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국가 중 대기업 일자리 비율 최하위 기록: KDI 보고서 분석"

한국의 대기업에서의 고용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밝혀져, 경제적 불균형 및 사회적 문제의 심화를 초래할 위험에 직면.

고용의 질과 양에서 격차를 보이는 한국의 산업 구조, 대기업 중심의 고용 확대와 규제 개선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

[박근종 칼럼] 한국의 전체 일자리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복지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기업 일자리가 적다 보니 과도한 입시 경쟁이 일어나고, 저출산과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나온 것이다.

OECD 기준 대기업(250인 이상 사업체 │ 한국의 대기업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비중이 미국 57.6%, 프랑스 47.2%, 영국 46.4%, 독일 41.1%, 일본 40.9%에 달하는데 한국은 13.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월 27일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연구부원장)이 발표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2021년 기준 13.9%로 OECD 32개 회원국 중 최하위로 OECD 전체 평균인 3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는 그리스(17%),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22%) 순이었다. 1위인 미국은 57.6%로 우리나라의 4.14배에 달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독일도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41.1%로 우리나라의 2.96배나 됐고, 일본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도 40.9%에 이르러 우리나라의 2.94배에 달했다. 주요국들이 모두 우리나라의 3〜4배에 달한다는 결론이다.

소수의 몇몇 글로벌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체로 한국 기업은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10인 미만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이 전체 종사자의 46%에 이른다. 그래도 대기업 일자리는 중소·중견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체보다 급여, 복지 등의 근로 조건이 훨씬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기준은 300인 이상으로 보는데, KDI의 분석은 고용노동부 실태 조사를 근거로 2022년도 기준 중소기업들의 임금 수준이 5~9인 사업체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그쳤다고 밝혔다.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 역시 300인 이상 사업체 대비 71%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7일 발표한 ‘2022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임금 근로 일자리에서 일한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53만 원으로 전년보다 6.0%(20만 원) 늘었다. 또 임금근로자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正) 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나타내는 ‘중위소득’은 267만 원으로 전년보다 6.9%(17만 원) 상승했다. 또한 대기업 월급과 중소기업 월급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59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4.9%(27만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286만 원으로 7.2%(19만 원)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득 격차는 2.07배인 305만 원이었다. 대기업의 경우 1,000만 원 이상 비중이 12.9%였으나 중소기업은 1.7%에 그쳤다. 대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54.3%)이 450만 원 이상의 월급을 받았으나 중소기업은 겨우 13.9%에 머물렀다.

이 같은 임금 격차 등으로 인해 청년들은 대기업의 질 좋은 일자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대기업 일자리는 부족해 고용 불일치 현상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이렇듯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대체로 임금과 복지 수준이 높고 좋은데, 대기업이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보니 여러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대개 대기업에서 나온다. 그 비중이 세계적으로 낮다는 지표를 허투루 봐선 안 되는 이유다. 결국 과도한 입시 경쟁과 저출산, 여성 고용률의 정체, 수도권 집중 심화 등은 한정적인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및 스트레스와 결단코 무관해 보일 수 없다.

지난 2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취업자는 2,774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2,736만 3,000명에 견줘 무려 38만 명이 늘었으나 15~29세의 청년층 취업자는 같은 기간 되레 8만 5,000명이나 줄었다. 중소기업이나 지방에 있는 기업 등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들인 데 청년들은 근로 조건이 눈높이에 맞지 않은 일자리를 피하는 어긋남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기업과 강소 기업 등이 만들어내는 양질의 고품격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문제를 푸는 열쇠이자 첩경이다. 특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차세대 자동차, 수소경제, 우주항공산업, 방위산업과 같은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 기업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대책이 화급하다. 무엇보다도 산업기술 부문에서는 역동성 강화를 위한 도전·시장 지향적 R&D 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역동성 제고가 혁신성장으로 연결되기 위한 임무지향형 정책으로의 전환 또한 긴요하다.

KDI 진단이 옳다는 전제하에 처방을 내린다면 당연히 대기업 일자리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튼튼한 ‘성장 사다리’가 필요하다. 이런 선순환의 맥락에서 시급한 것은 각종 규제의 혁파다. 경제 규모에 비해 한국에서 대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데는 기업 스스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현상)’도 한몫한다.

중소기업 문턱을 넘어 중견·대기업으로 올라서는 순간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고 위탁 거래 규제, 공시 의무 등 규제가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규제 대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둘 이상의 회사에서 서로의 주식에 투자하는 교환 형식으로 자본을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한 기업)이 되면 적용되는 규제가 274건에서 342건으로 무려 68건이나 더 늘어난다. 세금 감면, 금융 혜택 등 각종 정책 지원도 중소기업에만 집중돼 있다. 이런 구조 탓에 대기업 수는 수십 년째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 현재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은 847곳으로, 전체의 0.014%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12년 0.015%보다 오히려 비중이 줄었다.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미명(美名)하에 ‘성장 발목 잡기’가 일반화된 탓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126개 규제가 즉시 추가된다.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적용받는 규제는 57개에서 183개로 무려 126개의 규제가 늘어나고,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규제 숫자는 274개로 늘어나고,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들어가면 총 342개 규제가 적용된다. 그야말로 암담한 현실로 가히 ‘규제 공화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1~2021년 미국 대기업(종업원 1,000명 이상)이 1.5배 늘 때 한국은 외려 줄었다. 미국 기업 중 대기업 비율은 2011년 0.56%에서 2021년 0.88%로 올라갔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지난해 1월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7%가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축소와 규제강화 등 새롭게 적용받게 된 정책변화에 대해 체감하고 있거나 체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더욱이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23.6%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실제로 최근 5년간 271곳이나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한다. 해당 기업들은 중소기업 회귀 이유로 조세 부담(5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각종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 것(26%)도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중견기업들도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47%)’를 첫손에 꼽았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 1위 역시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38.7%)’였다. 결단코 새겨들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면 ‘OECD 꼴찌’의 치욕을 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병리 증상도 치유될 리 만무하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이렇듯이 중소기업에 대한 수혜만 많다 보니 특혜의 달콤함에 안주하여 ‘성장 사다리’를 오르려는 생각은 애당초부터 어줍잖게 여기고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국가로부터 보조금만 따내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다른 나라 대기업과 경쟁에서 바로바로 이겨내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을 두텁게 보호하되 옥석(玉石)을 가려 정부 보조금에만 안주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줄이고,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도 대폭 수술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성장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게끔 인센티브 구조를 촘촘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투자·고용의 발목을 잡는 근로시간 제한 등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고정관념부터 고쳐야 한다. 중소기업이 더 성장할 경우 발생하는 추가 규제 부담 때문에 성장을 미루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대기업 등의 과도한 ‘모래주머니’들을 서둘러 제거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들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혁신 기술을 가진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집중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도 지속 가능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KDI의 정책 제언을 경청하고 대안을 강구해주기를 권면한다. 현 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는데 느리고 더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낮아 보인다. 우리 기업이 혁신과 도전으로 더 크게 성장할 때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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