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문화뉴스] 'K팝'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이돌'이다. 순식간에 커진 아이돌 시장에 대형 기획사들이 속출하면서 뚜렷한 개성 없이 획일적으로 양산되는 K팝의 생명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 온다.

바로 그 한계에 대해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2014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이들은 흑인 음악의 황금기였던 6~70년대 본토의 음악을 재현하며 K팝의 다양성에 한 획을 긋고 있다. 터번과 선글라스를 쓴 중동의 석유 재벌, 잊혀진 아라비안 훵키 소울의 재발굴 같은 갖가지 컨셉으로 이전에 없던 희한한 그룹이 탄생하면서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희망을 준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나잠수(보컬‧30), J.J.핫산(댄스, 코러스‧33), 김간지(드럼‧29), 홍기(기타‧27), 지(베이스‧27)로 이루어진 디스코/훵크/소울 밴드다. 그들이 처음 나온 때를 2007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여러 멤버들을 거치며 지금의 멤버로 함께 한 것은 2012년부터다.

인디 밴드가 사라지는 가장 큰 원인인 경제적인 어려움을 투잡으로 해결하며,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멋진 이들을 대학로 벙커원 '술탄 오브더 디스코 디지털 싱글 음감회'에서 만났다.

   
▲ 141206 술탄오브더디스코 음감회

많이들 물어보는 질문이죠? 이름이 다들 특이하세요.
ㄴ잠 : 네, 저는 나 잠수라고 합니다. 대학교 때부터 있던 별명이에요. 동기들이 서로 막 이상한 이름 붙여주다가 저에게 잠수가 붙었습니다. 딱히 어떤 음악적인 뜻이 있는건 아니에요. (웃음)

ㄴ간 : 저는 드럼치는 김간지라고 합니다. 중학교 때 커뮤니티 아이디었어요. 다음 카페를 했었는데 그 때 김간지라는 닉네임을 쓰다가 쭉.. 그냥 쓴 거에요.

ㄴ지 :저는 베이스치는 지라고 합니다. 성이 지씨라 지입니다.

ㄴ핫 : 저는 춤을 맡고 있는 핫산입니다. 저만 중동이름 그대로 남아있구요. 해외 나가면서 빼려고 했는데, 이름을 업로드 하는 분이 깜빡하셔서 그대로 JJ 핫산으로 나갔습니다. 대학교 때 별명을 영어로 한 거예요.

ㄴ홍 : 기타에 홍기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별명이었구요. 가운데 이름을 빼고 친구들이 부른 거에요.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ㄴ잠 : 새 싱글 준비하고 있구요. 12월 16일 발매 예정입니다. 디지털 싱글이고 뮤직비디오 같이 준비하고 있구요. 촬영 후 편집 중입니다. 연말 콘서트도 있습니다.

새 디지털 싱글 '웨ㅔㅔㅔㅔㅔ'는 어떤 곡인가요?
ㄴ잠 : 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쓰는 말인데 그냥 감탄사에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지만, 그 말 자체가 웃기고 친구들끼리 결속력을 다지는데 도움이 돼서 그걸 듣다가 안 그래도 요즘 노래 쓸 소재가 떨어졌는데 이걸로라도 노래를 써보자고 해서 아예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노래는 금방 썼어요. 쓰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렸네요. 안무는 8-90%정도 짰는데 안무를 짜는 거는 노래 만들면서 같이 한 건 아니고 뮤직비디오에 안무가 실려야 하니까 조금 힘들게 추가적인 작업을 했습니다.

ㄴ핫 : 저희는 거울 있는 합주실이 없어서 거울이 있는 돈 많은 '장기하와 얼굴들' 합주실에서 연습해요.

아마 곧 거울있는 합주실이 생길 것 같아요. 술탄의 시작은 어땠나요?
ㄴ잠 : 점차 점차 멤버들이 들어오게 된 거고요, 시작은 저랑 '브로콜리 너마저' 윤덕원씨랑 직장 다니는 무하마드라는 사람이랑 셋이서 댄스 추는 그룹으로 시작을 했다가 김기조라는 디자이너 친구도 같이 잠깐 했었고 곰사장도 잠시 했었고 이런 식으로 장난 반 취미 반으로 쭉 했어요. 그러다 좀 더 음악적인 욕심이 생기고 밴드를 해야겠다고 해서 밴드 연주자를 모으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밴드 활동에 전념하기 힘든 사람은 걸러져 나가고 지금의 멤버가 된 게 3년 정도 지속되고 있어요.

   
▲ 204년 6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올해 유독 해외에서 수확이 컸어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축제인 영국 글래스턴 페스티벌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참가하셨는데.
ㄴ잠 : 해외에 가기 전에 해외 관객들의 반응이 썰렁하고 '저런게 음악이냐' 이런 반응이 있으면 어떡하나 무서움이 있었는데, 진짜 국내 우리 팬들이 해주는 반응보다 더 큰 반응이 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춤도 격정적으로 추시고.

