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을 받은 '진홍빛 소녀'의 (왼쪽부터) 한민규 작가, 이지수 연출, 배우 신소현(연기상)이 시상식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죄가 될 수 있을까?" ('진홍빛 소녀'), "역사는 한 가지 관점만 존재할까?" ('영웅의 역사')

여기 두 가지 논점을 제시한 2인극, '진홍빛 소녀'와 '영웅의 역사'가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됐다.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의 합평회와 시상식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이번 '2인극 페스티벌'은 '200번째 2인극을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열렸다. 올해까지 열린 작품의 수가 200번째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2인극 페스티벌'엔 신설 부문인 기획초청작 4편(프로젝트 연 '마지막 춤', 극단 후암 '흑백다방', 극단 앙상블 '노인과 바다', 창작집단 혼 '사라치'), 공식참가작 11편(극단 M. Factory '진홍빛 소녀', 극단 Theatre '고사', 극단 씨어터 백 '자살 당한 자', 극단 인어 '어메이징 그레이스', 극발전소 301 '영웅의 역사', 공상집단 뚱딴지 '맴', 극단 한양레퍼토리 '별이 빛나는 밤', 프로젝트 옆집누나 '싼 마이 히어로', 극단 바람풀 '요셉과 마리아', 극단 사조 'Box-er'), 특별참가작 1편(자이로픽쳐스 'Circulation')까지 총 15편이 참가했다.

그중 공식참가작 11편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작품상의 주인공은 '진홍빛 소녀'와 '영웅의 역사'에게 돌아갔다. '진홍빛 소녀'는 한민규 작가가 방화사건의 공범인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방관으로 인해 각종 범죄가 즐비한 사회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싶다는 의도로 제작된 작품이다. 신은수 작가의 '영웅의 역사'는 김구의 치하포 사건을 통해 전체적으로 역사의 관점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개여야 한다고 제시한 작품이다.

   
▲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작 '영웅의 역사'의 (왼쪽부터) 정범철 연출, 리우진 배우(연기상), 신은수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합평회의 발제자인 김수미는 '진홍빛 소녀' 작품에 대해 "진실과 진실의 외면, 개인의 고통과 타인의 방관, 부작위에 의한 범죄행위 등의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고 객석까지 정확하게 전달시켰다"고 평했고, 엄연희 발제자는 '영웅의 역사'에 대해 "세월의 흔적이 있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무대가 바로 우리의 과거였음을 좀 더 실감 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영웅의 역사' 정범철 연출은 "너무 행복한 소식에 감사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부족하고 미숙한 연출인데 리우진 배우, 이 자리에 없는 박정권 배우, 신은수 작가 덕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나 생각한다. 함께한 극발전소 301 단원들에게 이 영광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홍빛 소녀'의 작가이자 극단 M. Factory 대표인 한민규는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잠수괴물'로 처음 2인극을 접했는데, 그 작품은 뮤지컬을 갖고 온 것이었다. 당시 많이 부족한 작품이라 수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엔 마음도 갈고 와서 목숨 걸고 싸우자고 했다. '잠수괴물' 연출 맡으신 이지수 선생님께서 감사하게 이번에도 연출을 맡아 주셨다. 이 자체가 너무나 감사드린다 밖에 말을 못하겠다. 이번이 마지막 2인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을 주셨으니 '소녀 3부작'으로 내년엔 다른 소녀 작품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기상은 총 다섯 명의 배우가 받았다. 수상자인 '진홍빛 소녀'의 신소현은 방화사건의 공범자인 무기징역수 '은진'을 맡아 '트라우마' 연기를 실감 나게 선보였다. '자살 당한 자'의 이미라는 자살도우미 '원다이 플랜'의 설계자인 '행자'를 통해 희극적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영웅의 역사' 리우진은 변호사 '조남택'을 맡아 작품을 몰입하게 해줬다는 평을 받았다. 끝으로 '요셉과 마리아'의 신현종, 전국향은 실제 부부인 배우가 커플 연기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 '자살 당한 자'의 이미라 배우가 연기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배우 신소현은 "작품이 힘들어서 여러 질문을 끊임없이 했고, 잘 답해주신 이지수 연출께 감사드린다"며 "배우들을 위해 외부에서 버신 돈 회식하시고 간식사주신 한민규 작가이자 극단 M. Factory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상대 배우인 김형균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살 당한 자'의 이미라는 깜짝 놀라며 "지금 이거 주시는 건가요?"라고 입을 열어 참석한 연극인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그는 "추운 겨울을 이 상으로 좀 더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리우진 배우는 "즐겁고 재밌게 또 한 판 놀아보자고 나 혼자 생각했는데, 많은 이들의 관심, 호응, 박수를 받았고 상까지 받으니 연극을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며 '2인극 페스티벌' 관계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좋은 작품을 만든 신은수 작가와 정범철 연출님께 감사드린다. 상대 박정권 배우님에게도 감사드린다. 또한, 헌신을 같이한 극발전소 301 신입 단원과 모든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마지막 대사인 '역사를 보는 눈이 어떻게 하나일 수 있겠는가'로 소감을 마무리한다"고 이야기했다.

