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지난 2월 17일,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시상식'이라 불리는 '2017 그래미 어워드'가 그 화려한 막을 올렸고, 그에 이어 며칠 후인 2월 22일,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에서는 '미국의 그래미 어워드 못지않은 영국의 대중음악 시상식'이라 할 수 있는 '2017 브릿 어워드'의 뚜껑이 열렸다.

매년 2월 열리는 미국과 영국의 이 두 시상식에 대해 늘 수많은 기사에서는 '이번에는 어떤 아티스트가 최고의 영예를 거머쥘 것인가?',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는 누구이며, 그는 과연 얼마만큼, 어떤 상을 휩쓸어 갈 것인가?' 등에 대한 추측과 기대를 펼쳐놓는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또한 많은 사람이 '역시 기대했던 만큼의 수상과 훌륭한 퍼포먼스'였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또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 수상도 퍼포먼스도.'라는 평을 내놓기도 하는데, 올해 열린 이 두 시상식의 결과와 퍼포먼스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 늘 많은 기삿거리를 쏟아내는 그래미, 올해는 호평보다는 혹평이 더 많았다. 인종차별, 그리고 '비욘세 VS. 아델'.

올해의 관전 포인트는 '아델(Adele)이냐, 비욘세(Beyoncé)냐'였다. 최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비욘세였고(총 9개 부문), 흑인 뮤지션들에 대한 차별이 늘 남아 있었던 그래미 어워드의 이미지상, 실제로는 아델의 최다 수상이 많은 사람에 의해 점쳐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후보에 올랐던 비욘세와 그녀의 앨범 'Formation'은 인종차별에 대한 테마를 담고 있는 앨범이기도 했기에 '이런 비욘세에게, 아직도 보수적인 그래미가 얼마만큼의 아량을 베풀 것인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비욘세는 흑인 아티스트치고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꽤 여러 번 수상했었지만, 이번 앨범에 담은 인종차별에 관한 테마가 그래미에 먹힐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물음표가 난무하기도 했었다.

 

   
아델의 수상

결과는 아델의 압승이었다. 비욘세는 '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상 하나에 만족해야 했고, 아델은 그래미의 메인 상격인 'Album of the year(Adele-25)', 'Record of the year(Adele-Hello)', 'Song of the year(Adele-Hello)', 'Best Pop solo performance(Adele-Hello)', 'Best Pop vocal album(Adele-25)' 상을 휩쓸었다. 물론 비욘세보다 아델이 그래미에서 조금 더 많은 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랬던 모두가 이 결과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했다'라는 이야기.

너무 대중적으로 치우치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너무 예술성만을 높게 치지도 않을 거라고 늘 그들만의 룰(?)을 강조하던 그래미의 위상은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적어도 'Album of the year'(올해의 앨범상)만큼은 비욘세의 'Formation'이 받았어야 맞지 않았을까. 다양한 테마로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았던 비욘세의 앨범에 손을 들어줬다면 참 좋았겠지만, 아직도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만큼은 해결되지 않은 듯 하다. 오죽했으면 '너무 하얗기만 했던 그래미'-백인들 위주로 상을 줬다는 뜻-이라는 기사가 미국 내에서 나올 정도였을까.

그래도 한 가지, 사이다 같았던 장면은 아델이 수상 소감을 이야기할 때마다 비욘세를 언급하며 '비욘세의 앨범과 노래가 이 상을 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비욘세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반으로 쪼개는 모습을 보인 것. 그 모습을 지켜보던 비욘세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또한 이런 장면을 목격한 수많은 대중은 박수를 보냈다는 것. 결국은 호평보다 혹평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올해의 그래미 어워드 였다.

 

▶ 올해도 일어난 작은 음향사고들, 그러나 그런 사고마저 눌러버린 멋진 아티스트들의 무대, 혹평의 그래미를 아티스트들의 역량으로 빛나게 하다.

또한, 이번 그래미 어워드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던 많은 아티스트들의 무대 중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무대는 아마도 아델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헌정 공연 무대와 메탈리카, 레이디 가가(Metallica, Lady Gaga)의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아니었을까 한다.

작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아델은 상당히 불안정한 라이브 무대를 선보여서 보는 이들에게 걱정을 안기기도 했지만, 뒤늦게 알려진 사연은 '반주를 하던 피아노에서 자꾸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서 노래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후문. 악기를 세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실수였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올해 역시 아델의 조지 마이클 헌정 무대에서는 아델이 음악의 첫 도입부 부분에 음정을 잘못 잡는 실수를 해서 '노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 이렇게 계속 노래를 이어가는 것은 조지 마이클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며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를 보고 '아델의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엔 노래를 시작한 초반부에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아델이 음정을 잘못 잡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한다. 반주와 실제 노래하는 음정이 전혀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반주가 똑바로 모니터링되지 않았고, 다시 노래를 시작했을 땐 반주와 노래의 음정이 맞았던 것으로 봐서는, 감정이 격해진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메탈리카와 레이디 가가의 콜라보 무대에서는 메탈리카의 제임스 햇필드(James Hetfield)가 노래하던 마이크가 소리가 나오지 않아 결국 레이디 가가의 마이크로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결국 제임스 햇필드는 노래 중간에 소리가 나지 않은 마이크 스탠드를 손으로 밀어버렸고, 심지어 무대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본인이 연주하던 기타를 앰프 뒤로 던져버리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고 마저 무색할 정도로 메탈리카 멤버들과 레이디 가가의 무대는 그 어떤 무대보다도 화려했고, 정열적이어서 보는 이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메탈리카, 레이디 가가의 무대 영상>

