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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生] '블랙리스트' 단체 토론회 참석한 문체부…"정책 개선? 진상규명, 우선이다"서울연극협회 '2017 연극발전을 위한 시국 토론회' 1차 토론회 열려
  • 문화뉴스 MHN 양미르
  • 승인 2017.03.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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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오세곤 순천향대학 교수, 문체부 이영렬 예술정책관, 채승훈 연출, 이양구 연출, 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김소연 연극평론가가 토론에 참석했다. ⓒ 서울연극협회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문체부는 뺨을 맞았다고 했는데, 예술인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죽었다고요!"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한 패널은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관계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약 150여 명의 연극인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에서 '2017 연극발전을 위한 시국 토론회' 1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서울연극협회 내 정책분과의 주관으로 추진하는 이번 토론회는 '블랙리스트 사태'로 드러난 국정농단 속에서 초토화된 연극예술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여, 정치적 도구로 피폐해진 연극발전의 지표를 마련하고자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극단 노을 예술감독인 오세곤 순천향대학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1대 서울연극협회 회장인 채승훈 연출, 이양구 연출가, 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김소연 연극평론가가 발제자로, 문체부 이영렬 예술정책관이 패널로 참석했다. 또한, 정상원 공연전통예술과장, 강연경 문화예술교육과장 등 문체부 공무원도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다.
▲ 오세곤 교수가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오세곤 교수는 "이번 시국 토론회는 연극인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이지, 성급한 결론과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 새로운 방향성을 제기하는 것이 목표다. 참석한 각자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토론회를 시작했다.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로 이름에 올린 단체가 주관하는 토론회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영렬 예술정책관은 "여러 가지 문제 제기와 제안을 이야기했다"며 "일이 터진 이후 내부 토론과 고민이 있었다. 문화행정도 새롭게 거듭나야겠다는 공론이 자존심을 걸고 나오고 있다"며 발제 이후 입을 열었다.
한편, 지난해 12월 28일 SBS가 보도한 2015년 5월 12일 자 정부문건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 관련 현안'의 '문화예술분야 영향력 있는 주요 정치적 편향단체 배제' 사례엔 '서울연극협회 서울연극제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배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연극협회가 여는 서울연극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산하 단체인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5년도 정기 대관 공모 선정작에서 탈락했고, 2015년 서울연극제는 파행으로 운영됐다.
아르코예술극장 대관이 우여곡절 끝에 허용됐으나, "무대 구동부에 중대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며 개막 이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휴관' 됐다. 그러나 당시 기자회견에서 전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안전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 저희도 동감하는 바다"며 "하지만 그 누구도 '폐쇄'됐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양구 연출도 "구동 장치를 왜 그때까지 조사를 하지 않고, 공연 직전에 문제를 발견해서 공연을 취소했는지 이제 조사를 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 채승훈 연출이 '살인의 추억'이라는 발제문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채승훈 연출은 '살인의 추억'이라는 발제문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채 연출은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무엇인가?"라며,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목숨'이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행위는 예술가들의 숨통을 조이는 살인 행위다. 살인을 저질러놓고 교언 형색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한다. 사람을 죽여 놓고 '죽여서 미안해'라고 하는 것과도 같은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그래놓고 인제 와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용기가 부족했다 등의 변명만을 내놓는다. 나치에 부역한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채 연출은 "너덜너덜해진 예술위 관련 법 조항들 중에 그나마 남아있는 것이 하나 있다. 문예진흥법 29조를 보면, 위원의 직무상 독립을 위해서 '위원회의 위원은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이 조항을 읽어나 봤나 의심스럽다. 혹 나중에라도 읽어 보았다면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그리고 즉시 그 자리에서 사퇴하고 예술인들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대들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다. 사퇴하기는커녕 우선은 무마하려 할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좋은 방책이 무엇인지 생각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채 연출은 "예술위의 독립을 이루어내는 일은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실은 아주 간단하다"며 "임원 선출권을 예술인들에게 돌려주면 된다. 그것이 예술위의 정신과 부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작위로 추출된 예술인 선거인단이 공모한 위원들을 검증하고 선출하면 된다. 그리고 위원장은 위원들의 추천이나 호선으로 한다. 좀 더디고 어수룩해도 예술인들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다. 행정 효율성만을 내세우다가는 권력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 이양구 연출이 발제를 하고 있다.
