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시원하게 마무리하는 도심형 페스티벌의 매력

[문화뉴스=①편에서 계속(읽어 보기)]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의 흥분을 채 가라앉히기도 전인 지난 14일, 이번에는 영국 락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퀸이 슈퍼소닉 페스티벌을 통해 내한했다. 페스티벌이 열렸던 잠실 종합운동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퀸을 향한 팬들로 북적거렸다. 비가 살짝 떨어지는 날씨가 걱정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덥지 않은 날씨가 관객들의 에너지를 아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낮부터 퀸의 앨범을 판매하던 유니버셜 뮤직의 부스에서 퀸의 왕관 모자와 수염 스티커를 받은 관객들이 모자를 쓰고다니는 모습이 종종 보였으나,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부족한 수량 덕에 일찍 떨어져버린 퀸의 왕관 모자를 보며 부러움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오후 3시 우리나라의 락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의 공연으로 시작된 슈퍼소닉 페스티벌은 슈퍼 스테이지와 소닉 스테이지 두 개의 무대로 나뉘어 올해 영국의 글라스톤베리 락 페스티벌에 출연했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한국 펑크의 1세대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의 콜라보레이션 무대에 이어 영국 밴드 The 1975, 어 그레이트 빅 월드, 피닉스, 퀸의 순서로 무대가 펼쳐졌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미국 출신의 2인조 밴드 어 그레이트 빅 월드(A Great Big World)가 청량감 있는 건반 연주로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 미카(Mika)를 떠올리게 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면, The 1975의 보컬 매튜 힐리는 마치 예전 인큐버스(Incubus)의 전성기 시절 브랜던 보이드(Brandon Boyd)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약간 덥수룩한 머리에 마른 몸으로 여자 관객들의 환성을 자아냈다. 뒤를 이어 지난 1월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프랑스 밴드 피닉스가 약 반년 만에 다시 방문하여 특유의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퇴근시간이 지나 직장인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지난 1월 내한공연을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듯 피닉스를 향한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침내 퀸의 공연 시간이 다가오면서 태풍 전의 고요처럼 그들을 기다리는 관객들은 일순간 조용해졌으나, 스테이지 뒤쪽에 퀸의 문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 모두가 미친 듯이 함성을 질러댔다. 이번 퀸의 내한공연은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사망한 이후 베이시스트 존 디콘도 지난 1997년 은퇴하였기 때문에 원년 멤버로는 기타의 브라이언 메이와 드럼의 로저 테일러 둘만이 왔지만 대신 든든한 보컬,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아담 램버트와 함께하여 색다른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 솔로 연주중인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
   
▲ 흡사 프레디 머큐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아담 램버트
   
▲ 브라이언 메이
   
▲ 흡사 프레디 머큐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아담 램버트
   
▲ 공연 후반부의 아담 램버트

프레디를 오마쥬 하듯 올백 머리에 잔뜩 길러 멋을 부린 수염, 스터드가 잔뜩 박힌 가죽자켓을 입고 능수능란하게 퀸의 곡을 소화하는 아담 램버트의 모습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퀸 측에서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를 부르는 와중에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생전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준비하여 프레디를 미처 만나지 못한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어 잠시 프레디가 공연에 함께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두 시간에 가까운 공연을 마치고 '위 윌 락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 두 곡을 앵콜곡으로 짧고 굵었던 슈퍼소닉 뮤직 페스티벌의 막은 내렸다.

몸과 마음이 모두 충만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정말 오길 잘했다고 몇 번을 되뇌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페스티벌이었음에는 틀림없으나 일본 섬머소닉 뮤직 페스티벌과 연계해서 하는 페스티벌이니만큼 많은 이들이 섬머소닉의 라인업을 훑으며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나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 메가데스(Megadeth), 픽시즈(Pixies)와 같은 다른 인기 밴드들의 출연을 기대했는데 페스티벌이 하루로 줄어든 만큼 라인업의 연계가 많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2주 연속 상암과 잠실에서 비교적 편하게 뮤직 페스티벌을 즐기고 돌아오며 올해는 비록 야영하는 캠핑형 페스티벌을 즐기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몸과 맘이 두루 편하게 즐겼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시티브레이크와 슈퍼 소닉 모두 대형 경기장에 스테이지를 설치하여 관객들이 접근하기 쉬웠고 동선과 스테이지별 시간 분배 면에서 비교적 효율적이었다는 생각이다.

접근성과 더불어 먹거리 마실거리도 페스티벌 내의 벤더(Vendor)가 제공하는 한정된 선택지가 아닌 근처 마트에서 살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병과 캔, 배달음식을 비롯한 일부 음식류는 반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기 전에 주의해야 한다. 생각 없이 반입 금지음식료품들을 샀다가는 가방검사 하는 곳에 수북이 쌓인 음식과 음료수들 중에 내 것이 포함될 수도 있으니까.)

열정을 불태우고 난 뒤에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편안히 집에 갈 수 있다는 점은 역시 도심형 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이다. UMF(Ultra Music Festival)같은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의 경우, 흥을 미처 가라앉히지 못한 일행들이 페스티벌이 끝난 후 삼삼오오 이태원이나 강남의 클럽으로 끼리끼리 뒤풀이(?)를 하러 가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캠핑형 페스티벌의 새벽 내내 열리는 일렉트로닉 스테이지의 후끈한 열기나 캠핑사이트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낭만을 찾을 수는 없지만 깔끔하고 시원하게 마무리하는 도심형 페스티벌의 매력 또한 치명적이다.

   
▲ 공연이 끝난 후 스테이지의 모습

이제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다시 캠핑형 페스티벌이 무르익을 9월,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8/29~31), 폴 인 어쿠스틱 페스티벌(9/20), 멜로디 포레스트(9/20~21) 외에 다양한 페스티벌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늦었다 생각하기 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페스티벌 티켓을 예매해 보자.

[글] 아띠에터 박효비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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