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더 글로리' 박연진 역으로 악역 연기 호평
표정, 담배, 의상까지 철저한 준비
"박연진에 몰입, 집에 오면 묘하게 짜증 나더라"
"끝까지 자기 잘못 몰랐을 것...최고의 벌이죠"
※ 해당 기사는 작품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임지연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말이 너무 좋아요.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그야말로 임지연의 재발견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박연진 역을 통해 제대로 악역 연기를 펼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임지연 역시 배우로서 고대하던 캐릭터를 마침내 보여주게 됐다며 반겼다.
"악역은 항상 하고 싶었어요. 나이를 먹고 내공이 쌓였을 때 기회가 주어지면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매력 있는 악역이 주어져서 도전을 하게 됐죠. 제 안의 악역 에너지를 많이 끌어내고자 한 것 같아요. 막상 보니까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표정이나 얼굴도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시청자들은 임지연이 그려내는 박연진의 얼굴 표정에 주목했다. 때론 한없이 착하게 보이지만, 때론 누구보다 표독스럽게 변한다. 그렇게 연진에 몰입한 까닭에 임지연은 실제로 성격 변화를 체험하기도 했단다.
"작가님과 감독님께서 연진이는 착하게 생겼는데 그 안에 악마 같은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아마 저한테 악마 같은 뭔가를 보셨나 봐요.(웃음) 전 제가 표정 근육을 그렇게 많이 활용하는지 몰랐어요. 눈썹을 진짜 많이 쓰는구나, 미간 주름이 생각보다 많구나 싶었죠. 또 한쪽으로 웃는 버릇 같은 것들도 연진에게 잘 묻어나도록 했던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연진의 감정표출이 많다보니 그렇게 하루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그냥 묘하게 짜증이 나더라고요. 괜히 성질나는 것 같고. 미간에 찌푸림이 잔뜩 생기기도 했고요. 감독님께 농담 삼아 '저 요새 성질머리가 더러워진 것 같다'고 장난처럼 말하기도 했어요."
표정 외에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디테일을 구축했다. 일진 출신임을 드러내는 흡연과 욕은 기본, 화려한 의상과 기상캐스터로의 변신까지.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쏟았다.
"담배와 욕은 연진의 중요한 부분이었죠. 어색할 바엔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혼자 열받아서 하는 욕, 찐친들과 하는 욕, 동은을 만나 분해서 하는 욕까지. 다양한 지점들의 접점을 많이 생각하고 찰지게 해보자 고민했죠. 담배도 남편한테 할 때, 혼자서 필 때 등 다양해요. 끄는 방법, 무는 방법 디테일하게 잡으려고 했어요. 하나하나가 연진의 캐릭터라고 봤죠."
"기상캐스터 장면을 한 번에 몰아서 찍었어요. 감독님이 프롬프터를 준비해주냐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몇 달 동안 달달 외웠는데 아깝기도 하고. 실제 기상캐스터가 아니니까 오히려 보고 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배우로서 항상 암기하고 하는 것처럼 그냥 외워서 하는 게 더 쉬웠던 것 같아요. 딕션이나 표정도 완벽하고 싶었고요."
"처음엔 잘 사니까 명품을 많이 입자고 했는데 느낌이 좀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잘 어울리되 대놓고 명품보다 진정한 고급스러움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비비드한 컬러라든지, 장면에 맞는 느낌도 고려해서 스타일리스트와 세세하게 상의했던 것 같아요."
극 중 박연진은 문동은(송혜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학폭 가해자다. 그러나 부유한 집안을 등에 업고 죄책감도 없이, 벌도 없이 뻔뻔하게 살아간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임지연 역시 그런 연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저는 인간 임지연으로서 연진이를 이해할 수 없어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죠. '이런 여자가 있나?' '어떻게 죄책감이 없을 수 있지?' 싶었어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했지만 결국엔 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사는 인물이라고 봤어요.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정말로 모르는 거죠. 그렇게 접근하니 풀리더라고요. 전 분명 세상에 연진이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아요."
연진은 결국 복수를 계획한 동은에 의해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나 동은은 그런 연진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연진이 손명오(김건우)를 죽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김경란(윤소요)가 죽게 했던 것. 결과적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거다. 임지연은 연진의 이후를 상상해봤는지 묻자 명쾌한 답을 내놨다.
"연진은 끝까지 자기 잘못을 몰랐을 것 같아요. 결국 연진이 받는 벌은 그에겐 최고의 벌인거죠. 평생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 그 안에서 왜 억울한지 생각하면서 평생 살아가겠죠. 잘못 뉘우치지 않는 것도 벌로 돌아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 장면을 찍고 많이 울기도 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생 캐릭터를 만난다는 건 축복이지만, 다양한 역할 소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임지연 역시 그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주어질 역할들에 최선을 다한다면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며 배우로서의 각오를 다졌다.
"제가 연진이로 사랑을 받았으니 당장 그걸 버릴 다른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려고 해요. 연진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큰 용기가 필요했고 큰 도전이었어요. 앞으로도 연진이를 떠나서 주어진 작품, 캐릭터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조금씩 성장하는 배우 되겠습니다."
[인터뷰②] '더 글로리' 임지연에게 송혜교, 신예은, 악역 5인방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