. 그 외에 추진하는 것이 해외교류사업이 있다. 러시아와 함께 추진하려고 서로 오가고 있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창작플랫폼이다. 작가를 위한 프로젝트다. 이처럼 여러 사업을 열고 있고, 활발한 모습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많이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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