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구를 지키느라 신경 쓰지 못한 것이 많은 게 아닐까?

병구가 '정말 또라이인지 천재인지' 알 수 없게끔 만드는 분위기, 가치판단을 흔드는 애매모호함이 매력인 이 작품은 연극이 되면서 무척 '알기 쉽게' 변했다.

쫀쫀하게 긴장을 만들어주면서도 나사 빠진 느낌을 선사하던 영화와 달리 연극은 오히려 러닝타임이 짧지만, 긴장을 유지하기보다는 어색한 한국어(전형적인 '사장님 나빠요' 톤의)를 하는 형사가 등장하는 등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면들이 많다.

전체적으로 미니멀리즘한 연출 역시 병구에게 고문을 가하는 전기장치나 무대에 세팅된 디테일한 소품들과 맞물리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아쉬운 점은 병구가 죽이는 외계인들의 '심각한' 설정이 너무나 '가볍게' 다뤄지는 점이다. 리벤지 포르노나 갑질 등 무대 밖의 관객에게 실존하는 분노가 대본에서 쉬이 흩뿌려지는 느낌이 든다. 공연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다지만, 연극 '지구를 지켜라'에선 그것이 과해서 작품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그네'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길 바란 걸까?

재연으로 돌아온 '지구를 지켜라'는 배우들의 열연을 제외하면 건질 게 많이 없는 작품이 됐다. 그 과정에서도 진심을 다하려는 배우들의 땀이 '지구를 지켜라'를 지키고 있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지구를 지켜라
- 공연날짜 : 2017. 8.10. ~ 10.22.
- 공연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 연출 : 이지나
- 출연배우 : 박영수, 정욱진, 강영석, 샤이니 키, 허규, 김도빈, 윤소호, 육현육, 안두호, 김윤지, 최문정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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