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구식 로봇’의 사랑이야기,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확인
재즈와 클래식 기반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 남겨
'어쩌면 해피엔딩' 서울 공연 마치고 9월 부산 공연 확정!

멀지 않은 미래, 21세기 후반. 서울 메트로폴리탄 가까운 미래에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려진 채 홀로 외롭게 살아간다. 
우연히 서로를 마주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 반딧불을 찾아 예기치 않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감정이 깊어질수록 그것이 가져오는 고통 또한 깨닫게 되는데···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이 뮤지컬을 보고 난 후 내 출퇴근길 배경음악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넘버 ‘끝까지 끝은 아니야’, ‘생각보다 생각만큼’, ‘사랑이란’이 되어버렸다. 음원은 2020년 버전이라 2021년도 새 버전의 넘버*가 발매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성종완, 이선근이 연기한 제임스 역의 곡도 듣고 싶다. 

*넘버 : 뮤지컬 속 노래

지난 6월 22일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예스24 스테이지에서 9월 5일까지 공연한다. 주변인들에게 이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학로에 들렀다면, 더더욱 보고 돌아오라고 말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신성민, 클레어 역 해나 / 사진 =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신성민, 클레어 역 해나 / 사진 = CJ ENM 제공

 

우리의 엔딩은 또 다른 시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주는 희망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얼마나 많은 소통을 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를 포함한 5명의 연주자들은 무대의 상단 층에서 앙상블이 되어준다. 무대의 영혼이 되어 생기를 불어주고 로봇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호흡을 생생하게 한다.

특히 피아노를 비롯한 연주자들은 극 중 올리버와 클레어의 타이밍과 맞추기 위해 무대를, 배우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가치가 깊다. 무대에서의 합은 관객을 속일 수 없다. 진솔하게 드러난 그들의 자세는 이 무대, 한 번의 공연의 소중함을 관객들의 마음에 전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가 떠오르기도 했다. 인간의 욕망이 조립한 인공지능로봇, 그런 로봇이 ‘사랑’한다는 주제를 담은 작품은 어쩌면 지금 인간의 ‘사랑’이 어딘가 뒤틀려 있지는 않은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는 로봇의 사랑이 거북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왜 거북하게 느꼈는지를 놓치면 안 된다.

‘사랑’은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는 특권이자 최상의 경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 않을까. ‘왜 로봇이 하려고 해?’라는 비관적인 태도도 취할 수 있지만, 이 뮤지컬을 비롯해 ‘인공지능로봇의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은 우리가 부리는 사랑의 형태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을 돕기위해 출시된 헬퍼봇5 올리버는 옛 주인 제임스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 재즈 잡지, 종이지도 등등. 이러한 20세기의 산물이 현재의 테크놀로지보다 뛰어나다고 믿는다. 옛 주인이 언젠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으며, 도시 외곽에 버려진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다.

똑같은 일상의 반복 속 클레어가 올리버의 문을 두드린다. 바로 헬퍼봇6인 클레어, 5에게 없는 '사회적 기술'을 갖춘 인간에 더 가까워진 로봇이다. 더 똑똑하고 순발력 있으며 겉으로는 활발한 성격이지만, 옛 주인들과 이별하는 과정에서 '관계'와 '애정'에 냉소적인 편이다. 

배터리를 빌려달라는 순수한 부탁 하나로 시작된 둘은 낡아가는 손을 맞잡기로 한다. '사랑'에 대해 알아버려서, 끝이 슬프고 힘들 것 같다해도 시작해보기로 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임준혁, 클레어 역 홍지희 / 사진 =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임준혁, 클레어 역 홍지희 / 사진 = CJ ENM 제공

 

함께 바보가 되는 일, 함께 우스워지는 일, 함께 오른 이 길 ‘어쩌면 해피엔딩’

무대는 소소한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올리버의 취미를 위해 모인 LP판들이 책꽂이에 정감있게 꽂혀 있었다. 엔틱한 작은 가구와 벽장이 극 중 둘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 이들이 사는 도시가 서울이라는 설정도 관객들을 더 가까이 다가오도록 한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한 것이라 말했지만 제임스와 함께 하고픈 클레어의 마음도 옛 주인 제임스를 찾기 위해 크로슬리를 챙겨가는 올리버의 마음도 다른 곳이 아닌 제주도로 향하는 거라서, 더 포근하게 느껴진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정욱진, 클레어 역 한재아 / 사진 = CJ ENM 제공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올리버 역 정욱진, 클레어 역 한재아 / 사진 = CJ ENM 제공

올리버 역을 맡은 신성민과 클레어 해나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깨끗한 음색에 ‘로봇연기’를 완벽하게 해낸다. 임준혁 배우와 정욱진 배우의 올리버와 홍지희, 한재아의 클레어는 또 어떤 다른 감정을 전달해줄지 기대가 된다.

올리버의 옛 주인인 제임스 역에 성종완으로 인해 무대가 더 매력적으로 완성된 듯했다. 그의 노래가 첫 막을 올리고 무대 마지막 암전을 부르는 역할을 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감초들은 배우만의 이끌어가는 힘으로 관객들이 원하는 재밌는 소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제공 해주었다.

한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9월 5일까지 우리들의 여름 밤을 따뜻한 감성으로 채워줄 전망이다. 이후에는 9월 부산 공연을 확정지어 부산에서 첫 지방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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