'요셉과 마리아'의 신현종 배우는 "2인극이지만 초단역이었다. 비중은 저 분(전국향)이 더 많은데 깜짝 놀랐다. 박정석 대표와 5년 전쯤에 우리 부부와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이 지켜졌다. 연습 기간이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끝까지 믿어주고 참아준 연출에게 감사드린다. 30년간 연극을 하면서 2인극은 처음이었는데, 너무나 해보고 싶었었다. 해보니 정말 매력 있었고, 앞으로도 '2인극 페스티벌'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국향 배우는 수상을 할 줄 몰라서 상을 받은 후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잠시 진정한 이후에 "한 사람한테 주면 되는데 왜 두 사람한테 주는지 모르겠다"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남편이) 말씀드렸듯이 연습이 너무 부족해 부끄럽게 공연했다. 15년 된 '2인극 페스티벌'이 늘 발전하길 기원한다. 배우가 한 단계 발전하기 좋은 페스티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요셉과 마리아'의 신현종(왼쪽), 전국향(오른쪽) 배우 부부가 연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의 토론 끝에 올해는 연출에게 주는 연출상 대신 작가에게 주는 희곡상이 만들어졌다. 희곡상은 '고사'의 김민정 작가가 수상했다. 김 작가는 "2인극이 정말 작가로도 매력 있었다. 오늘 받을 거라 예상을 하지 못했는데 감사드린다. 이명일 연출님이 오늘 옆엔 없지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스태프상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김명남 조명감독, 공로상으로 6년간 '2인극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한 배우 정보석이, '2인극 페스티벌'을 꾸준히 지원한 강신형이 감사패를 받았다.

한편, 시상식이 열리기 전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같은 장소에서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합평회가 열렸다. 심사위원들과 작품의 작가·연출가가 한자리에 모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엄연희 발제자는 합평회에서 "이번 페스티벌에서 다수의 창작극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2인극 페스티벌'의 작품들은 대본의 비중이 큰 편으로, 특이한 소재들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영웅의 역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영웅 만들기, '맴'은 여성들의 동성애, 'Box-er'는 보물찾기 등을 다뤘고, 2인극의 틀 속 이를 전개해나간다"고 평했다.

이인순 발제자도 "연극이 성립할 수 있는 출발점은 '나와 그것'이 '나와 너'의 관계가 될 때, 곧 내 존재에 스며는 네가 될 때"라며, "'너와 나'의 관계만으로 인간과 삶에 대해 주목하고 집중하고 연극이 2인극이다. '2인극 페스티벌'이 주는 관극의 즐거움과 풍요로움에 대해, 참여한 연극인 모두에게 아낌없는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며 격려했다.

작품상을 받은 한민규 작가는 "이 작품을 처음 쓸 때, 올해 교도소에서 귀휴한 범죄자가 사라지고 대중들이 그 사람에 대해 마녀사냥을 했다. 그리고 5일이 지나 범죄자가 목을 매 자살을 했다. 그 범죄자는 오히려 주변 할머니 등을 돕고 자살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누가 그들을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안 보려고 하는가에 대한 감각 하나로 만들었다. 연출 선생님, 드라마투르그 선생님이 내가 만든 작품을 시대에 맞게 해석을 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으로 작품상을 받은 '영웅의 역사'의 정범철 연출도 합평회 자리에서 "이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가 5월 즈음이었다"며 "처음엔 확 들어오지 않았는데, 연습하면서 그 재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침 국정화 교과서 사태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현실적으로 맞닿는 아이러니함이 있어서 흥미롭게 진행했다. 그래서 작가의 집필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수상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2인극 페스티벌'의 창시자이자 집행위원장인 김진만 연출은 "올해 200편의 작품을 하면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한국국제 2인극 페스티벌'로 외국의 좋은 작품들도 같이 공연하며, 한국의 좋은 작품을 세계로 보내는 그런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타이틀을 확장하면서 외연적으로 기타 시스템에 참여하고, 더 나은 공연을 제작하기 위한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배우로 활동 중인 박해미 조직위원장도 "올해 많은 작품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가 기대되고 좀 더 많은 수입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은 끝났지만, 그 축제는 계속된다. 내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한국국제 2인극 페스티벌) 참가작품 공모가 진행된다. 현재까지 '2인극 페스티벌'에 공연되지 않은 작품, 2013년 1월 1일 이후 한국에서 공연된 적 없는 창작극과 번역극, 소극장이나 도심 곳곳의 야외무대 환경에 적합한 작품, 실제 공연할 때 반드시 2명의 배우가 출연할 예정인 작품이 출품 대상이다. 또한,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은 내년 11월 1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 도심의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수상작/수상자 명단
▶ 작품상 : '진홍빛 소녀'(작 한민규, 연출 이지수), '영웅의 역사'(작 신은수, 연출 정범철)
▶ 연기상 : 신소현 '진홍빛 소녀', 이미라 '자살 당한 자', 리우진 '영웅의 역사', 신현종, 전국향 '요셉과 마리아'
▶ 희곡상 : 김민정 '고사'
▶ 스태프상 : '어메이징 그레이스' 조명 김명남
▶ 공로상 : 정보석 (前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 감사패 : 강신형

   
▲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의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으며 행사는 끝이 났다.

문화뉴스 2인극 페스티벌 특별취재팀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장기영 기자 key@mhns.co.kr 
 서  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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