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발레, 오페라 등으로 거듭나는 셰익스피어의 명작들

[문화뉴스] 불멸하는 고전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해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 극작가로 알려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이해, 공연예술계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다양한 무대로 꾸며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희·비극을 포함한 38편의 희곡을 비롯해 아름다운 소네트를 남긴 세계적인 문학가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의 4대 비극 이외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한 여름 밤의 꿈' 등의 익히 알려진 작품들의 저자이기도 한 셰익스피어는 죽은 지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영국이란 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서거 400주기를 맞아 우리 공연예술계는 어떤 작품들을 재조명하며 준비하고 있을까? 우선 당장 개막을 앞두고 있거나, 공연 중인 작품부터 살펴보자.

1. 살아있는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싶다면? - 국립극단의 연극 '겨울이야기'

   
오는 24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겨울이야기' ⓒ 국립극단

'겨울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숱한 유명 작품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헝가리의 혁신적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와의 협업을 통해 그 동안 가족극이나 어린이극으로만 올려졌던 '겨울이야기'의 최초로 한국판 정극을 만들어냈다. 국립극단은 작품에 대해 "'오셀로'의 질투와 비극으로 시작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끝나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결정판"이라 소개한다.

셰익스피어는 1588년 영국의 인기 작가 로버트 그린 Robert Greene의 '판도스토 –시간의 승리 Pandosto – the Triumph of Time'을 희곡으로 각색했다. 올해 국립극단과 로버트 알폴디가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겨울이야기'는 셰익스피어를 2016년 현재의 감각, 그리고 연극만의 표현으로 찬연하게 만들어낸다. 인터미션을 사이로 둔 1부와 2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1부에서는 고전으로서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2부에서는 즐겁고 유쾌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극 전반을 관통하는 진보적인 무대미학은 고전을 재생산하는 우리 시대 예술가들의 의무를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40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셰익스피어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국립극단의 '겨울이야기'의 관람을 적극 추천한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겨울이야기
   - 공연날짜 : 2016. 1. 10. ~ 24.
   - 공연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원작, 연출 : 윌리엄 셰익스피어, 로버트 알폴디
   - 출연배우 : 박윤희, 김수진, 이종무, 손상규 등

2.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깃든 셰익스피어 작품이 궁금하다면? - 극단 목화의 연극 '템페스트'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 ⓒ 극단 목화

한국판 '템페스트'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아낸 작품이 돌아왔다. 한국 현대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 오태석 연출가가 극단 목화와 함께 국립극장에서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이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밀라노 공작이었던 프로스페로가 동생 안토니오와 나폴리 왕 알론조의 음모로 인해 딸 미랜더와 함께 외딴 섬으로 추방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오태석 연출이 각색한 작품은 삼국유사의 가락국기로 배경이 옮겨진다. 프로스페로는 가락국 8대 왕인 질지왕으로, 알론조는 신라 20대왕인 자비왕으로 대체된다. 뿐만 아니라 유쾌한 몸짓, 극단 목화의 특유의 구성진 발성으로 극이 진행된다. 우리의 정서, 소리, 몸짓과 만난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템페스트
   - 공연날짜 : 2016. 1. 30. ~ 2. 14.
   - 공연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원작, 연출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태석
   - 출연배우 : 정진각, 송영광, 김준범, 윤민영 등

3. 온가족 모두 함께 셰익스피어! - 서울시극단의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온 가족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 서울시극단

1611년에 쓰인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로맨스극 '템페스트'가 가족들을 위해 다시 태어났다. 김광보 단장, 오세혁 각색, 김한내 연출, 장한솔 음악감독의 손을 거쳐 독특한 구성과 기상천외한 설정으로 풀어낸 서울시극단의 '템페스트'가 어린이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관객 친화적인 가족음악극으로 만들어졌다. 무대는 식당에서 즐겁게 요리를 하는 요리사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수석 요리사는 "밥상에 함께 앉으면 만사가 잘 풀린다."라는 밥상 철학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가족끼리도 밥을 같이 먹을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 작품은 우리 현대인들의 소외를 위로해주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이후 원작의 첫 장면처럼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무대의 커텐을 정령들이 펄렁이며 열어젖히고, 식탁과 의자가 이리저리 쓸려가며 수라장이 되면, 출연자들의 비명과 함께 선박은 난파를 당하게 된다. 난파 장면은 대한민국을 가슴아프게 했던 세월호를 염두하고 특별히 각색됐다고 전해진다. 끝까지 키를 부여잡는 선장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의 책임감을 볼 수 있었다. 현재를 입은 이번 '템페스트'를 보며 가족들끼리 따뜻한 밥 한끼 같이 하면 어떨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쉽게 보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1 – 가족음악극 '템페스트'
   - 공연날짜 : 2015. 12. 9. ~ 2016. 1. 31.
   - 공연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 원작, 연출 : 윌리엄 셰익스피어, 김한내
   - 출연배우 : 강신구, 주성환, 최나라, 이지연 등

4. 가뿐하게, 경쾌하게, 명쾌하게 셰익스피어! - 극단 퍼스트일육의 세미뮤지컬 '끝이 좋으면 다 좋아'

   
로맨틱 코미디 '끝이 좋으면 다 좋아' ⓒ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이 작품은 1351년 보카치오에 의해 쓰인 '데카메론'제3일째의 제9화 '나르보나의 길레타 이야기'가 원전으로 알려졌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직접 읽었다가 보다는 윌리엄 페인터가 '데카메론'일부를 번역한 '쾌락의 궁전'(The Palace of Pleasure)과 프랑스의 번역서들을 참고하여 약 1601년과 1603년에 사이에 저술했다.

연출가 김국희는 이를 우리나라 근대 경성을 배경으로 재탄생시켰다. 신구와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돼 있던 경성으로 시공간적 배경이 새로이 덧입혀지는데, 세미뮤지컬이라는 형식을 통해 모든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래와 안무를 섞어 무대를 꾸몄다. 제목은 매우 단순한 논리를 표방한다. 결과가 좋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의 제목은 실제로 극의 내용 전반을 담고 있는 문구다. 버림받은 여성이 사랑하는 남편을 되찾기 위한 과정과 방식들은 실로 현재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극적이고 비약적이다. 하지만 제목과 노래, 그리고 이 극을 이끌어가는 연출가와 배우들은 "공감하기 쉽고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다. 셰익스피어의 쉽고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 버전이 궁금하다면 다음 달 28일까지 공연되는 '끝이 좋으면 다 좋아'를 관람해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세미뮤지컬 '끝이 좋으면 다 좋아'
   - 공연날짜 : 2016. 1. 7. ~ 2. 28.
   - 공연장소 : 대학로 JH아트홀
   - 원작, 연출 : 윌리엄 셰익스피어, 김국희
   - 출연배우 : 하경화, 윤미영, 장은철, 편준의 등

이 네 작품 외에도 올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다양한 장르와 표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우선 국립극단은 '겨울이야기' 외에도 '십이야'를 올해 레퍼토리로 선정해 오는 12월에 개막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극단은 '템페스트' 외에도 '헨리 4세'와 '함익'으로 각각 오는 3월, 9월에 관객들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또한 10월에는 LG아트센터가 덴마크 리퍼블리크 시어터와 함께 음악극 '햄릿'을 선보인다.

연극 뿐 아니라 오페라와 발레도 셰익스피어를 기린다. 국립오페라단은 12월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서울시오페라단은 11월에 '멕베드'를 공연한다. 6월에는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10월에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11월에는 서울발레시어터가 '한여름밤의 꿈'을 꾸민다.

문화뉴스 장기영·김진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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