국내 팬들은 디스코 음악을 하면 몸을 흠들거나 그러시나요?
ㄴ핫 : 세 단계가 있어요. 앞줄에는 저희를 원래 좋아하는 분들이 춤을 세게 추거든요. 중간에는 약간 노멀한 사람들이 살짝살짝 추고 저 뒤에 보면 거기에는 공간이 넓으니까 나 마음대로 추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지금은 인디에서 유명해졌지만, 처음 팬분들은 술탄을 어떻게 알게 된 건가요?
ㄴ잠 : 그건 저희도 완전히 모르겠는데 확실한 건 1집이 나올 무렵쯤에 저희가 좋아서 춤을 외워서 같이 춰주시는 분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규 음반이 작년 2월에 나왔는데 그 시점으로 해서 점점 팬의 커뮤니티와 팬들 사이의 그런 것들이 생겼고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바탕으로 팬덤이 형성돼 있고, SNS 관리는 주로 핫산이 맡고 있어요.

평소에 터번이나 선글라스 끼고 나가시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잠 : 원래 처음부터 컨셉을 그렇게 잡아서 돌이킬 수 없게 됐는데, 점점 바뀌고 있어요. 이번 새로 소개할 의상이 그 완충 지점에 있죠. 선글라스는 벗지 않았지만 터번은 벗고. 컨셉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저희도 지겹고 뭔가 술탄이라는 것 때문에 제약이 걸리는 것도 있어서 좀 더 자유롭게 다른 것도 할 수 있도록. 좀 유연하게 좀 더 다양하게. 요번에는 유니폼도 아니고 다들 옷도 다르구요.

ㄴ핫 : 보통 아이들 밴드다 이렇게 하면은 춤 가르칠 선생님 있어야 하고. 의상하는 디자이너 있어야 하고 작곡가 있어야 하고 노래 비용도. 저희는 작곡을 자체적으로 믹싱 마스터링도 저 친구(나잠수)가 하고 연주는 멤버들이 하고 의상은 저희끼리 짜서 디자인 제작 원단 찾으러 다니고. 뮤직비디오 콘티 저 친구(나잠수)가 짜고. 촬영도 저희 옆에 친구가 하고 그런식으로 하니까 최소화된 비용을 찾아낸 거죠.

ㄴ잠 : D.I.Y가 맞아요. 어떤 면에서는 피곤할 수 있는데 제일 중요한건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남이 해서 우리가 아쉽다 이런 것들이 적다는. 저희가 해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ㄴ간 : 시간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돈은 절약할 수 있는데. 노동력을 저희가 다 때워야 하니까.

독특한 컨셉. 재밌긴 하지만 자칫하면 진지하지 못하게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ㄴ잠 : 이제는 저희 음악을 들었을 때 가볍게 안 느끼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음악은 음악으로 들려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음악이 우스꽝스럽다기보다는 음악을 표현하는 가사나 퍼포먼스가 웃긴 건데, 음악 자체는 최대한 웰메이드의 가장 잘 만들어져야죠. 인디밴드스러운 사운드는 전혀 하고 싶지 않아요. 옛날에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들에 버금가는 완성도를 내고 싶은 거죠. 잘하면 알아서 알아주실 것 같아요.

계속 디스코만 하실 건가요?
ㄴ잠 : 신곡을 들어보시면 디스코에서 약간씩 벗어나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직 정규 2집을 어떻게 갈지는 아직 고민이에요. 다른 쪽으로 더 섞어 나갈지 우리 색깔을 추구할지. 이전 신곡 탱탱볼 같은 경우는 완전 디스코는 아니지만 좀 더 옛날거거든요 디스코보다도. 지금 신곡은 더 미래. 미래라고 해봤자 과거지만 좀 더 시기적으로는 더 뒤에 음악을 하고 있는건데 싱글로서 어떤 식의 반응이나 어떤게 있을까를 테스트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디스코와 일반 댄스음악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요. 어떤 차이가 있죠?
ㄴ핫 : 일반인 관점에서 표현한다면 디스코 음악이라고 하면, 뿅뿅 이런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뿅뿅 거리지 않아도 디스코 음악이란 거죠. 저희음악이 뿅뿅 거리지 않으니까 왜 술탄이 디스코야? 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ㄴ잠 : 한국의 디스코의 옛날 이미지들이 실제 디스코와 간극이 있는 것 같아서 그 끊어진 맥을 채우는 것. 다양성 중의 하나를 책임을 지고 채운다. 한국 음악의 다양성에 우리도 한 몫하겠다. 그런 게 큰 중심 생각이죠.

   
 

방금 전 음감회 마무리 때, 미국 진출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ㄴ잠 : 아직 '진출'이라기 보다는, 이번에 '뮤콘'이라는 행사를 했는데 한국음악을 쇼케이스 하는 거에요. 그 곳에서 저희가 미국의 토니 마세라티라는 엔지니어 겸 프로듀서와 인연이 닿았죠. 그래서 내년 상반기쯤 LA에서 음원 작업을 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토니 마세라티는 작업을 했던게 레이디 가가, 제이슨 므라즈, 비욘세, 마룬5, 블랙 아이드 피스, 요즘 컴테버러리 흑인 음악들 위주로 많이 하는 엔지니어거든요. 저도 엔지니어 일을 하기 때문에 존경하는 분이자 정말 좋아해요. 되게 좋아해요.

