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유롭게 만들 용기. 나를 스스로에게서 해방시킬 용기.

 

나는 모든 것을 얻기를 원했기에 모든 걸 얻지 못했다.

독일에서 비우는 것을 배운다. 나는 교환학생 기간 동안 채우는 것을 원했다. 스펙을, 경험을, 친구를 내 안에 채우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내 교환학생 기간의 일부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뭐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랐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모든 것을 얻기를 원했기에 모든 걸 얻지 못했다.

유럽의 여유로운 일상을 동경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항상 어딘가로 바쁘게 이동하지 않았다.
유럽의 여유로운 일상을 동경했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항상 어딘가로 바쁘게 이동하지 않았다.

했다. 삶 속의 다양한 욕구를 거절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운동도 하고 싶고, 직업적인 경험도 얻고 싶고, 독일어도 잘 해내고 싶다면 그 모두를 놓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에 집중하려고 하면 어느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우선순위가 필요했다.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나의 삶을 다시 설계했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결정은 시간을 만든다. 신중함을 넘어선 고민은 시간을 잡아먹는다.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나의 욕심 때문에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루를 비웠다. 비운 시간은 가치 있게 보냈다. 내 일상이 재편성되는 경험이었다. 유연해질 기회였다. 나는 텍스트로 기록된 할 일보다 눈앞의 여행이 더 중요했다. 이건 몸을 움직여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동화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동화같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샤워했다. 원하는 재료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느지막한 오후에 즐기는 여유, 그건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를 자유롭게 만들 용기. 나를 스스로에게서 해방시킬 용기. 그건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의 나는 언제나 자신을 어느 정도 혹사하고 있었다.

독일은 종이를 사랑하는 나라다. 서점은 물론 대중교통, 카페, 길거리 어디서든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은 종이를 사랑하는 나라다. 서점은 물론 대중교통, 카페, 길거리 어디서든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말에 여행을 갔다. 여행을 가는 날에는 모든 할 일을 내려놨다. 최소한의 할 일만을 남겼다. 해결해야 했던 것은 할 일을 어떻게 지울 것인가가 아니었다. 내 마음의 불안을 어떻게 잠재울 것 인가였다. 이 순간을 만끽해도 좋다고, 독일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웠다. 이 생각을 실천하는 것은 더더욱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세상으로 나왔다. 단어를 암기하지 않고 외국인 친구들과 한마디를 더 나눴다. 유튜브로 세상을 보지 않고 내 앞에 있는 진짜 세상을 만끽했다. 한국 생활 기준으로 맞춰진 나의 일상을 이곳 기준으로 재편성했다. 1년이 지나면 얻지 못할 것들에 집중했다. 계획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 시간은 나에게 찰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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