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리뷰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난 12일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일간 축제를 시작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부산 해운대구 소재 5개 극장 총 32개 스크린에서 75개국의 300편이 상영되는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영화제다.

이 엄청난 잔치에 문화뉴스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부산 해운대에서 머물며 이번 BIFF 개막작인 '유리정원'을 비롯하여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에 속한 영화들 총 9편을 관람했다.

본지는 BIFF 상영작을 향한 후기를 총 2개의 편(개막작·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 기타 프로그램 상영작)으로 나눠서 다룰 예정이다.

 

'유리정원' (개막작, 10월 12일 시사관람)

- 감독 : 신수원

- 출연 :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등

- 상영시간 : 117분

- 평가 : 신수원 감독이 '마돈나', '명왕성' 등 전작과는 180도 다른 방식으로 연출했다. 단어 '식물인간'을 재해석해 현 사회 속 소외당한 이들에 접목해 초록빛 동화를 만들었다. 따뜻한 숲의 초록색과 삭막한 도시의 잿빛색을 대조해 두 주인공 '재연'과 '지훈'의 심경변화와 위로하는 듯 보이지만, 극 중 명대사인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다"에 걸맞게, 생명을 상징하는 초록색도 고립되거나 단절되면 변질된다는 슬픈 메시지도 담았다. 그리고 2015년 '사도' 이후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문근영의 이미지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

 

'나라타주' (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 13일 시사관람)

- 감독 : 유키사다 이사오

- 출연 : 마츠모토 준, 아리무라 카스미, 사카구치 켄타로 등

- 상영시간 : 140분

- 평가 :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마츠모토 준과 아리무라 카스미, 그리고 사카구치 켄타로가 출연한 '나라타주'는 현재 일본영화의 전형적인 공식인 '납득할 수 있는 해피엔딩'을 순순히 따라가지 않고 영화의 주인공인 '하야마'와 '이즈미'의 애매한 관계, 감정 등을 비춰줌과 동시에, 그 사이에 놓인 남자 '오노'로 하여금 현실 연애를 비추는 듯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외 대사나 행동을 이야기와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교차 방식을 사용하여 감정선을 강조했다. 다만, 1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과 이즈미를 향한 답답함에 숨이 막힐 수도 있다. ★★★

 

'마더!' (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 13일 시사관람)

-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 출연 :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에드 해리스, 미셸 파이퍼 등

- 상영시간 : 121분

- 평가 : '마더!'는 성경의 여러 구절과 현재 사회 곳곳에 일어나는 이슈들을 모두 '집'이라는 한 공간에 일어나는 일로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집에 초대받지 않는 손님들의 주거 무단침입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나비효과로 오늘날 세상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어 대런 아로노프스키식 '안티크라이스트'로 완성되었다. 그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들 정도로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잔혹하고 자극적으로 '마더'를 괴롭히는 장면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렸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자극적인 맛이 피로하게 만들었다. ★★★

 

'나비잠' (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 14일 시사관람)

- 감독 : 정재은

- 출연 : 나카야마 미호, 김재욱, 마시마 히데카즈 등

- 상영시간 : 110분

- 평가 :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의 첫 '한일 합작 멜로영화'였던 '나비잠'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보였다. 한일 합작이지만 일본 멜로 특유의 감성이 더 짙었고, 남녀가 만났다가 헤어지는 과정 및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연상케 하는 불치병, 남주인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여주인공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알츠하이머 증상을 이명과 화면 선명도로 좀 더 강조하고자 했던 점, 기억을 붙잡기 위해 애쓰는 '료코'를 담담하게 비춘 점, '은교'에서 느껴졌던 영상미와 색채들이 '나비잠'에서도 묻어나오는 등 보완하려 애썼다. ★★★

 

'맨헌트' (갈라 프레젠테이션, 10월 14일 시사관람)

- 감독 : 오우삼

- 출연 :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하지원, 치웨이 등

- 상영시간 : 111분

- 평가 : 198, 90년대 누아르와 액션 장르의 상징이기도 했던 오우삼 감독은 21세기인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1980년대를 부르짖었다. 리메이크작이라면 오늘날에 맞춰 재해석하여 보다 더 나은 구성과 인물 설정, 연출 기법 등을 선보여야 했지만, '맨헌트'에선 오우삼의 시그니처인 비둘기와 쌍권총만 웃음코드로 작용해 코미디 영화로 오해할 뻔했다. 만약 '맨헌트'를 오우삼이 아닌 한국 영화계에서 제작했더라면, '악녀'처럼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거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처럼 멋을 한껏 뽐내는 누아르로 탄생했을 텐데. ★

[문화리뷰] 제22회 BIFF 상영작 후기 ② : 엠마 스톤 '빌리 진 킹'부터 야외상영작 '몬스터 파크'까지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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