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5일 오후 3시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가족 뮤지컬 '어른동생'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이뤄진 이번 프레스콜에선 오프닝부터 2막까지 하루 역에 이설, 미루 역에 이종현, 삼촌 역에 남정우가 출연했고 3막부터 에필로그까지 하루 역에 서현정, 미루 역에 오현진, 삼촌 역에 방기범이 출연했다. 엄마 역은 송인경 배우의 불참으로 이일진 배우가 전막을 소화했다.

가족 뮤지컬 '어른동생'은 한국출판문화상 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은 송미경 작가의 동화 '어떤 아이가'에 수록된 단편집 '어른동생'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2세 여자아이 하루가 5세지만 34세의 영혼을 지닌 동생 미루와 34세지만 13세의 영혼을 지닌 삼촌 정우의 비밀을 알게 되며 벌어진 사건을 유쾌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다뤘다. 25일부터 개막해 5월 21일까지 세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시공주니어가 후원하며 으랏차차스토리가 처음으로 제작, 기획한 가족 뮤지컬로 연출/대본에 조선형, 각색에 배지형, 협력연출에 하민지, 프로듀서에 지인환, 음악에 오준영, 무대디자인에 장하니, 조명디자인에 정진철, 기술감독에 조환준, 안무에 박교린, 그림에 서영아가 맡았다.

이날 선보인 '어른동생'은 송미경 작가의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몸과 정신의 연령대가 서로 다른 재치있는 설정을 통해 어른들에게도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게끔 하며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어른을 연기하는 미루의 모습과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뛰노는 정우의 모습이 아이들도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적절히 들어간 작품이었다.

전막 시연이 끝난 후 조선형 연출과 송미경 작가, 오준영 음악감독, 이종현, 방기범, 이설, 오현진, 서현정, 이일진, 남정우 배우가 참여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 좌측부터 조선형 연출과 송미경 작가, 오준영 음악감독, 이종현, 방기범, 이설, 오현진, 서현정, 이일진, 남정우 배우

어떤 계기에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ㄴ 송미경 작가: 제가 아이가 셋이 있다. 아들, 딸, 아들인데 막내가 말을 간신히 할 나이였다. 그런데 제게 "엄마 심심하면 자기한테 말하라"고. 마트 데려가서 에스컬레이터 태워주겠다는 거다(웃음). 언제든 자기한테 말하라고 사실 자기가 어른이라고 하더라. 같이 핫케이크 만들 때였는데 뭔가 마음에 탁 들어왔다. 비밀이라고 말해줘서 지키면서 살고 있다. 제 아들이 좀 점잖아서 철없는 캐릭터나 이런 것들이 더 들어갔다. '미루' 역이 제 마음에 들어와서 쓰게 됐다.

 

성인 관객 위주의 작품을 하다 가족극 올린 소감이 궁금하다. 힐링이 되는지.

ㄴ 이종현: 저도 조카들이 있어서 맨날 삼촌이랑 놀고 싶어 하는데 귀찮아서 잘 못 놀아준다. 그런데 이번 작품 하면서 어린 배역을 맡으며 조카들에게 모티브도 얻고 '이런 마음으로 노는구나' 하고 알게 돼서 제 마음도 좀 순수해진 것 같다.

ㄴ 방기범: 저도 13살 정우를 하고 있는데 이미 지나간 나이지 않나. 처음엔 잘 생각이 안 나더라. '미루'가 어른으로 나오는 걸 보며 동네에서 그냥 봐오던 꼬마들이 나보다 어른이 아닐까 싶어졌다. 저 역시 '엄마의 뽀뽀' 노래를 들을 때 '하루'가 아플 때만 느낄 수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 제 어머니가 생각났다. 아플 때만 어머니께 손을 내밀지 않나 하면서 잘못하고 있는 거 같아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ㄴ 오현진: 제가 올해 34세다. 13년째 연기를 하는데 저도 예전엔 넘치는 에너지로 연기를 하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장난기 많고 그런 마음을 가두고 자꾸 점잖아지고 어른스러워지려고 하는 거 같다. 첫 회식 자리에서도 제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하자 "네가 말이 제일 많다"고 하더라(웃음). 정말 낯을 가리는데 그걸 좀 깨고 싶다. 제 생각에 무대 위에서 배우는 '플레이어'기에 신명 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이를 먹으며 점점 빠져나가고 어떻게 하면 무대 위에서 잘해 보일까 이런 생각만 들고 그랬다. 결국, 연출님께 연습 때 혼도 많이 났다. 대본 그만 보고 마음껏 놀라고 하셔서 마음의 짐을 덜고 좀 놀려고 한다. 이게 앞으로 배우 하면서도 많은 전환점이 될 거 같고 그래서 이제 좀 '막' 할 거 같다. 여태껏 연습한 호흡이 있기에 동료들을 믿고 좀 막 던지고 애드립도 치고 할 생각이다. 이제 한 달밖에 안 남아서 너무 아쉽다. 지방 공연도 많이 잡혔으면 좋겠다(웃음).

