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46 '살인자의 기억법'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가을이 시작되었는지, 날씨 또한 언제부턴가 선선함을 느끼게 되었다. 뜨거웠던 박스오피스도 계절을 타듯, 서늘한 스릴러/공포 영화, 혹은 다가올 추석 명절을 겨냥하는 온가족이 볼 영화들이 커팅테이프를 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 먼저 가을 시장의 문을 연 영화가 있으니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소설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영화를 향한 관심도 또한 높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살인자의 기억법'을 어떻게 생각할까?

'살인자의 기억법'을 본 소감이 어떠한가?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2013년 김영하 소설가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기에, 개봉 전부터 그의 많은 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원신연 감독은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먼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듯, '살인자의 기억법'은 반드시 소설을 읽어야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부담이 없다. 소설을 기본 틀로 하되, 원신연 감독만의 방식으로 재창조되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특히 소설 속 여러 묘사 및 상황을 원신연 감독식으로 표현했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그래서 엔딩 또한 서로 달라 소설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마'라는 설정 자체는 인상적이다. 김영하 소설가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시놉시스 자체는 기대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그 설정이 완벽하게 조리되진 못했다. 마치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 '데스노트' 원작 코믹스가 탄탄한 것에 비해 각색된 영화가 혹평을 받은 것처럼, '살인자의 기억법'은 배우들의 열연과 달리 여타 스릴러 장르 영화와 차별화된 묵직한 한 방이 없었다. 다행스럽게 주연 배우들인 설경구, 김남길, 그리고 설현은 제 몫을 다하는 연기를 펼친다. 배우 김설현이라는 이름도 익숙해질 것 같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의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나? 
ㄴ 양 : 좌우 대칭이 이뤄진 숲속을 배경으로 터널을 배경으로, '병수'가 걸어 나오는 대목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설경구 배우의 이미지를 치워버리는 장면이다. 안면 근육의 떨림을 클로즈업으로도 보여주는데, 그 떨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밖에도 설경구는 극을 휘어잡으면서, 올해 개봉한 '루시드 드림',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비교해 제일 인상적인 모습을 선사한다. 힘을 뺀 노년의 연기는 작품의 힘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설경구가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만날 수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석 : 양 기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옆모습만으로 인상을 심어준 데 이어 이번에는 미세한 묘사로 또 한 번 놀라게 했으니, 이쯤 되면 '연기장인'이라 불러줘야 할 것 같다. 그 외 '태주'가 병수의 집에 쳐들어와 병수를 케이블타이로 그를 꽁꽁 묶어놓은 뒤, 일기를 고치는 장면이 또한 매우 강렬했다. 기억을 붙잡기 위해, 딸 '은희'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 치려는 설경구의 연기와, 반대로 병수를 위협하는 김남길의 악랄하고 교활한 연기가 부딪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 막히게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장면을 기억에 남을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아무래도 소설원작이 있다보니 아쉽다는 이야기도 제법 나오고 있다.
ㄴ 석 : 영화와 소설의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영화만 놓고 본다면,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였다는 신선함이 있겠지만, 원작 소설을 같이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여럿 보인다. 소설의 경우, 김병수라는 늙은 살인자가 알츠하이머라는 병으로 인해 기억과 심리가 무너지는 과정을 담아내는 등 한 사람의 고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영화는 민태주를 내세워 대립 구도를 만들며 소설에서 느꼈던 묵직한 한 방이 없었다. 평범한 스릴러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양 :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은 독자가 영화를 보면 실망할 수 있다. 독자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이식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을 각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장면은 없어지거나, 스릴러 장르의 법칙을 고스란히 끼워 넣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부성애'다. 딸이라는 존재는 있으나, 그 딸에 대해서 대하는 태도는 소설과 영화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여기에 '개그'를 담당하는 캐릭터들의 존재가 이상하게 극의 톤과 매너를 떨어뜨렸다.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해 별점을 매긴다면?
석 : ★★★ / 잽을 연타로 가격하지만, 묵직한 스트레이트 한 방이 필요해
양 : ★★★ / "설경구X김남길X설현만 본다면 좋은데…"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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