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청춘예찬' 리뷰

   
 

[문화뉴스] 청춘은 괴롭다. 청춘의 괴로움이 성장통 쯤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젊음이란 상태를 타자화시킬 수 있는 이들의 입에서 적지 않게 오르내리는 요즈음, 청춘들은 더욱이 무기력하다.

연극 '청춘예찬'은 1999년 초연 당시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한국연극협회 신인연출상, 청년예술대상 희곡상 등의 화려한 수상 이력을 남겼다. 극단 골목길 박근형 연출가의 대표작 '청춘예찬'은 청춘들의 불완전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청년들에게 '필수 관극작'으로 꼽히고 있다. 초연 당시 박해일이라는 스타 배우와 함께 윤제문, 염효섭, 고수희 등 탄탄한 배우들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청춘예찬'은 아트포레스트 개관 기념 첫 작품으로 선택되며, 기대되는 세 청춘 배우의 트리플 캐스팅 소식으로 화려한 귀환을 예고한 바 있다. 2013년에 이어 다시 청년에 도전하는 배우 김동원,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족구왕' 등을 통해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안재홍, 대학로 블루칩으로 떠오르는 배우 이재균까지.

 

   
 

이들이 맡은 청년 '재원'은 극렬하고도 무기력하다. 미래를 걱정해주는 세계사 선생님의 꾸중에도 굽힐 수 없는 고민에의 의지, 그러나 정작 무얼 고민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그 무기력한 기운. 그는 어떻게 살까를 고민한 것일까, 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한 것일까. 심각하고도 격정적인, 그러나 어떠한 실행으로도 옮길 수 없기에 '0'의 상태인 '고뇌'. 청년의 고뇌의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고뇌하며 사는 존재로서 우리가 재원에게 느낀 동질감은 어쩔 수가 없다.

22세의 그는 졸업을 고민하며 지내다가, 친구의 사촌누나와 하룻밤을 같이 하게 된다. 간질병을 앓는 여성이다. 그녀는 그 하룻밤으로 아기를 가지게 되었고 그에게 같이 살자 제안한다. 그는 그녀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 선생님이 숙제로 내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1946)을 완독한다. 자유인 '조르바'를 보며 재원이 택한 결정은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 그러나 학교(사회)는 청춘을 용인할 수 없는 영역의 인간으로 규정한다. 퇴학당하는 청년. 4년간 고민하고 드디어 학교에 다니기를 결심한 그에게 학교는 그 고민과 결심을 다시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다.

 

   
 

술을 입에 달고 살며 이혼한 아내에게 용돈을 받으러 다니는 재원의 아버지, 그에 의해 눈을 잃고 이혼해 안마사로 취직하며 재혼한 재원의 어머니, 간질병을 앓으며 다방 종업원을 전전하는 수발이의 사촌누나. 이 숨 막히는 나라에서 조르바는 죽었다며 출국을 준비하는 세계사 선생님, 그리고 청년 재원. 결핍된 존재들이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세계, 삶을 보잘것없고 변변찮게 만드는 이 무자비한 세계.

그러나 '청춘이기에 행복하라'고 말하는 이 연극은 극 말미에 아름다운 야광별을 수놓은 장면을 구성하며, 그 어떤 논리적 설명 없이, 혹은 대책없이 '청춘'이기 때문에 '찬란'할 것을 이야기한다. 간질병을 앓는 아내, 곧 태어날 아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버지, 그리고 중졸로 매듭지어진 학력. 청년을 둘러싼 현실은 그 어느 것 하나 찬란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어 뵌다. 어두컴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좁은 방 천장을 빼곡하게 채운 야광별은 영롱하다. 어둠 속에서만 은은한 빛을 찬연하게 발하는 별들처럼, 청춘들의 존재가 그런 것이고, 또 그런 것이길 바라는 마음이 연극 '청춘예찬'을 통해 발하고 있었다.

 

   
 

한편, '청년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던 초연 당시의 결을 그대로 유지한 탓일까, 이번 '청춘예찬'은 다소 올드해보이기까지 했다. 생생한 청춘을 담아내기에 연극이 역동적이질 못한 것이다. 극의 구성, 무대 활용, 캐릭터 구축 등 이번 '청춘예찬'은 초연 당시 청춘이었던 이들에게 옛 청춘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극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한 것은 아닌가 한다. 청년 재원과 2016년의 청년 관객 간의 거리는 일정 부분까지는 좁혀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막역함을 느끼기엔 좁혀지지 않는 갭이 존재하고 있었다.

음주운전 사건 이후 배우 윤제문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한 연극 '청춘예찬'은 2017년 2월 12일까지 아트포레스트 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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