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 시사회 기자회견

   
▲ 홍상수 감독(왼쪽)과 김민희(오른쪽)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우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

지난 2015년 9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이후, 공식 석상에 오랜만에 등장한 홍상수 감독의 답변이었다.

13일 월요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 시사회 현장은 올해 시사회 중 가장 뜨거웠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함께 작품한 사이이자 지난해 6월 불륜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배우 권해효, 박예주, 서영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특히 두 사람을 향한 셔터음과 플래시는 그칠 줄 몰랐다. 두 사람을 향한 열기를 잠깐 식히기 위해 진행자는 참석자들을 향해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먼저, 홍상수 감독은 자신의 19번째 작품인 '밤의 해변에서 혼자'와 이전 작품들의 차이점이 특별히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드는 방식이나 특별히 다른 건 없었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중요한 건, 어떤 배우와 하느냐, 그리고 어떤 공간에서 하는지였다. 독일에서 촬영할 때 김민희, 서영화와 처음 만나서 촬영한 후, 촬영하면서 어떻게 만들어갈까 고민하면서 살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 김민희가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민희의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김민희는 "같이 작업한 모든 분께 감사하다. 오직 영화로만 관심과 집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다행히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좋은 평들이 쏟아져 나와서 기뻤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또한 함께 촬영한 동료 배우들 한 명 한 명 언급하면서 그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특히, 김민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안재홍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나를 깨워주었던 안재홍과의 에피소드는 카메라 앵글을 모른 채 들어갔는데 후에 모니터링 해보니 정작 안재홍 얼굴이 안 나왔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주어서 감사했다"며 그의 연기 열정을 칭찬했다.

권해효는 엔딩크레딧을 보고 나서야 자신의 배역 이름이 '천우'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하면서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촬영 소감에 대해 "잘 알다시피 홍상수 감독님의 작업방식이 특이했기에 강릉에서 촬영할 때 크게 걱정은 없었다. 매 순간 촬영할 때마다 기뻤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과 처음으로 작품을 함께한 박예주는 파트너였던 정재영과의 호흡에 대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잘 나왔다. 아무래도 파트너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며 짧게 대답했다.

서영화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촬영할 때, 일한다기 보다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보러 간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하면서 독일 로케이션 촬영의 비결을 말하기도 했다.

 

   
▲ 홍상수 감독이 김민희가 있는 포스터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들이 가장 궁금한 내용은 역시나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두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해 6월 불륜설이 보도되기 시작한 후, 9개월 만에 입을 뗐다. 홍 감독은 "우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굳이 이야기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더는 나설 필요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여기 오기 전에도 고민 많이 했고, 그동안 언론보도 때문에 사는 데 불편함도 컸다. 외국에서도 언론들과 만나는데 한국에서 안 만나기는 뭐해서 나오게 됐다. 영화도 만들었기 때문에 대중들과 만나야 했다. 이 문제는 개인적인 부분이기에 개인이 책임질 부분이라 생각된다"며 선을 그었다.

김민희 또한 "우리의 만남을 귀하게 생각하고 있고, 진심으로 만나고 있다. 현재 놓인 상황 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공식 석상에서 서로의 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두지 않는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작업에 굉장히 만족하고, 제가 연기를 할 때 그 과정에만 몰두하고 그걸로 모든 것을 채워지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 홍 감독과의 작업하는 일은 귀한 것이다"며 답변했다.

극 중 '상원'이 말한 "아깝다"라는 대사에 대해 자전적인 의미가 들어가는 것 같다는 질문에 홍상수 감독은 "이전부터 만들어왔던 방식들이 소설가들의 작품들에서 차용하는데, 그걸 전체로 모아 제 삶의 자전적 이야기로 만들어내려는 것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 (왼쪽부터) 홍상수 감독,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박예주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어 그는 "이런 세세한 표현들을 사용한 건, 나와 관계없는 이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이용해 자전적 이야기로 쓰려는 계획은 없으며,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하나 왜곡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천우'와 '준희'의 대화 중에 실제 두 사람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 같아 관객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도 홍상수 감독은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실시간 검색어도 많이 찾아봤다. 일반 국민이라기보다 어떤 처지에 놓이거나 개인적인 성격, 어떤 사항에 대해서 의견이 다 다르다"며 말했다.

이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사회에선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처지나 살아온 배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른 의견을 가지게 마련이다. 법에 저촉되는 행동이 아니면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나도 남들에게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고 말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극 중 등장하는 '검정 모자 쓴 남자'의 정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홍상수 감독은 "독일에서 등장하는 사람은 촬영감독이었는데 무심코 언덕으로 뛰어보라고 시켰는데 인상 깊어서 촬영에 투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어 번 더 나왔다. 이 남자의 정체를 직접 이야기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어우러짐의 한 요소라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서 잘 수용했으면 한다"며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끝으로 홍상수 감독을 비롯하여 김민희, 권해효, 서영화, 박예주의 인사가 이어졌는데, 마지막까지도 홍상수 감독은 "어떤 이유로 오셨든 간에 감사하고, 건강하세요"라고 남기며 퇴장했다. 역시나 그는 이슈메이커였다.

[글] 석재현 기자 syrano@mhns.co.kr
[사진]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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