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히스 레저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2008년 1월 22일 미국 뉴욕 어느 한 아파트, 그는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의사가 잘못된 처방한 약물 오용이었다.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우울증약과 알레르기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면서 체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소문들은 많았다. 전 부인인 미셸 윌리엄스와의 결별이라는 설, 그의 인생 연기로 손꼽히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역에 대한 부작용 때문이라는 설 등이 팽배했지만, 그 어떤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에 충격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죽음은 영화 같아서 믿기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영원한 청춘이 되어버린 히스 레저를 기리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이 앰 히스 레저'가 19일에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 번 히스 레저를 되짚는 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1999년 자신의 고향 호주를 떠나 미국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총 16개 작품을 찍었던 히스 레저, 그의 청춘이 묻어나오는 주요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패트릭 역
- 호주 TV 드라마 등에서 연기를 시작했던 그가 고향을 떠나, 머나먼 미국땅에서 처음 참여했던 작품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에서 히스 레저는 무뚝뚝하지만 매력 넘치는 고등학생 '패트릭' 역을 소화하면서 청춘 스타로서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이 영화를 통해 히스 레저는 자신의 길이 배우라는 것을 깨닫고, 이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 가브리엘 마틴 역
-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통해 주목받는 신인이 된 히스 레저, 그는 곧바로 전작과 전혀 다른 연기를 하고자 새로운 작품에 도전했으니, 바로 '패트리어트 - 늪 속의 여우'였다. 일화로 히스 레저는 오디션 도중 대사를 잊어버려 캐스팅 안될 줄 알았으나, 멜 깁슨과 제작진이 그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다. 히스 레저는 자신의 우상인 멜 깁슨과 함께 한다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몬스터 볼' 소니 그로토스키 역
- 할리 베리를 여우주연상을 안겨다 줬던 '몬스터 볼'은 히스 레저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영화다. '기사 윌리엄'으로 히스 레저는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지만, 그는 영화산업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몬스터 볼'은 그를 한 단계 발전시켜주었는데, '레티샤'와 사랑에 빠지는 사형집행관 '행크'의 아들 '소니 그로토스키' 역을 맡았고, 할리 베리와 빌리 밥 숀튼 사이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 덕분에 히스 레저는 훗날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에 캐스팅되었다.

 

'네드 켈리' 네드 켈리 역
- 1800년대 호주가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실존 인물 이야기를 영화화한 '네드 켈리'에서 히스 레저는 주인공 '네드 켈리'를 맡았다. 네드 켈리는 아일랜드계 빈민가 출신의 인물로 영국 경찰과 끊임업이 대립각을 세우며 당시 호주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은행을 털며 은행에 빚진 가난한 농부들의 채권을 붙태우며 한 줌의 빛이 되었다. 히스 레저는 여기서 '킹콩'의 히로인 나오미 왓츠를 만나 연인이 되기도 했다.

 

'독타운의 제왕들' 스킵 잉브롬 역
사실 '독타운의 제왕들'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이며, 히스 레저의 주요 필모그래피에도 잘 언급되지 않는다. '독타운의 제왕들'은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던 10대들이 스케이드보드 팀에 합류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히스 레저는 껄렁거리면서 거친 매력을 내뿜는 스폰서 '스킵 잉브롬' 역을 연기했고, 당시 연출을 맡았던 캐서린 하드윅으로부터 "끊임없이 탐구하는 배우"로 평가받았다. 

 

'브로크백 마운틴' 에니스 델마 역
- 히스 레저 연기 인생의 일대 터닝포인트 중 하나를 꼽자면 '브로크백 마운틴'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의 남성성의 상징인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그렸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영화로 손꼽혔고, 히스 레저는 상대 배우인 제이크 질렌할과 애절한 연기를 선보이며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까지 올랐다. 덤으로 극 중 부부로 출연했던 미셸 윌리엄스와 실제로 연인사이로 발전하여 결혼까지 골인했다. 일과 사랑, 둘 다 잡았다.

 

'다크 나이트' 조커 역
- 오늘날 대중에게는 '히스 레저 = 조커'로 박혀있지만, 히스 레저가 이 '조커'를 연기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석하고 자신만의 조커로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커의 관점에서 모든 걸 바라보고 조커처럼 자학하는 등 실생활에서도 몰입했다. 그 결과, 조커 역의 1인자였던 잭 니콜슨을 뛰어넘는 최고의 조커를 연기한 배우로 각인되었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가 흥행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사후, 2009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토니 역
-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도 잘 알려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그는 이 작품을 촬영하던 도중 약물 오용으로 자택에서 사망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중단되었지만, 그의 죽음을 기리고자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참여하면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촬영은 재개되었다.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주드 로, 콜린 파렐, 그리고 조니 뎁이 출연하는 4인 1역이 되었고, 이 영화의 수익 전액은 히스 레저의 딸 마틸다에게 전해졌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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