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평생공로 황금사자상 수상자로서 국내 최초 개인 전시

 

[문화뉴스 MHN 권혜림 기자] 바라캇 서울이 지난 27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엘 아나추이의 개인전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전을 개최한다.

엘 아나추이(1944~)는 가나 출신의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조각에 대한 전통적 관습과 정의를 거부하는 예술적 실험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다양한 정치적 역사적 입장을 표방해온 사회 참여적 예술가이기도 하다. 버려진 병뚜껑을 이용한 화려한 금속 태피스트리 작업으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공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오는 10월18일 회화, 조각, 건축, 음악 및 연극, 영화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예술가에게 선사하는 제29회 프리미엄 임페리얼 국제 예술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엘 아나추이에게 명성을 안겨준 설치 작품은 버려진 병뚜껑 등 수많은 알루미늄 조각을 구리 끈으로 엮어 마치 금속성의 태피스트리처럼 변형시킨 작업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소비와 낭비, 그리고 환경이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식민지 시대, 서구에 의해 반강제적인 무역 협정에 따라 수입되기 시작한 술병뚜껑을 모은 그의 작업은 동시대 아프리카 문화에 여전히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서구 문화의 영향을 은유적으로 지시하며, 아프리카의 후기-식민주의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바라캇 서울의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전에서는 엘 아나추이를 아프리카 출신으로 작가를 구분짓던 기존의 예술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은유적인 토폴로지(topology)의 개념을 제안한다. 공간 속의 물체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교점(node)의 배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확장하는 토폴로지적 공간처럼, 엘 아나추이는 삶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으로 보았고, 여러 관계를 연결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이나 작품의 성격 또한 이러한 삶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가 삶을 통해 일궈온 예술의 지평에서, 우리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 고정된 예술 분류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서로 다른 관계와 관점의 조합으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열린 예술의 지평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대표 조각 작품을 통하여 바라캇 서울의 전시장은 '구기고', '접는' 공간의 변형을 시도한다. 이와 함께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도 새로운 매체의 실험을 멈추지 않는 아나추이의 신작 프린트 작품을 바라캇 서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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