ㄴ 남정우: 관객을 처음 만나는 날이니까 사실 두려움이 많았다. 무대 뒤에서 좀 봤는데 다들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진짜 내일부터 어린이 관객들 만나 시작인데 배우가 힐링이 되는 과정은 결국 관객을 만나는 과정인 거 같다. 공연하며 힐링 될 수 있겠지만, 내일부터 꼬마 친구들이 이 작품을 재밌게 봐줄지는 걱정이 되고 두려움이 있다. 그래도 생각보다 공연이 잘 나온 거 같다. 전 반대로 질문하고 싶다. 원작을 이렇게 만들었는데 맘에 드시는지(웃음).

ㄴ 송미경 작가: 과분하다. 웃고 울고 박수 치며 봤다. 대표님이 중간에 연습하는 거 보내주신 적 있어서 무척 기대했었다. 그 영상 보며 노래 따라부르기도 하고 좋았다. 무대로 옮겨져 보니까 음악도 잘 만들어주시고 연기도 너무 좋았다. 남정우 배우야말로 인터넷에서 유명 스타던데 자기소개 해달라(웃음).

ㄴ 조선형 연출: 남정우 배우는 SNS 스타다(웃음). 영화 '사일런스'에 출연했다.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는데 5년 동안의 기다림에 5초 정도 나온다고(웃음). 저희 중에 유일하게 헐리웃 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다들 철없는 어른들과 진짜 아이인데 오히려 어른스러운 건 하루뿐이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서현정: 제가 생각했을 때 '하루'가 12세긴 하지만, 사실 요즘 12세는 성숙한 아이도 많다. 하루는 또 내면에 순수한 마음도 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도 생각할 줄 알고 동생, 삼촌과 노는 것도 재밌고. 그 부분을 나누는 경계선이 좀 어려웠던 거 아닌가 싶다. 두 마음에서 중립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ㄴ 이설: 제가 '미루'랑 '하루'가 7세 차인데 저도 제 동생과 7세 차이고 어머니가 워킹맘이셨다. 그래서 제 어릴 적을 많이 대입해보고 어떻게 노는 지도 생각해보고 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성숙 하단 말을 많이 들었다. 장녀고 동생을 챙겨야 하고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하고 난 더 잘해야 하고 그런 여러 마음. 그 구분이 무척 애매한 거 같다.

ㄴ 조선형 연출: 극에서 제삼자 입장이 하루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고 '미루의 탄생' 노래나 '엄마의 뽀뽀'에도 나오는데 누나가 되며 사랑을 뺏기고, 챙겨줘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거기서 책임감이 생기며 어른스러워진 거 같다고 생각한다.

 

작품 보면 무대 전환 시 암전되지 않고 배우들이 무대를 옮기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연출적 의도인지.

ㄴ 조선형 연출: 아이들이 암전이 되면 무서워할 수 있기에 재밌게 전환하려는 거고 세우아트센터 바로 앞에 '학전'이란 성지가 있다. 거기 김민기 선생님이 제 선생님이다. 저도 '지하철 1호선' 출신인데 김민기 선생님이 어린이 무대를 많이 하신다. 그런데 저도 공연 보면서 너무 재밌어서 기회 되면 꼭 만들고 싶었고 직접 어린이극에 출연한 적도 있는데 무대 전환도 어린이들이 즐겁게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저도 그렇게 아이들의 입장에서 만들어봤다.

 

무남독녀로 자라난 저는 어릴 때부터 어른 같아서 작품 속 상황이 공감됐다. 그 당시 또래 친구들과 공감대 형성이 안 되던 게 기억이 많이 난다. 이 극이 결코 어린이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이런 과정 에서 어떤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ㄴ 조선형 연출: 저도 처음에 원작을 보며 동화인데 상당히 철학적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봐도 재밌고 어른들이 봐도 고개 끄덕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동화를 뮤지컬로 옮기는 과정에서 고심한 부분과 뭘 취하고 버렸는지. 무엇에 중점을 뒀나.

