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와 충남 계룡시에서 만나는 두 가정의 따듯한 집 이야기
2일 밤 10시 50분 방송

[문화뉴스 이지영 기자] 2일 밤 10시 50분, EBS1에서 방영될 '건축탐구 집'에서는 가족 간의 깊은 이해와 사랑이 담긴 특별한 주택 이야기를 선보인다.

먼저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로 찾아간다. 심플하고 소박하지만 그래서 눈에 띄는 첫 번째 주택은 전원생활이 싫은 아내와 20년 건축 로망을 가진 까다로운 남편을 만족시킨 집이다.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60대 부부인 우양 씨와 김은진 씨가 지은 이 집은 후드 없는 주방, 환기팬 없는 화장실 등 없는 게 많기로 유명하다. ‘집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남편 우양 씨의 취향대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감추고 없앴기 때문이다. 우양 씨는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열망 하나로 20년 넘게 건축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건축 관련 정보를 모으고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아내 은진 씨는 전원생활과 건축을 싫어했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우양 씨는 양평에 전원주택을 얻고 무려 4년을 전세로 살며 집을 지을 방법을 공부했다. 너무 넓지 않은 마당과 창고는 필수이고, 계단 없는 집과 방이 몇 개가 필요한지 등 어떤 집을 지어야 할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눈 높고 까다로운 우양 씨의 조건에 맞춰 건축사인 막내딸 우지효 씨가 설계를 시작했다. 가족끼리 건축하면 안 된다는 철칙을 깨고 설계를 맡은 지효 씨는 회의는 업무시간에만, 모든 연락은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존댓말로 소통하며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했다. 열회수환기장치, 구조용 열교차단재, 고기밀, 고단열자재 등 아버지가 건축박람회를 다니며 모은 정보와 신기술을 집약해 건강하고 예쁜 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열회수환기장치 덕분에 팬과 후드가 없이도 일 년 내내 깨끗한 공기가 유지되고, 지붕의 태양광 패널로 관리비를 대폭 줄이고, 블라인드와 외부 단열재 등을 숨긴 덕분에 투박해 보이는 패시브 주택의 단점을 숨겼다. 단차와 문턱 없는 마당을 통해 집안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고 청소하기도 편해, 건축을 반대했던 아내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가족끼리 짓느라 맘고생이 많았지만, 오히려 가족끼리 지었기에 취향 맞춤 집이 된 이들의 건축 이야기를 들어보자.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두 번째 집은 충남 계룡시, 민족정기가 어린 명산으로 불리는 계룡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독특한 외형의 유럽식 벽돌로 지어진 이 집은 35년의 교단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으로 퇴임한 김관중 씨와 그의 아내 신은경 씨의 집이다.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절반은 붉은색 고벽돌로, 절반은 C블록으로 지은 이 집은 전면부의 거대한 유리창 위에 점토를 구워 만든 밝은색의 C블록을 쌓아 벌집 같은 외경을 만들어 내고 시스루의 멋을 살려 햇빛과 조명을 투과해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집 내부는 긴 복도를 중심으로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나누었다. 오른쪽엔 잠이 많고 스포츠 중계를 즐기는 남편을 위한 거실이 있고, 왼쪽엔 요리와 다도, 뜨개질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주방과 이와 연결된 테라스가 있다. 이렇게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이 집은, 30년 전부터 계획된 누나의 소원을 이루어 준 ‘안성맞춤 건축 주치의 남동생’ 신민철 소장의 작품이다.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30년 전, 관중 씨는 처남인 신민철 소장에게 후일 집을 짓게 되면 설계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은퇴를 앞두고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느꼈다는 신민철 소장. 정작 누나는 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설계를 맡기는 것을 반대했지만 민철 씨는 누나 부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 나만이 적합한 설계자라는 것을 인정하며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 시 가장 고려한 것 역시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매형과 요리와 다도를 좋아하는 누나의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소리는 들리도록 공간을 개방해 소통 감을 살렸다. 

또 무릎이 좋지 않은 누나를 위해 단층으로 설계하고 주방의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2층의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누나를 설득하기 위해 주방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무릎 높이의 데크를 마련했다. 어렸을 적 같이 놀았던 고향 집 툇마루의 추억까지 담았다. 은경 씨는 이 데크에서 봄바람과 햇살을 느끼며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됐다.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건축탐구 집] 사랑과 이해로 만들어진 공간, 가족을 위한 집

분리된 공간으로 모두 만족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부부의 집, 누나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이 담긴 집. 누구보다 가족을 잘 알기에 지어질 수 있었던 따듯한 집을 만나보자. 

문화뉴스 / 이지영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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