 

 ▶ 59회 그래미 어워드 주요 부문 수상 결과
Record of the Year(올해의 레코드상) : Adele - Hello
Album of the Year(올해의 앨범상) : Adele - 25
Song of the Year(올해의 노래상) : Adele - Hello
Best New Artist(신인상) : Chance the rapper
Best Pop Solo Performance(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 Adele - Hello
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최우수 듀오/그룹 퍼포먼스) : Twenty One Pilots
Best Rock Performance(최우수 록 퍼포먼스) : David Bowie - Blackstar
Best Rock Song(최우수 록 송) : David Bowie - Blackstar
Best Urban Contemporary Album(최우수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상) : Beyoncé - Lemonade

 

▶ 다양한 볼거리, 진화하는 영국의 브릿 어워드

 

 

   
2017 Brit Awards

그래미 어워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는 기사화가 조금 덜 되는(?) 영국의 브릿 어워드는 올해도 매년 시상식이 열렸던 런던의 O2 아레나에서 그 화려한 막이 펼쳐졌다.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에는 본 시상식이 열리기 전, 1월 13일에는 영국의 유튜버인 캐스퍼 리(Casper Lee)가 이번 브릿어워드에 후보로 오른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인터뷰하는 등의 다양한 볼거리를 먼저 선사했고, 1월 14일에는 영국의 국민가수인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가 'Brits Icon Award' 무대를 펼쳤으며 또한 신인상 부문인 'Critics' Choice'에 후보로 올랐던 레그 앤 본 맨(Rag'n'Bone'Man), 앤 마리(Anne-Marie), 두아 리파(Dua Lipa)의 무대가 각각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펼쳐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상식에 앞서 식전행사 겸 공연(Pre-ceremony)으로 크랙 데이빗(Craig David), 크리스틴 앤 더 퀸스(Christine and the Queens), 컬럼 스콧(Calum Scott), 레그 앤 본 맨(Rag'n'Bone'Man)의 무대가 있고 난 뒤 본 시상식의 막이 열렸다. 다양한 식전 행사를 마련한 이번 브릿 어워드는 신인들의 참신한 무대와 화려한 무대 연출, 그리고 같은 헌정 공연이었으나 조지 마이클에 대한 헌정 무대가 조금 더 그래미보다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졌다.

 

 

 <로비 윌리엄스의 Brits Icon Award 무대 영상>

 

 

 <레그 앤 본 맨의 Critics' Choice Sessions 영상>

 

 

<크리스 마틴의 조지 마이클 트리뷰트 무대>

 

 

▶ 이번 브릿 어워드와 그래미 어워드의 공통점, 위대한 록스타 데이빗 보위에게 상을 바치다.

앞서 그래미 어워드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년 1월에 세상을 떠난 영국의 록스타 데이빗 보위의 음악에 대한 경외심이 수상결과로 확인되었다. 또한, 그의 고향인 영국의 브릿 어워드에서도 데이빗 보위는 British Male Solo Artist 상과 그의 노래 'Blackstar'는 British Album of the Year를 수상했고, 그의 아들 던칸 존스(Duncan Jones) 가 대리 수상을 했다. 작년에 열린 그래미 어워드에서 레이디 가가가 펼친 데이빗 보위 헌정 무대를 보고 난 후에 그 무대를 비난했던 던칸 존스는 이번 수상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그래미에서 쓸쓸하게 상을 놓친 비욘세에게 브릿 어워드는 International Female Solo Artist 상을 주었고, 아델은 BRITs Global Success 부문을 수상했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그래미 어워드에 비해 조금 더 화려한 무대 연출과 다양한 볼거리, 그리고 폭넓은 음악 장르들로 시상식을 꾸미는 브릿 어워드는 매년 더 다채로운 공연과 높은 퀄리티의 무대로 조금씩 진화하는 중이며, 영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양분 삼아, 그 위상이 조금씩 더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한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British Group 부문에서 상을 받은 'The 1975'의 'The Sound' 무대.

 

▶ 37회 브릿 어워드 주요 부문 수상 결과
MasterCard British Album of the Year(올해의 브리티쉬 앨범) : David Bowie - Blackstar
British Single of the Year(브리티쉬 싱글) : Little Mix – "Shout Out to My Ex"
British Male Solo Artist (브리티쉬 남자 솔로 아티스트) : David Bowie
British Female Solo Artist (브리티쉬 여자 솔로 아티스트) : Emeli Sandé
British Group (브리티쉬 그룹) : The 1975
International Group (인터네셔널 그룹) : A Tribe Called Quest
British Breakthrough Act (브리티쉬 브레이크 쓰루 액트) : Rag'n'Bone Man
Critics' Choice Award (크리틱스 초이스-신인상) : Rag'n'Bone Man
International Male Solo Artist(인터네셔널 남자 솔로 아티스트) : Drake
International female Solo Artist(인터네셔널 여자 솔로 아티스트) : Beyoncé
British Video(브리티쉬 비디오) : One Direction – "History"
BRITs Global Success(글로벌 석세스) : Adele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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