'국가범죄로서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문체부의 국가책임과 민주주의·법치주의의 회복 및 재발 방지 제도 개혁으로서 연극지원 정책 등 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 방향'이라는 발제로 발표를 진행한 이양구 연출은 "블랙리스트 사태는 청와대와 문체부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하여 헌법 가치를 파괴한 국가범죄였으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과 관련된 공무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양구 연출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방편으로서 연극 지원 정책 및 제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논의가 반대 순서로 진행될 때 자칫 연극 지원 정책 등에 대한 논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유린을 묵인하는 반공화적, 반민주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원 정책 등에 대한 논의에 개인적 의견을 하나 덧붙인다"며 이양구 연출은 "이제 '지원'금이라는 말은 사라지길 바란다. 문화예술은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세계'에서, 누구도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을 수 없도록, 모든 사람을 '빛나는 밝음' 속에 있도록 해준다. '세월호 진실 규명'을 근거로 작성된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낭비'를 무릅쓰고 인양되고 기억되는 진실을 위한 비용이다. 새로 제정될 헌법에서는 문화 예술의 공공성을 선언하고 블랙리스트를 금지하는 명문 조항도 신설되길 바란다"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임인자 변방연극제 전 예술감독이 발제를 하고 있다.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인 임인자 변방연극제 전 예술감독은 "대학로에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연극계엔 많은 부역자가 있다. 공적 자금으로 사적 이득을 얻는 것을 얼마나 묵과해야 하는가? 그것 역시 범죄다. 그래서 많은 부역자가 사과하고, 이런 일들에 어떻게 동참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공적 자리에 있다면 물러나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인자 전 예술감독은 "송수근 문체부 대행(제1차관) 및 검열 집행자, 예술위 박명진 위원장을 비롯 검열 집행 간부진들은 모두 사퇴하라.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기관들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하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예산과 조직과 인사의 자율성 및 사업 집행에 개입하지 말라. 예술위 문예진흥기금 고갈에 따른 각종 정부 기관에 의존도가 심한바, 정부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확충방안을 마련하라"며 발제 이후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어 임 전 예술감독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설립근거인 예술인복지법에 언급된 공연 방해 등 예술가의 권리 침해에 대하여, 국가가 바로 그 주체가 되었을 경우 이를 감시할 기구 혹은 입법 절차를 통하여 법령을 개선하라. 예술위 및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각종 문화예술지원기관에 대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 및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에 대한 금지에 대한 법령을 마련하라"며 구호 제창을 마무리했다.
▲ 김소연 연극평론가가 발제를 하고 있다.
마지막 발제자인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연극의 공공성과 창작지원의 중요성, 그리고 공공극장'이라는 내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예술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지체된 현실"이라며, "단적인 예로 문예진흥원이 예술위로 전환하면서 내걸었던, 지금도 아르코예술극장 옆에 서 있는, 예술위 홈페이지의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예술은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문장이지만, 이 문장이 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말하기보다는 예술에 대한 도구주의적 관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예술만이 사회적 가치가 있는 예술일까? 예술의 공공성이란 과연 그러한 사회적 가치에서만 구해질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예술이 세상의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합의한 적이 있었나? 철학과 정책을 대체한 추상적 아포리즘으로 과연 우리는 예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말이 실제 정책 현장에서는 무수한 왜곡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제시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더욱 확산하고 발굴하는 것은 정책 및 제도의 역할일 것"이라며, "그러나 예술의 그 자체의 가치, 예술 그 자체의 공공성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예술의 공공성은 도시재생, 창의인재육성, 경제적 부각가치 등으로 끊임없이 도구화될 것이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관점은 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의 근거가 시장에서 실패한 예술에 대한 구휼이라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토대는 예술 그 자체의 공공성에 대한 합의가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영열 문체부 예술정책관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든 발제가 끝난 후 이영열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문화행정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문체부에서도 이번 일은 큰 상처이며, 고민이 많다"며 "역발상을 하니, 이번 상황이 모든 것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했다.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어, 교훈의 기회로 삼자는 이야기가 많다. 방법론에서 책임 규명을 말하는데, 매우 많은 과정이 진행 중이다. 검찰 특검에 직원들이 수시로 불러 다니면서, 죗값을 치르고 조사를 받았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감사도 들어왔다. 세간에 나온 이슈, 블랙리스트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영열 예술정책관은 "어떻게 보면 내부적으로 문체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이중 정체성이 있다"며 "저희는 항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다. 교육부나 저희는 정신적인 가치를 따르고 있다. 공무원으로 말하자면, 사회적 합의에서 제일 극복해야 할 과제는 진영 논리다. '블랙리스트'도 거기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가 고통스러운 자리인데, 속이 한 편으로는 후련하다. 공무원도 부끄러운 일이 많았지만, 진영논리에 벗어나 전 국민의 봉사자로 보필을 해야 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본적 의무다"라며 이야기했다.
송수근 현 문체부 권한 대행(차관)은 2014년 10월부터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건전콘텐츠 TF'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박영수 특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영열 예술정책관은 "주요 인사의 거취 문제를 여기서 말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시 송 차관은 모든 정책의 혈관에 있는 자리여서, 좋건 나쁘건 그 앞을 지나가게 된다. 특검에 소명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선 여기 분위기를 가서 전달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 오세곤 순천향대학 교수, 문체부 이영렬 예술정책관, 채승훈 연출, 이양구 연출, 임인자 전 변방연극제 예술감독, 김소연 연극평론가가 토론에 참석했다. ⓒ 서울연극협회
한편, 이날 토론회는 2부 복지·교육 정책과 관련해 정안나 서울연극협회 복지분과 위원장, 이경민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사무국장, 김인준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이연심 경기여고 교사가 참석해 '연극인 복지의 현실과 과제', '문화예술교육과 연극의 교육과정 개정안에 의한 예술교과 신설의 현황과 대안의 모색', '초·중등 연극 교육의 현황과 발전적 제언' 등의 발제가 진행됐다. 앞으로 서울연극협회는 4월 3일 '각 정당 대선 후보자'가 참석 예정인 2차 토론회, 5월 8일 '서울특별시 관계자'가 참석 예정인 3차 토론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양미르 기자 mir@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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