ㄴ그럼 가사를 다 영어로 하는지.
ㄴ잠 : 그게 제일 큰 문제인데, 고민 중이에요. 지금 생각에는 어차피 '해외 진출의 교두보'다 이런 식보다는 제목과 첫 시작, 후렴구만 영어로 하고 나머지는 한글로 해도 될 것 같다는 얘기도 있고.

좀 더 인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인디밴드'라는 의미가 여러 가지잖아요.
ㄴ잠 : 인디밴드라고 하면 그런 것 같아요. 사업적인 면에 있어서 필요와 수요가 있으면 그런 걸 만족해주기 위해 자원을 가지고 무얼 하잖아요. 근데 인디밴드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게 하는게 목적이 아닐까. 대중의 반응을 이끌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하는걸 계속 표현을 하고 있으면 인디밴드의 정신에 제일 맞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다들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ㄴ간 : 타의가 개입되지 않아야 인디밴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인디라는게 외국에서 정말 자기들이 어떤 돈 지원도 없이 자신들이 정말 인디펜던트하게 내는 것들인데 그런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죠.

이렇게 오랫동안 마이너에 있기가 힘들지 않나요?
ㄴ잠 : 마이너에 있기 힘들다는 것 생각 자체가 나는 메이저에 가야하는데 왜 계속 여기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저희는 그런 생각이 없어요. 대신 다른 욕심이 있죠. 스스로도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고, 소수의 사람한테서라도 '음악이 좋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메이저로 가고 싶은 욕심이 없으신건지.
ㄴ잠 : 메이저로 가기 위한 억지스러운 노력을 안 하는 거고 저희는 저희대로 저희 거를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걸 메이저에서 알아주면 당연히 좋죠. 좋지만, 메이저는 이렇게 해야 메이저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것들을 안하는 거죠. 지금이라도 뮤직뱅크에서 나가달라고하면 바로 나가죠. 준비 좀 더 해서. 하지만 우리 음악을 어떤 변형을 가해서까지 메이저로 가는 건 아니라는 거죠. 간다면, 술탄 그대로의 모습으로 가고 싶어요.

ㄴ간 : 메이저로 가는 루틴이 있잖아요. 저희는 그걸 하기 싫은 거죠. 하지만 메이저에서 불러준다면 감사합니다.

ㄴ잠 : 하는 음악이 진짜 좋으면 점점 알아주실 거예요. 재밌는거 하다보니까 갔다던지. 그런 거지, 음악을 수단으로 거기까지 굳이 애써서 가고 싶지 않아요. 그게 목표는 아니니까.

   
 

그럼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이곳에 있으면서 힘들어하거든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ㄴ간 : 저는 호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명 연장 장치가 하나 있어야죠. 왜냐면 저희가 뜨려고 시작한건 아니에요. 나잠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제가 존경하는 음악가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명에욕같은 것. 내가 인정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음악 잘한다 괜찮다 이런 인정을 받고 싶어서 계속 해온거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거는 그런 씬에서 있다보면 경제적으로 부족할 때가 많잖아요. 그럼 그때 되면 딴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나. 일을 하나 하든지 정말 이걸로 떠야겠다든지 갈림길이 생긴다는 거죠. 발라드 가수 세션을 갈 수도 있고 편의점 알바를 할 수도 있고. 그런 좋은 선택을 하나만 갖고 있다면 내가 메이저든 마이너들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산소 연결 장치정도 하나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ㄴ잠 : 저희는 뭐 다들 투잡이고 다른 일 하면서 술탄에 올인해서 잘 안되면 해산하고 이렇게 해산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뭐랄까…음악으로 먹고 살아야 되고 이런 마인드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대처를 했기 때문에 오랬동안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구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ㄴ핫 : 제가 단편적으로 표현을 하면 멜론 TOP 100이 아닌 음악을 내 스스로 찾아듣는 버릇을 들이면 어떨까 생각해요. 아이튠즈 라디오처럼. 어떤 장르를 선택하면 추천을 해주는데 그런 방식이라도 좀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남이 정해놓은 순위를 그대로 듣는거는 좀 자기 취향이 없지 않나. 보통 자기 취향이 있는 걸 좋아하잖아요.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음식이 좋아. 그런데 음악은 그런 부분이 덜 하죠. 그런 맥락으로.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평가는.
저희 음악이 좋고, 듣고 있으면 신난다. 신나는게 1차 목표구요. 들었을 때 들썩거린다. 굳이 춤을 좋아하지 않아도. 이런거 듣는게 1차목표가 2차 목표는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물론 외국에 영향을 받았던 가수들의 영향력 아래지만 최소한 한국 내에서는 뭔가 다른 한국 가수로부턷 듣지 못하는 사운드. 그런 것들.

<문화뉴스> 독자들에게.
ㄴ잠 : 수많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구석에서 고구분투하고 있으니 조금만 노력을 하셔서 찾아보세요. 문화뉴스라는 매체도 있지만 그 매체를 찾아보는 것도 사실 노력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 정도 노력은 해줬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김윤지 기자 kyoonji@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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