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30스튜디오 극단 가마골의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 이윤택 각색 이승헌 연출의 나는 깡패입니다
- 공연명 서푼짜리 오페라
- 공연단체 30스튜디오 극단 가마골
- 원작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
- 각색 이윤택
- 연출 이승헌
- 공연기간 2017년 10월 5일~15일
- 공연장소 30스튜디오
- 관람일시 10월 15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30스튜디오에서 극단 가마골의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원작, 이윤택 각색, 이승헌 연출의 <나는 깡패입니다>를 관람했다.

브레히트 희곡(Brecht, Bertolt (1898 -1956)의 원래 제목은 <서푼짜리 오페라(Die Dreigroschenoper)>다. 1782년 런던에서 공연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여러 차례 수정하여 《서푼짜리 오페라》로 제목을 바꾸었으며, 1928년 베를린의 쉬어파우어담 극장에서 초연하였다.

게이의 오페라에서 주인공 피첨은 변호사 겸 장물아비이고, 그의 상대역인 매키스는 갱단의 두목으로 피첨에게 장물을 대준다. 그런데 딸 폴리가 매키스와 사랑에 빠지자, 딸을 출세의 밑천으로 여기는 피첨은 매키스를 고발하여 교수대에서 처형되도록 한다.

이 오페라의 공연은 거지가 주선하는데 그는 교수대의 처형이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교수형이 집행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다. 당시 바로크 오페라에서는 궁정 시인이 나와서 오페라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게이는 이에 대한 패러디로 거지를 등장시킨 것이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단순한 패러디에 만족하지 않는다. 게이가 궁정 시인 대신에 거지를 등장시켜 형식적인 변화에 머물고 있는 반면, 브레히트는 내용을 혁신시켜 거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것도 피첨 회사의 직원들이 거지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독점자본주의적인 특성을 가진 사업가 피첨과 역시 직원들을 거느린 갱단의 두목인 매키스의 대결구도가 그려진다. 따라서 폴리의 연애와 결혼은 사업상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이처럼 기본 구도가 바뀌면서 극의 사건 진행도 세부사항에 있어서 원본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음악적으로도 브레히트는 오페라 전반에 대하여 반기를 들고 음악을 사회 비판에 이용하고자 했다. 브레히트는 노래가사도 자작시와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 1865~ 1936)의 시를 인용해 사용했다.

각색을 한 이윤택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서울연극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부산 우체국, 한일합섬, 한국전력 등 열세 가지 직업을 거친 후 1979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일보 편집부 기자로 일했다. 연극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연극판에 뛰어든 것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오구, 죽음의 형식>, <시민 K>, <문제적 인간 연산>, <느낌 극락 같은> 다양한 작품을 공연하면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한국 연극의 원류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맡았고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돼 화제가 됐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2015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윤택은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 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2016년에는 30스튜디오를 개관하고, 2017년에는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개관하고 부산 연극의 메카로써의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연출을 한 이승헌은 햄릿 공연에 10년째 참여하고 있는 연희단거리패 대표배우다. 연극 <오구>, <햄릿>, <어머>, <수업>, <서울시민 1919>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잠들 수 없다>, <곡예사의 첫사랑>, <울고 있는 저 여자>,<봄날은 간다>, <아름다운 남자>,<느낌, 극락같은>,<도솔가>, <시골선비 조남명>, <잠들 수 없다>,<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원전유서> <제주> <바냐삼촌> <문제적 인간 연산>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변두리극장> <궁리> <벚꽃동산>에 출연해 눈부신 기량을 발휘해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수상,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연출작으로는 <파출소 난입사건> <나는 깡패입니다>등이 있다.

<나는 깡패입니다>에서처럼 사실 정당한 노동이 아닌 불로소득을 갈구하는 깡패 단체는 유사 이래 세계 어디서나 항상 존재해 왔다. 문명의 발상 이후 법이 있는 곳에는 범죄가 있었고, 그에 따라 범죄 조직도 있었다. 단적인 예로 구한 말 이전에도 도적, 검계, 시정잡배들은 늘 발견된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이들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해 서술한 바 있다. 조선시대 조폭이라고 불릴만한 검계라는 조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야쿠자 같은 깡패 조직들도 한반도에 유입되었는데, 주로 시장상인들을 위협하거나 보호 명목, 즉 "잡 벌레들이 시장에서 행패부리면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금품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6.25 전쟁 이전에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진영의 좌익과 민족주의 진영의 우익이 각각 깡패나 테러조직을 꾸려 적색테러나 백색테러가 성행했다. 이들은 좌우 이념대립 속에서 이를 이용해 이권을 얻었다.

