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한 한식당.

[최경헌의 유럽견문록] 1년의 시작은 기쁨, 안도감과 슬픔이 뒤섞인 체험이었다.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대화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독일에 도착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은 한국에서부터 나를 따라왔다. 공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엄마와 얘기를 나눴다. 완전히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나는 여전히 서성이고 있었다. 루프트한자를 탔다. 독일이 보였다. 그곳에서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이 1년의 시작은 기쁨, 안도감과 슬픔이 뒤섞인 체험이었다.

공항에서 짐을 찾는 순간이 가장 설렌다.

한인민박에 머물렀다. '카이저72'이라는 이름이었다. 택시 기사님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주셨다. 마인강에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도착했다. 화물용 캐리어 두 개, 기내용 캐리어 한 개와 큼지막한 백팩을 땅에 내리고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사장님을 처음 뵀다. 이곳에서 내 짐만큼이나 큼지막한 인연이 시작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에 민박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도착 후 바로 학기가 시작되면 혼란스러울 것이라 예상했다. 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보를 얻고 싶었다. 개강 일주일 전 독일에 도착한 이유였다. 거실에 나가자 두 명이 보였다. 한 명은 남자, 다른 한 명은 여자였다.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어렵게 말을 꺼냈고, 대화를 이어갔다. 첫 라면은 어색한 대화와 함께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한글을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편해졌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첫 일주일은 이렇게 시작됐다. 마부르크에 갔다. 아기자기한 골목들을 거닐었다. 멋진 경치를 봤다. 카이저72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거쳐 갔다. 6개월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었고,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다가 휴가로 독일에 방문한 외교부 직원도 있었다. 그들과 자연스레 삶에 관해 이야기하게 됐다.

마부르크에 위치한 한 관청 건물.

삶에 관한 대화는 낯선 세계를 마주하는 일이었다. 서로 달랐고, 다른 삶을 살아왔다. 많은 부분이 달랐지만, 한국인이라는 동질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삶의 방식은 독일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나와 가깝게 느껴졌다. 사랑을 논했고, 삶을 이야기했다. 어떤 언어에서는 아쉬움이, 또 다른 언어에서는 슬픔이 느껴졌다. 나는 그때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따금 대화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 머무르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대화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듯 보였다. 이곳은 독일을 거쳐 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독일에서의 삶을 시작하는 나에게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카이저72에서의 시간 덕분에 나는 타지에서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간은 곧 아쉬움으로 바뀌었고, 나는 기숙사로 향했다.

사진=최경헌 독일 학생기자

최경헌 기자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국제대학 테크노아트학부 문화디자인경영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Empirische Sprachwissenschaften 에서 유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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