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의 YG엔터테인먼트? 어렵다고 생각지 않아요.

이번 글에서는 조인선씨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앞선 편에서 그녀가 말해준 그녀 주위의 이야기들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수 있으셨나요? 이번에는 직접 그녀와의 대화를 전하는 시간이고, 여러분이 그녀의 진짜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는사람'의 인터뷰는 일반적인 인터뷰 형식과는 조금 다른 구조로 진행이 됩니다. 시작은 '아는사람'이 바라보는 주인공에 대한 느낌을 간략히 담고, 본문에선 주인공의 이야기를 본인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엔 '아는사람'이 인터뷰 동안 마음이 닿은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며, 정말 소중한 서로의 인연이 되고 아는 사람이 됩니다. 전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의 따듯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색이 바랬다고 가치가 바랜 것은 아님을, 우리가 찾지 않는 우리 것을 찾고 있는 사람
젊은이가 북적이는 클럽에서 울리는 생소한 국악 소리, 섹시하게 잘 빠진 위스키 잔에 담긴 막걸리. 어색할 것 같은 조합이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멋이 느껴지지 않는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모습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기 전통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모던한(Modern韓)의 조인선 대표를 만났다.

행복하지 않지만, 행복을 주기 위해 음악을 했어요.
아쟁이라는 악기 아세요? 저는 아쟁을 전공했었어요. 물론 지금도 가끔 공연을 함께하고 있어요. 국립국악단의 수석 아쟁 연주자였고 그만큼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했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사람들과의 거리감이나, 좁아진 시장 등 악기 연주가 아닌 외적인 것들이 눈에 많이 띄기 시작했어요. 아쟁만 열심히, 잘 연주하면 많은 사람이 들어줄 거라는 꿈에 금이 가는 시점이 온 거죠. 제 인생은 그때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늦깎이 사춘기 소녀의 세상 나들이
사람들한테 비웃음도 많이 사고, 안 좋은 말도 들었어요. 음악이나 계속 하라며 부모님도 말리셨죠. 근데 처음으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것에 두렵기보다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그 이후로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수석에서 막내로 위치가 변하고 음악가에서 회사 막내로 환경이 바뀌면서 처음 해보는 페이퍼 웍(paper work)에 적응했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좋은 기회로 국악방송에서 회사생활을 한 덕에 사업에 대한 준비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아쟁을 했던 것도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Modern韓을 시작했던 것도 이 역시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마음을 가져서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본질을 섞어야 진정한 퓨전(fusion)이다
석 달 정도 뛰어다니면서 한 번만 공연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아무도 국악이 틀어지는 클럽을 안 좋게 보시더라고요. 석 달 만에 좋은 분을 만나 개업 파티를 기획,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 파티 이름이 'Modern韓' 이었죠. 그게 첫 파티 이름이자 지금 제 사업의 시작이기도 하고요. 클럽 DJ와 국악 사중주의 컬래버레이션 연주, 막걸리와 한국 전통 요리의 파티용으로 내보인 점, 굿 퍼포먼스를 통한 잔치와 파티의 결합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나왔죠. 투자 하나 없이 자비로 이뤄낸 일이지만 제 삶의 새로운 기회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젊은 전통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불리기 시작했죠. '진심은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으로 진짜 제 꿈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주위에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예술적인 측면과 대중적인 측면으로 많이 나눠서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진심을 믿기 때문에 예술성과 대중성을 나눠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접점을 찾는, 그 시작이 진정성에 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국악계의 YG엔터테인먼트? 어렵다고 생각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캘리그래피 하시는 이상현 작가님을 존경해요. 특히 본인의 고집 없이 항상 열려있는 마인드를 배우고 싶어요. 정말 좋은 아티스트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국악은 외길을 걸어야 하고 고집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신 분이 많은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열린 마음으로 발전적인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어서 그들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더욱 가치 있게 보여주는 것이 제 목표에요. 사실 국악인에 대한 협조나 후원이 부족한 지금 새로운 시스템으로 실제 필요한 도움을 주고 합당한 대우를 받게 하고 싶어요. 또 다른 문제라면 국악인이 사회에서 어려운 점이 오랜 역사가 담긴 음악을 배우고 믿으면서 커왔는데 사회는 퓨전국악을 선호하다 보니 새로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그런 점을 제대로 매니지먼트 하고 싶어요. 국악인들이 주목을 받고 전통의 색채를 가진 것들이 유행하면 국악계의 YG 같은 대형 기획사가 나올 수도 있겠죠?

국악, 전통을 벗다.
Modern韓의 매력은 '젊음'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이 국악을 하네?' '젊은 친구가 전통을 알아?'하는 분이 많은데요. 전통을 이해하는 것엔 나이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국악 하는 사람은 젊으면 안 되나요? 젊음과 전통의 결합이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전통 지키기에요. 나아가 전통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새로운 통로로 전통과 현대적 느낌이 함께하는 파티를 만들 거예요. 가끔은 캐주얼도 입고, 가끔은 정장도 입는 일이 있듯 가끔 한복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 그게 전통을 현대에 녹이는 모습 아닐까요? 힙합이 유행이고 발라드 하면 가을이듯 자연스레 국악을 찾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전통이란 단어는 무겁지 않거든요.

전통과 현재를 아울러, 맛있게 담다.
대중이 가진 기대와 시선은 분명히 존재하기에 질타도 당연히 받죠.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저도 아쉬울 때는 있으니까요. 계속 노력해야죠. 그래서 언젠가 영화 볼 때 팝콘을 찾듯 즐거운 '소스' 같은 전통도 있다는 가벼운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전통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제 믿음처럼요. 인식을 바꿔나가는 것이 결국 Modern韓의 숙제 아닐까요? 장발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고 청바지가 유행에 맞춰 변하듯 개량 한복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유행할 날이 온다고 봐요.

국악 공연 기획사는 국내에 여러 곳 있지만 Modern韓은 현재 한복, 공예, 전통주, 한식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전통문화 콘텐츠를 제작, 유통해나가고 있다. 음악, 미술, 음식, 술 등 모든 한국 문화를 담은 그릇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그녀의 삶은 한국적인 멋과 이국적인 마인드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아는 사람이 본 조인선이란 사람은 이미 전통을 지키는 것을 넘어 전통을 즐기고 있었다.
와인과 막걸리로 전통을 비교하기보단, 와인 같은 분위기를 가진 막걸리는 어떠냐는 조인선 대표. 그래서 Modern韓의 전통은 현재에도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으며 진화 중이다.

이번 '아는사람'을 보시면서, 조인선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느끼셨나요? 그녀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하며, 그녀 주위에서 바라본 그녀는 어떤지 궁금하시죠? 그래서 다음 '아는사람' 이야기는 그녀 주위의 이야기, 그리고 저희의 후기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평범함, 그 특별한 '아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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