ㄴ 조선형 연출: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듯 원래 단편이다. 이 작품을 어떻게 하면 기승전결이 잘 될지를 노력했다. 작품을 늘리면서 마침표를 잘 찍고 싶단 생각을 하며 장면 추가가 많이 됐다. 그런 면에 심혈을 기울였다. 엄마에게 비밀을 들키는 게 갈등구조라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에 힘을 실었다.

 

뮤지컬이고 가족과 아이를 타겟으로 한 작품인데 음악을 만들 때 고려한 점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포인트가 궁금하다.

ㄴ 오준영 음악감독: 먼저 질문 주셔서 감사하다(웃음). 주안점을 둔 건 두 가지다. 아이들이 봐도 재밌고 어른이 봐도 애들이 좋아하니까 만족이 아니라 자기도 동심을 떠올릴 수 있는 작품.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 혹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이 추억할 게 뭐가 있을까 했다. 듣고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텐데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게임기에서 나오던 신디사이저를 복원해서 8비트 게임기 소리로 만들어봤다. 어른들에겐 익숙한 레트로 감성을 떠올릴 수 있을 거고 중간에 보시면 배우들 리액션을 할 수 있도록 효과음도 넣었다. 한 두개 빠진 게 아직 있지만, 아이들이 보통 방귀 이런 거 엄청 좋아한다. 노래에도 재미난 효과음이 들어가 있다. 저도 조카가 세 살인데 그런 효과음이 나올 때마다 주의력이 상승하더라. 그래서 1, 2분 이내에 무조건 나올 수 있게끔 했다. 제가 만들며 가장 효도해야겠다 생각한건 '엄마의 뽀뽀'다. 만들며 저도 영감을 얻어 확 써내려간 곡이다. 부모가 돼야 부모 맘을 안다지만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 땐 부모님께 남은 시간이 이미 많지 않다. 아버님을 개인적으로 일찍 보내기도 해서 만들며 찡했다. 이 작품 통해 가져갈 수 있는 교훈이 많지 않나. 부모님 생각, 아이 키우는 분들 생각. 그냥 지나갔을 상대방에 대한 생각. 연출님과 이야기 많이 하며 체계적으로 규정된 우리나라 사회에 대한 프리즘을 바꿔보고 싶어서 일부러 신나는 노래라고 해서 비트가 빠르게 지나간다기보다 감정을 약간씩 비틀어보는 시도를 했다.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정우와 동화 속 정우, 뮤지컬의 정우 배우들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ㄴ 송미경 작가: 제가 그 질문을 많이 받았다. 주변 분들이 생각한 정우 삼촌은 약간 길고 허여멀건 한 이미지였는데 캐스팅이 잘 맞는다고 이야기 많이 들었다. 제 사촌 동생 중에 하나도 키가 크고 휘청거린다. 그런 이미지가 있고 전 사실 외모에 대한 상상보단 심상이나 그런 걸 떠올렸는데 정우 삼촌이 약간 저랑도 비슷한 면이 많은 거 같다. 저는 남매인데 제 동생이 점잖고 저는 철없는 느낌이 있었다. 정우 삼촌에게 저는 개인적으로 이입을 많이 했다.

 

관객과 숨 쉬는 배우로서 본공연에서 만날 내일의 어린이 관객들은 어떻게 느낄지 예상과 기대감이 듣고 싶다.

ㄴ 이일진: 오늘은 어른분들이 많이 오셔서 아직 살짝 잘 모르겠다. 애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게 참 만들면서 가장 고민이었고 지금도 고민이다.

기억나지 않는 과거를 해야 한다. 연출이 배우들에게 특별히 이 부분을 더 애들처럼 해보라 하고 주문한 부분이 있는지.

ㄴ 조선형 연출: 노는 장면을 정말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방귀로 뭐 하고 그런 게 지금도 너무 재밌다. 전 보면서 맨날 웃는다. 그런 점을 이야기한 거 같고 덧붙이자면 부모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게 돼서 어머니 역에 힘이 실렸던 것 같다. 엄마 입장에서 분명 애들 놀고 있을 땐 외롭지 않을까 했다. 전 오늘도 눈물을 흘렸는데 2장에서 엄마랑 하루랑 노래 부르는 부분에서 미칠 것 같다.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