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문화 人] '불한당' 설경구 "'불한당' 덕분에 다시 살아났다" ①에서 이어집니다.

설경구가 출연했던 영화는 항상 정면을 응시했는데, 이번 '불한당'은 특이하게도 옆면이 많이 나왔다. 그동안 강렬하고 직설적인 매력을 내뿜었던 설경구의 새로운 매력(은은하게 번져 나가는 모습)이 느껴졌는데?
└ 기자회견 때, 감독님은 나의 옆면을 좋아한다고 밝혔던 적이 있었는데, 촬영장에서부터 "옆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으로부터 들었다. 타인의 눈에 '재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의 옆면에서 보였다고 했다.

나도 나의 옆모습에 대해 전혀 몰랐었고, 나의 옆면을 이렇게 많이 썼던 건 '불한당'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콘티를 구성할 때부터 정면에서 옆면으로 바꾼 게 꽤 많았고, 촬영할 때에도 앞모습을 옆모습으로 바꿔서 찍은 게 많았다. 정면으로 찍어놓고 안 쓴 것도 제법 있었다. 내 옆모습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지만, 패를 다 보여주지 않은 느낌이었더라나? (웃음)

'불한당'에서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고, 본인의 연기나 모습 등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나?
└ 그렇다고 연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한 건 아니고,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네?' 정도로 느꼈다. 촬영뿐만 아니라 희한하게 포스터 사진도 옆모습을 많이 사용했고, 단독 스틸컷 또한 옆모습을 많이 고집했다.

 

'불한당' 촬영 스태프들을 보면 대체로 연령대가 젊었고, 그들로부터 되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이들은 영화라는 큰 틀에서 놓고 보면 경험이 많지 않아 아는 게 한정되어 있고, 모르는 게 많다. 그런데 자신들의 관심사가 확고하며, 자신들의 관심사가 대화 주제 등으로 등장하면 미쳐 날뛰며, 언성 높이며 치고받고 싸우기까지 할 정도로 매달린다. 그들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나는 이 영화를 잘 안되더라도 얻는 게 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심지어 촬영하는 도중에도 '이들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아'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조금 못 미더운 구석이 있었다. '불한당'의 줄거리가 많이 봤던 이야기 같고, 현장 스태프들 경험도 많지 않고, 아직 젊기에 채 여물지도 않았다. 그런데 스태프들의 팀워크가 그렇게 잘 맞아 떨어졌다. 콘티 한 컷 한 컷에 모든 스태프가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 말은 즉, 그동안 검증된 감독과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돋보이는 설경구로부터, 이제는 본인 자신이 새로운 지점을 찾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 맞다. 연기 인생에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촬영하면서 자극받았다고 느꼈던 영화는 이번 '불한당'이 처음이다. 흥행 여부를 떠나 촬영 중에 현장 스태프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느낀 게 많았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도 좋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고, 앞으로도 쭉 좋아해 줬으면 한다. 나도 언제나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힘든 게 아닐까?

 

배우들도 힘들겠지만, 설경구라는 배우 자체가 더욱 힘들어 보이는 것 같다. 탄력받아 올라서야 할 때도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갉아먹는 것 같아 보는 이들도 안타까웠다.
└ 맞다. 힘들지만,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계속 나 자신을 갉아먹는다. 다 내가 잘되려고, 잘하려고 하는 행동들이다. 다른 배우들이 탄력받을 때 보면 '어떻게 쉽게 잘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하다못해 잘하는 척, 탄력받은 척을 하지 못할 만큼 매우 솔직하다. 표정에도 그게 너무나도 잘 드러난다.

화제를 한 번 바꾸겠다. 파트너였던 임시완과의 호흡은 어떠했나?
└ 시완이와 호흡을 따로 맞출 필요가 없었고 좋았다. 재밌게 찍었다. 촬영 들어갈 때마다 기대되고 그랬다.

극 중에서 설경구('재호')를 중심으로 임시완('현수'), 김희원('병갑')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그들과의 실제 관계는 어떠한가?
└ 둘 다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김희원이 술을 잘 못 한다. (웃음) 일화를 하나 꺼내보자면, 김희원이 '불한당'에 하마터면 안 나올 뻔했다. 그동안 줄곧 악역만 연기해서 악역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나 강하게 박혀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5월에 개봉했던 '계춘할망'을 기점으로 희원이가 악역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다.