6.25 전쟁 이후에는 사회 혼란기를 이용해 부동산이나 미군의 원조물자 등으로 이권을 얻으며 세를 불리더니 정계와 연계하여 이권을 강화한 부류도 있다.

근자에 이르러 경제성장으로 새로이 생겨난 조폭들. 주로 건설업, 유흥업, 운송업, 유통업, 무역업, 연예업, 금융업 등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도 부정부패도 상당했으므로 이 과정에서 생기는 검은돈을 챙기거나 혹은 지저분한 일에 관여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었는데 이때부터 조폭 특유의 과시 문화도 생겨났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권의 10.13 특별선언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이른바 70~80년대 3대 조폭이라고 하는 양은이파 조양은, 범서방파 김태촌, OB파 이동재등이 여기에 꼽히는데, 이들이 전 매스컴의 영향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 졌을 뿐 진짜 전국구 보스들은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대는 아래 위층으로 나뉘고 여러 개의 방을 만들었다. 거지 의상실, 영도의 빈 생선창고, 창녀촌, 교도소 등 장면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된다. 사각의 나무조형물로 사형대를 만들고, 천정에서 밧줄이 내려와 교수형 장면이 연출된다.

깡패두목이자 칼잡이인 늑대와 거지조합장 허 첨의 딸이 결혼을 한다. 저마다 개성이 출중한 깡패들이 등장해 축하를 한다. 그러나 딸의 부모는 결혼을 나중에야 알고는 그 결혼을 탐탁하게 여기지를 않는다. 딸이 깡패두목과 결혼을 했으니 부모 심정이 오죽하랴?

부모는 자식을 헤어지도록 할 방안을 세운다. 깡패두목인 늑대와 전우이고, 절친한 사이인 백두산이라는 형사반장을 매수해 늑대를 감옥으로 보낼 계획을 세운다. 결국 늑대는 감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늑대의 부인은 남편이 옥살이를 하자 경제적인 것부터 챙긴다.

그런데 감옥에 들어간 늑대를 백두산의 딸이 사랑을 한다. 물론 늑대가 남성답고 미남의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여자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면회를 온 늑대의 부인이 있건 말건 백두산의 딸은 자신의 사랑을 내세운다. 늑대 부인도 자신의 사랑을 내세우지만 어쩐지 그렇게 강해 보이지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딸의 동태를 보고 아비인 백두산이 분노한다.

백두산은 거지조합장 허 첨과 결탁하게 되고, 결국 늑대는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대단원에서 늑대는 교수형에 처해진다. 바로 그때 군사혁명 기념일에 즈음해 집권한 장군이 대 사면령을 내려 늑대는 구사일생으로 구조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마치 현 시국에서 늑대와 같은 입장에 처한 한 인물을 두고 현 집권자의 사면을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연극이다.

안윤철, 홍민수, 이혜민, 박다온, 권혜원, 이미영, 김현동, 박관제, 이형찬, 최성철, 고기현, 이증준, 이유라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은 물론 호연과 열연그리고 열창은 극의 도입에서부터 관객의 시선을 극에 고정시키도록 만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작곡 쿠르트바일, 편곡 강종환 신유진, 조명디자인 조인곤,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무대감독 이동준, 음향 장해강, 핀 유리야마 마사토, 기획홍보 이채경 노심동, 홍보디자인 이미영, 등 스탭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을 이루어, 30스튜디오와 극단 가마골 제작,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원작, 이윤택 각색, 이승헌 연출의 <나는 깡패입니다>를 각색자 연출자 출연자의 기량이 3위 1체가 되어 원작을 능가하는 연극성, 시대성, 작품성, 대중성을 겸비한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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