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개막식 후 관계자들이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배우들에게 2인극의 매력을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은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인극 페스티벌'의 대표 연극으로 자리 잡은 '흑백다방'의 정성호도 "연극은 호흡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데, 2인극은 호흡을 나누면서 두 사람한테만 관객이 집중된다"며 "도망갈 곳도 없고, 의지할 것이라곤 상대 배우밖에 없다. 그러므로 에너지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렇듯 배우들과 스태프, 그리고 관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집중해서 연기하고, 만들고, 볼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됐다.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31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에서 개막식이 열려 축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11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스튜디오 76에서 열린다.

이번 '2인극 페스티벌'은 '200번째 2인극을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열린다. 1회부터 14회까지 총 185개 작품을 선보였고, 올해 15개의 작품이 추가로 선보이게 되면서 총 200편의 작품이 소개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진만 집행위원장은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2인극을 준비하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그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런 부분의 소재발굴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 연극배우 한효정(왼쪽)과 맹봉학(오른쪽)이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의 사회를 맡았다.

이러한 축제의 시작은 각계각층 인사의 축사와 기념 공연이 열린 개막식을 통해 드러났다. 일정상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박원순 서울 시장은 "미처 가을을 채 누리지도 못했는데, 성급한 겨울이 성큼 찾아왔다"며 "날은 춥고 쌀쌀하지만, 그것보다 더 뜨거운 가슴과 기대를 안고 200번째 2인극을 위해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고 인사를 보냈다.

박 시장은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을 개막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라는 2인극 페스티벌의 주제의식은 요즘 매우 중요한 화두다. 그 어떤 때보다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을까요? 단둘이서 펼치는 2인극 페스티벌이야말로 시대가 원하는 소통과 교감을 끌어내는 훌륭한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 달간 선보일 무대를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내빈 소개 이후,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이자 배우인 박웅의 격려사가 진행됐다. 박웅은 '2인극 페스티벌에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나와보니 우리 연극계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저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행사를 15년 가까이 이끌어온 김진만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조직위 여러분과 모든 연극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인사했다.

박웅은 "연극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분이 많은 걱정을 하고, 늘 밝지 못한 어두운 면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번져나가 서울은 물론이고 전극 모든 연극인의 가슴 속에 힘찬 고동을 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2인극 페스티벌'이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연극인들 스스로가 만드는 축제 계기로 대학로가 힘차게 발전하길 바란다. 중심에 배우들이 하고 싶은 뜻을 이루고, 많은 관객과 더불어 좋은 페스티벌로 발전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 배우 박웅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이어 이번 페스티벌의 협력 단체인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이 인사를 했다. 그는 "좋은 날이고, 행복한 밤이다. 하지만 올해 대학로엔 나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올해의 끝에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이 열리게 된다. 좋은 일은 계속 이어져야 하고, 나쁜 일은 중단되어야 한다. 앞으로 30주년, 50주년, 150주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공연하는 많은 팀이 행복하게 소통하면서 즐거운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한편, 내년부터 국제적인 '2인극 페스티벌'로 발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번 개막식을 통해 소개됐다. 이번 페스티벌의 국제교류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창화 상명대 교수는 "최근 국제극예술협의회인 ITI(International Theatre Institute)가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 상하이로 옮겨졌다. 전 세계의 연극 시장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에 ITI 세계희곡작가 포럼의 회장과 부회장이 한국에 방문했다. 앞으로 '2인극 페스티벌'을 위한 도움을 받기로 이야기했다.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은 세계적으로 옮겨지지만, 한국과 서울이라는 이름이 장소로 붙어질 예정이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ITI 행사에 참석했을 때, 유럽이나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는 ITI 세계희곡작가 포럼의 회장과 사무총장이 이번 이사회를 한국에서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것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세계에서 2인극 페스티벌을 한국에서밖에 하지 않는다.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은 하지만 2인극 페스티벌을 하는 곳은 없다. 2인극의 전통은 판소리의 창자와 고수가 무대 위에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인극 형태의 공연을 선보일 때부터 시작된다.  모노드라마는 독백이고, 2인극은 대화 형식이다. 대화 형식이야말로 연극의 기본 구조다. 연극의 핵심 요소만 가지고 하므로, 외국인들이 어렵지만 흥미롭다고 말해왔다. 내년부터 외국의 좋은 2인극도 공연이 될 예정이다. 앞으로 큰 관심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 프로젝트 연의 '마지막 춤'이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진행됐다.

이날 축하공연으로 특별참가작인 자이로픽쳐스'의 '써큐레이션(Circulation)'과 프로젝트 연의 '마지막 춤'이 공연됐다. 윤병기 예술감독과 김진태 연출이 참여한 '써큐레이션'은 순환의 의미가 있는 원을 테마로,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술과 라이브 애니메이션과 연기자의 몸짓이 동시에 펼쳐지는 공연이었다. 오는 11월 3일부터 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기획 초청작으로 공연될 프로젝트 연의 '마지막 춤'은 가난하고 무식한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희생한 기생 출신 어머니와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무언극으로 담아냈다.

'2인극 페스티벌' 관계자는 이번 야외공연의 취지에 대해 "최소 단위 인간관계를 통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한 극적인 탐구라는 2인극 페스티벌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둘이 하는 일체의 극적인 행위면 모든 것이 공연될 수 있다"며 "도심 곳곳 야외무대에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거리낌 없이 어우러져, 다각적인 형태의 자유로운 예술작품을 접함으로써, 시민들이 순수공연 예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될 것이다. 표현 양식의 새로움과 움직임의 독창성 등을 살려서, 시민들과 함께 흥미진진한 극적 행위를 직접 목격하고, 장소에 따른 극적 반응의 의외성을 마음껏 즐기는 특별한 축제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 '2인극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관객과 내빈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개막식으로 화려한 축제의 막은 올랐다. 11월 한 달 동안, 대학로에선 수준 높은 2인극의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들의 공연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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