그 때, 희원이는 '불한당'에서 또 악역을 맡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희원이가 힘들 것 같다고 고사하려 했고, 삼고초려 끝에 그를 설득해 극적으로 '불한당'에 합류하게 되었다. 희원이가 합류했다는 소식에 상당히 반가웠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이번에 특별출연한 허준호 형은, '성한'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준호 형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말을 꺼내질 못해 대신 감독님에게 추천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준호 형을 직접 만났고, 준호 형이 반갑게 수락해주었다. 그 후 준호 형이 나에게 문자로 "너 때문에 내가 출연한다"라고 보냈다. 비록 작은 역할이었는데, 응해줘서 매우 고마웠다.

'불한당'에 대해 이야기하면 칸 국제영화제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칸의 흐름이 바뀌고 있고, 지난해 '아가씨'와 '곡성'이 진출하면서 국내에서도 칸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불한당'이 미드나잇 스크린 초청작으로 가기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느낌이 어떠한가?
└ 칸은 17년 만에 가게 되었다. 이번이 훨씬 더 좋다.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가게 되었으니까. 칸에 초대 받는 건, 전적으로 심사위원들의 몫인데, '불한당'이 초청받았다는 소식에 의아해하면서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발표가 난 다음 날에는 곧바로 담담해지긴 했지만. (웃음)

발표가 나던 당시 좋았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를 정도로 기뻤다. 발표가 났던 그 날 아침부터 갈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칸에 간다는 소식을 내가 직접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전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게 왜?"라고 대답하며 놀라워했다. 왜냐하면 '불한당'이 칸에 맞춰진 영화가 아니었으니까.

'칸에 가게 되어서 좋았다'라는 기쁨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쁨인가? 신인배우로서도 아니고, 첫 해외 진출에 대한 기쁨은 아닐 것 같은데.
└ 신인 혹은 오랜만에 가는 기쁨과는 당연히 다른 느낌이다. 영화계에 뛰어들었던 초반에는 영화 찍을 때마다 각종 영화제를 방문했었다. '숭어'를 찍으니까 도쿄를 갔고,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때는 베니스에 방문했고, '박하사탕'을 찍으니까 칸에 진출했고. '오아시스' 찍으니까 베니스를 갔고.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화려했다. (웃음)

늘 그렇게 당연하게만 생각했다가 '오아시스' 이후부터 뚝 끊겼다. 이곳저곳 많이 다닐 때는 멋모르던 시절이기에 '작품을 찍으면 각종 영화제는 참석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뚝 끊긴 것 같다. (웃음)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다는 자체가 기쁜데, 그 까다롭다는 칸으로부터 인정받았고, 무엇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진출했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다. 이전에 이창동 감독님과 저녁을 같이 먹다가 "참 잘됐다"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이창동 감독님과 '박하사탕'으로 칸에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그때는 어땠나?
└ '박하사탕'으로 갔던 17년 전이 기억나질 않는다. '박하사탕'을 상영했던 뤼미에르 극장 앞과 극장의 뒷골목, 그 외 숙소 등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한국 영화도 지금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있다면,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그 뤼미에르 극장을 배경 삼아 사진 찍으면서 '나 여기 걸으리라' 했었다. 이창동 감독님은 '초록물고기' 때부터 각종 영화제를 많이 다니셨고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느냐. 그 이후에도 작품이 나올 때마다 감독님은 칸의 거리를 걸으셨지만, 나는 17년 만에 가게 되었기에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이번에 칸에 가게 되면, 칸에 대한 기억이 죽을 때까지 남을 것 같다. (웃음)

 

이창동 감독님은 혹시 '불한당'을 보셨는지?
└ VIP 시사회 때 내가 따로 초대를 하지 않아서 안 보셨을 것이다. 지인들을 내가 나오는 영화에 초대하는 게 부끄럽고 창피하다.

칸 영화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 미드나잇 스크리닝 상영 일자에 맞춰 아마 칸 영화제 후반부에 짧게나마 다녀올 예정이다. 다 같이 움직일 예정인데, 시완이는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설경구는 몇 살까지 연기할 것인가? 너무 자기 자신을 학대하면서 연기하는데?
└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게 내 매력이다. 물론 작품마다 기복은 줄여나갈 것이다, 그래야 안 부끄러울 테니까. 방점을 찍고 난 다음에 배우를 그만둘 것이다. 방점을 만약 못 찍게 되면, 찍을 때까지 오래오래 연기하지 않을까? (웃음)

한편, 설경구가 출연하는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가 교도소에서 만나 출소 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영화로, 오는 17일 개봉예정.

syrano@mhns.co.kr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