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 훈 번역·연출의 잉여인간 이바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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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똔 파블로비치 체홉(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Anton Pavlovich Chekhov,1860~1904)은 흑해 위에 있는 아조프 해연안의 항구도시 타간로크(Taganrog)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에 다닌 후, 타간로크 인문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성적 불량으로 3학년 때 유급하고, 3년 뒤 고대 그리스어 시험에 낙제하여 다시 5학년에 유급해 원래 5년이면 졸업하는 학교를 8년 만에 졸업한다.

그런 후 모스크바 대학의 의학과에 진학한다. 그러나 이 때부터 체호프는 의학공부를 하는 한편 타간로크에서 받는 장학금과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의 잡지에 유머 단편을 써서 그 원고료로 부모와 세 동생의 뒷바라지를 한다.

1887년 연극 이바노프의 첫 공연이 있기까지 체호프은 문학잡지 <귀뚜라미(Strekoza)>, <파편(Oskolski)>, <자명종(Budilnik)>, <페테르부르크 신문> 에단편과 수필을 기고한다. 특히 1883년에는 <Oskolski>에 모스크바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칼럼을 맡는다. 체호프의 글은 호평을 받았으며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신진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1883년 의과대학을 졸업한다. 그러나 23세 때 걸린 폐결핵이 체호프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그 해 11월에 처음 결핵 증세로 요양한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체호프는 시베리아, 사할린 섬 여행을 계획하고 1890년 모스크바를 출발, 사할린에 도착한다. 사할린 섬에 유배된 수인(囚人)들의 비참한 생활은 체호프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긴다. 그는 1899년,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얄타를 마주보는 크림 반도로 옮겨간다.

1900년에는 러시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나, 사임하고 1904년에 폐결핵으로 44년의 생애를 마친다.

체호프의 만년은 연극, 특히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다.

체호프는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으며, 19세기 말의 러시아 사회 상태를 배경으로 하여 반항적이지만 능력 없는 인물을 극에 등장시킨다.

1887년에 집필된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기교로도 <프라토노프>보다 앞선 작품이었고, 차기작인 <숲의 정(精)>에서 실패를 하기는 했으나, 단편 <곰>(1888)이나 <청혼>(1889) 등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1896년의 <갈매기>를 비롯해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을 집필해 새로운 형태의 회화극(會話劇)을 확립한다.

무대는 삼면 벽이 온통 백색으로 되어있다. 무대 오른쪽의 커다란 창문도 백색이다. 바닥도 백색으로 되어있어 무대가 밝고 환하다. 무대 왼쪽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달린 화장대 겸 탁자가 부착되어있고, 탁자 위에는 촛불을 켜놓은 촛대 두 개가 보인다. 배경 쪽 무대 좌우의 기둥 아래에도 초를 켜 놓았다. 장면이 바뀌면 정면에 커다란 창이 있고 창 뒤로 복도가 있어 출연자들의 오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의자와 탁자를 이동해 장면변화에 대처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탁자가 중앙에 배치되고, 그 위에 꽃병이 놓여있다. 이바노프의 아내가 커다란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고, 출연자 전원의 흑색과 백색의상, 연회장에서의 의상이나, 혼례 장에서의 의상, 그리고 승마복 등은 의상에 공을 들인 것을 감지하게 된다.

연극은 첫 장면이 이바노프 집 거실에서 시작된다. 외출을 하려는 이바노프에게 친척형제 보르낀이 장총을 겨누며 등장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이바노프가 채무변제일이 다가와 고민하는 모습이 보르낀의 낙천적인 모습과 대비되면서, 병색이 완연한 이바노프의 부인 안나가 첼로를 가지고 등장하고, 뒤따라 주치의 올보프가 걱정스런 모습으로 등장해 안나를 침실로 돌아가도록 권한다. 올보프는 이바노프에게 안나를 한시바삐 요양원으로 보내라고 충고를 하지만, 현재 부근 도지사댁 마님에게 빚을 갚아야 할 기일이 코앞에 닥친 이바노프에게는 주치의의 충고가 당나귀 귀에 코란 읊기나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이바노프.... 어쩌면 체호프 자신일 수도 있지만, 이바노프는 함께 살고 있는 외삼촌인 샤벨스끼 백작까지 부담스럽다. 60이 지난 외삼촌은 어디 놀러갈 장소만 있으면 이바노프에게 데리고 가 달라고 보채는 게 일쑤다. 도지사 부인에게 약속한 날짜에 빚을 갚을 수 없으니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하러 갈 때, 이바노프는 함께 가자고 떼를 쓰는 삼촌과 할 수 없이 동행을 한다. 이바노프의 부인 안나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남편 모르게 뒤따라 도지사의 집으로 향한다. 부인이 자신의 뒤를 따르는 것을 이바노프가 어찌 알랴?

