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다크 나이트'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꼽자면, 단연코 '히어로 영화'다. 이미 전 세계는 마블 스튜디오에서 구축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에 빠져들고 있으며, 그들의 새로운 영화가 나오길 영화팬들은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하지만, 마블의 거대한 세계관 또한 이 영화가 없었다면 실현되었을지는 미지수다.

2005년 여름, 마블 스튜디오의 라이벌인 DC 코믹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을 앞세워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리부트했고, 3년 뒤에는 '히어로 영화'에 한 획을 그었던 21세기 최고의 영화 '다크 나이트'를 탄생시켰다. 마블 스튜디오의 케빈 파이기마저도 "히어로 영화계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며, 개봉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 '히어로 영화'로 언급되고 있다.

'다크 나이트'가 사람들로부터 현재까지 최고의 영화로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을 마치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을법한,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것이 현재까지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히어로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엔 히어로 영화의 전형적인 선('배트맨')과 악('조커')의 대립 구도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그 사이에 놓여있는 '하비 덴트'까지 포함한 삼각관계가 '다크 나이트'의 핵심이다. 그동안 다른 '배트맨 시리즈'에서 본심을 알 수 없는 미치광이로만 그려졌던 조커는 '다크 나이트'에서는 인간 세계의 모든 진지한 가치를 비웃어버리는 혼돈의 화신이 되어 배트맨이 믿는 가치를 짓밟아버리려고 시도하거나, '고담 시의 영웅' 하비 덴트를 망가뜨려 그를 '투 페이스(이중인격자)'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조커 때문에 타락하게 된 하비 덴트의 추악함을 감추기 위해, 그리고 하비 덴트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면 크나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는 '고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결국 배트맨은 자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고 '다크 나이트'를 자처했다. 하비 덴트가 극 초반에 남긴 대사 "영웅으로 죽거나, 악당이 된 자기 자신을 마주할 만큼 살거나"가 이렇게 '다크 나이트' 전반을 관통하게 된다.

'다크 나이트'의 또 다른 볼거리를 꼽자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인생 연기로 평가받는 조커를 비롯해,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중심이었던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하는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 그리고 게리 올드먼 같은 베테랑 배우들의 존재감도 이 영화의 백미이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진두지휘하면서 사실적이고 무거운 메시지, 시간 순서를 뒤섞는 방식과 함께 현실주의에 기반을 두어 최대한 현장감을 살리고자 CG를 사용하지 않고 건물을 직접 무너뜨리거나 수많은 지폐를 한 치 망설임 없이 불태워 버리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방식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최근 히어로 영화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마블 히어로들이 가장 으뜸이고 그들이 출연한 영화들이 뛰어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중 하나인 '다크 나이트'를 보게 된다면, 히어로 영화 중 최고 순위가 아마 바뀔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15세 관람가, 액션 , 
2시간 32분, 평점 : 4.3 / 5.0(왓챠 기준)

 

syrano@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