   
 

 

도지사 집은 카바레 같은 분위기다. 운집한 사람들도 그렇고, 음주와 함께 카드놀이를 하는가 하면, 아라비아 풍의 의상의 남자가 장끼를 드러내고, 여자는 만취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연회장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이때 이바노프와 삼촌이 방문하자, 도지사나, 부인의 환대가 쌀쌀맞은 느낌이다. 물론 이바노프의 빚 연기 이야기가 원인이지만 도지사는 그런 이바노프에게 관대함을 나타낸다. 삼촌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손님으로 와 있는 젊은 미망인에게 눈독을 들인다. 실은 조카 보르낀의 사주로, 돈 많은 이혼녀이자 허영심이 많은 마르파에게, 빈털터리이지만 백작칭호의 삼촌을 소개해, 두 사람을 결혼시켜 마르타를 백작부인으로 만들어 그녀의 허영심을 충족시킨 후, 그녀의 돈을 옭아내려는 일종의 경제적 사업을 이룩하려는 심사다. 어쨌건 모두 어울려 떠들고 즐기면서, 불꽃놀이를 한다고 도지사 집 마당으로 몰려나가자, 도지사의 아름다운 딸 사샤가 이바노프에게 달려온다. 이바노프야 아내 병시중하랴, 빚 갚으랴, 다른 여인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지만, 안톤 체호프처럼 잘생긴 이바노프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여인이 접근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도지사의 딸 사샤가 이바노프에게 "나는 당신 거예요"하고 대놓고 달려들어 이바노프에게 예쁜 입술을 가져다 대고 냅다 비벼대니, 이바노프는 놀라고 난처한 마음에, 처음에는 거부의사를 나타내지만, 열정적으로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사샤를 밀어내기에는, 부처님이 아닌 바에야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이바노프와 도지사 딸의 입맞춤과 포옹이 절정에 이를 때, 이바노프의 아내가 등장해 이 장면을 보고 주저앉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일 년 뒤로 설정이 된다. 이바노프의 아내 안나는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소개가 되고, 삼촌과 미망인, 그리고 이바노프와 도지사 딸 사샤의 혼례 당일이다. 주치의 올보프는 죽은 안나대신에 이바노프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모두 결혼준비로 떠들썩한데, 이바노프가 등장한다. 자신의 불륜행실로 아내가 죽었으니, 양심의 가책으로 이 결혼을 하지 못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한다. 도지사 내외뿐 아니라, 주위사람들이 결혼날짜를 받아놓고, 바로 혼례 날, 어찌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떠들어 댄다. 이바노프의 삼촌도 미망인과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밖으로 나간다. 미망인이 삼촌의 뒤를 헐레벌떡 쫓아간다. 도지사는 이바노프를 사람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가, 빚도 탕감해주고, 지참금까지 주겠다며 사위될 사람을 달랜다. 사샤가 사람도 달려와 이바노프에게 항의를 하고, 주치의가 등장해 죽은 이바노프의 아내를 위해, 이바노프에게 결투신청을 한다. 그러나 이바노프는 결투를 거절한다. 이바노프의 친척형제가 올보프가 대신 주치의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권총을 꺼내자, 이바노프는 이를 제지하고 권총을 빼앗는다. 그리고 거실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과 함께 이바노프가 쓰러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대건, 이동규, 이도우, 주유랑, 김샛별, 안나영, 염순식, 유영진, 황찬호, 김미송, 김기남, 김정현, 서석규, 이상문, 오예슬, 박제아, 한민국, 우소영, 이현지, 오영아, 이주환, 고민정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이 연극을 도입부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극적 분위기 상승을 주도한다.

무대디자인 드미트리 JH, 음향디자인 니키타 프로젝트, 의상디자인 이수원, 조명디자인 team 3XL, 안무 안드레이 꼬브린, 무대감독 김정현, 조연출 임주희, 하우스매니저 최윤후, 뮤직 콜렉션&오퍼레이터 안선정, 일러스트&그래픽 드미트리 JH, 세트제작 the MOK, 대도구제작 Stage talk, 스틸컷 이영주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훈 번역 연출의 <잉여인간 이바노프>를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 

- 공연명 잉여인간 이바노프
- 공연단체 극단 애플씨어터
- 원작 안똔 체홉
- 번역 연출 전 훈
- 공연기간 2015년 1월 29일~4월 12일
- 공연장소 아트씨어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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